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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새해 2분기이후 경기회복 기대
입력 : 2012.12.28 14: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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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는 매우 심각한 경기부진을 겪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겪은 후 성장세가 가파르게 떨어지더니 지난 3분기에는 전기 대비 거의 제로성장을 해 2012년 연간 2% 초반의 성장세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이번의 경기위축이 위기의 깊이 면에서는 1990년대 후반의 외환위기나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에 비해 덜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언제쯤 ‘경기가 이만하면 괜찮다’고 할 만큼 회복될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폭이 넓다. 경기위축이 장기화되면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악화되고 수치로 나타난 성장률에 비해 체감경기는 훨씬 더 악화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2013년 우리 경제가 올해보다는 다소 나을 것이라는 점이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초래한 불안감이 조금씩 완화되며 세계 경제가 안정을 찾아나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몇몇 불안요인은 남아있지만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도 다소 호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경제 성장률이 2012년 3% 초반에서 2013년 3% 중반 수준으로 개선됨에 따라 수출이 회복되며 우리나라 경기를 이끌 전망이다. 2013년에는 선진국의 내구재 수요 회복 등에 힘입어 수출 감소세에서 벗어나 8% 수준의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통화팽창, 우리나라의 상대적인 고금리 등으로 원화의 강세가 예상돼 수출 증가세와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당 폭의 엔화 약세와 이에 따른 수출경쟁력 손실 우려가 커져가고 있다. 반면에 내수는 현재의 극도로 부진한 상태가 이어지며 성장동력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 가계부채가 늘어나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진 데다 가계부채 억제에 따른 소비 눌림 현상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가격 위축 지속에 따른 마이너스 자산효과도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빠르게 늘어나는 60대 이상 노령층이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줄이는 소비성향 감소가 뚜렷해지고 있다.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원화절상으로 수입물가가 낮아지고 국제에너지 가격도 안정세를 보이면서 소비자물가는 2% 수준의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2013년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와 비슷한 3%대 초중반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경제성장률이 2012년에 비해 1% 포인트 남짓 높아지기는 하겠지만 3% 중후반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에 못 미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 고용 전망이 어두워 지난 수년 간의 경기 위축으로 특히 고통 받는 서민과 중산층의 소득 증가도 기대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베이비부머의 본격적인 은퇴로 증가 일로에 있는 600만 자영업자의 상당수가 수출보다는 내수경기와 관련이 깊어 회복을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다.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는 새 정부가 저소득층과 영세상인 등 경제적 취약계층을 아우르는 포용적 성장을 시도하겠지만 단시일 내에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어두운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재정절벽을 건너게 되면 2분기 이후 미국의 성장세가 빨라지며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낙관적 예상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입장이 나은 부분도 있다. 현재 대부분의 나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금리와 재정 면에서 선진국들에 비해 정책 여력이 있는 상태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IT를 중심으로 글로벌 산업 지형이 바뀌고 있어 이러한 영역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는 유리한 입장이다. 1997년 이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어려운 경제 환경을 안고 시작했지만 결국은 극복해 나갈 수 있었다. 새로 들어서는 정부가 가계부채 등 우리 경제의 불안요인을 잠재우며 혁신에 의한 중장기적 경제 성장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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