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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열 기자의 혼맥지도] ⑩ 동국제강 장경호家…외길경영, 3세에서 꽃피운 철강가문
입력 : 2012.12.07 1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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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故 장경호 창업회장의 혼맥은 수수하고 담백하다. 故 추명순 여사와의 사이에 6남 5녀를 두고 있는데, 유력가문이라고는 동명목재가 유일할 정도다.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한 만큼 재계에서 두각을 보이기 전에 자녀들을 결혼시켰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반면 3대로 넘어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장상태 2세 회장 집안을 중심으로 형인 장상준·장상문 집안, 동생 장상건·장상돈 집안이 정재계 유력 가문과 연결돼 있어서다. 이임룡 태광산업 창업주(장상준 2녀 장옥빈), 사업가 이학만(장상태 3녀 장윤희), 남상옥 타워호텔 전 회장(장상준 1남 장세창), 김석진 동명목재 창업주(장경호 2남 장상문),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장상돈 2남 장세홍) 집안들이 혼맥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당진 후판공장에서 장세주 회장(왼쪽)과 정준영 포스코 회장
장남으로 동국제강 회장을 지낸 고 장상준 씨는 부산에서 사업을 하던 박상선 씨의 딸 박명년 여사와 결혼해 슬하에 4남 2녀를 낳았다. 故 장상준 씨의 장녀 장옥자 여사는 부산세무서장을 지낸 송귀범 씨와 결혼했고, 장남인 故 장세창 씨는 故 남상옥 타워호텔 회장의 딸 남덕자 여사와 결혼했다. 남덕자 여사는 남충우 타워호텔 회장의 누나로 남덕우 전 국무총리의 사촌동생이다.
장상준 씨의 차녀 장옥빈 여사는 태광산업 이임룡 창업주의 둘째 아들인 故 이영진 씨와 결혼했다. 이임룡 태광산업 창업주는 양택식 전 서울시장을 사돈으로 두고 있는데, 이를 통해 김한수 전 한일합섬그룹 회장 일가와도 사돈관계를 맺었다.
장상준 씨의 자녀들은 현재 동국제강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조선선재 경영을 맡았는데, 선친에 이어 아들들도 일찍이 유명을 달리했다. 장남 장세창 전 동일제강 사장은 2000년 지병으로 별세했고, 2남인 장세명 전 조선선재 사장도 2005년에 59세의 젊은 나이에 별세했다. 조선선재는 곧바로 장세명 전 사장의 아들인 장원영 사장(CS홀딩스 대표 겸임)을 대표이사로 추대해 새롭게 출발했다. 보스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장원영 사장은 현재 38세로 젊은 경영인으로 손꼽힌다.
창업주의 둘째 아들인 故 장상문 전 UN대표부 대사는 경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공직자의 길을 걸었다. 장상문 전 대사의 부인은 부산의 대표기업이었던 동명목재 창업주인 故 강석진 회장의 딸 강정자 여사다. 장경호 창업주와 고향이 같은 강 회장은 불교 신자로 친분이 두터웠다.
외무부 차관보, 스웨덴·멕시코 대사, 유엔대사 등을 역임한 장상문 대사는 공직에서 물러난 뒤 선친의 뜻을 이어받아 1989년 사재 10억원을 출연해 전통문화 전문 출판사 ‘대원사’와 불교방송을 열었다. 이 중 대원사는 현재 그의 아들인 장세우 사장이 이끌고 있다.
동국제강 성장시킨 3남 장상태 회장 장남인 장상준 씨가 일찍이(1978년) 타계하고 2남은 회사 경영에 뜻이 없던 터라 동국제강은 3남인 故 장상태 회장이 물려받았다. 부산 동래고와 서울대 농대를 졸업한 장상태 회장은 미국 미시간주립대 석사를 마친 뒤 잠깐의 공직생활을 거쳐 1956년 동국제강 전무로 경영에 참여했다. 장 회장은 부산에서 무역업을 하던 김영희 씨의 외동딸인 김숙자 여사와 결혼해 2남 3녀를 뒀다.
장남 장세주 회장은 상명대 교수를 지낸 남희정 여사와 결혼, 슬하에 2남을 두고 있다. 막내인 장세욱 유니온스틸 사장은 육사 41기생으로 육군 소령으로 예편한 뒤 1996년에야 동국제강에 입사했다. 이후 남가주대 MBA를 졸업했다. 장세욱 사장은 군인 시절 친구 소개로 경제기획원 차관, 산업은행 총재, 금호석유화학 회장 등을 역임한 김흥기 회장의 딸 김남연 여사와 연애 결혼했다.
장상태 회장의 장녀인 장영빈 여사는 지병으로 이미 세상을 떴다. 차녀인 장문경 여사는 울산대 의대 교수로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윤준오 씨와 혼인했다.
3녀 장윤희 여사는 부산지역 실업가이자 8대 국회의원을 지낸 故 이학만 화양실업 회장의 아들 이철 세광스틸 사장과 결혼했다. 세광스틸은 철강 유통회사다. 이학만 회장은 주영복 전 국방장관, 박두병 전 두산그룹 회장, 이건 대호그룹 회장 등과 사돈관계를 맺고 있다.
장상태 2세 회장의 바로 아랫 동생인 故 장상철 씨는 부산제강소 공사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등 동국제강 경영에 활발히 참여하다 1991년에 세상을 등졌다. 장상철 씨의 사후 유족들은 세연문화재단을 설립해 고인의 뜻을 이어갔다. 세연문화재단은 2000년 충북 음성에 세연철박물관을 개관, 전통제철 복원실험, 대장간 조사 등 철강문화 발굴·보급에 힘쓰고 있다. 장녀 장인경 여사가 관장을 맡고 있다.
장상철 씨의 1남인 장세훈 씨는 동국제강 계열사인 국제종합기계 전무로 일하고 있고, 2남 장세한 씨는 철강판매사인 (주)동산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2녀 장은주 여사의 남편인 송봉헌 씨는 외교관이다.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한 5남 장상건 회장 장경호 창업주의 5남인 장상건 동국산업 회장은 부산지역 사업가인 김대성 씨의 1녀 김명자 여사와 결혼, 슬하에 1남 3녀를 뒀다. 장상건 회장은 부산상고와 동국대 임학과를 졸업하고 1960년 동국제강 감사로 입사했다. 이후 동국제강 부사장, 동국건설 사장을 지낸 뒤 1977년부터 동국산업 경영을 맡아왔다.
장경호 창업주가 1967년 설립한 대원사가 전신인 동국산업은 2001년 동국제강에서 계열분리 됐고 현재 동국S&C, 대원스틸, 신안풍력발전, 남원태양광발전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장상건 회장의 큰 형인 故 장상준 회장 자손들이 운영하고 있는 조선선재 지분도 갖고 있다. 동국산업은 현재 장상건 회장의 외아들인 장세희 대표가 21.52% 지분으로 최대주주다. 장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동국산업에 입사했다. 장 대표의 부인은 동방그룹 창업주인 김용대 회장의 2녀 김유경 여사다.
장상건 회장의 2녀 장혜경 여사는 김장리 법률사무소(김앤장 법률사무소 전신) 설립자인 故 김흥한 변호사의 아들 김유동 씨와 결혼했다. 막내 장혜원 여사는 국민대 시각디자인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화려한 혼맥 뽐내는 6남 장상돈 회장 장경호 창업주의 여섯 아들 가운데 막내인 장상돈 한국철강 회장은 화려한 혼맥을 자랑한다. 경복고와 동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62년 조선선재에 입사, 동국제강 상무·전무를 거쳐 1982년 한국철강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이후 1998년까지 동국제강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고, 2001년에 한국철강을 떼어내 독립했다.
한국철강은 계열분리 뒤 환영철강, 영흥철강, 대흥산업을 인수하며 한국특수형강, 세화통운, 마산항5부두운영과 함께 철강 전문그룹으로 도약했다. 한국철강 자체만으로도 지난해 매출 1조206억원을 올렸으며, 환영철강 역시 지난해 5900억원대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장상돈 회장은 동국대 재학시절 이화여대 미대생이던 신금순 여사와 연애 결혼했다. 둘 사이에는 3남 2녀를 두고 있다. 이 중 장남인 장세현 한국특수형강 대표는 뉴욕대 경영학과를 마치고 한국철강에 입사했고 환영철강 부사장을 거쳤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화학과와 일본 와세다대학원을 나온 2남 장세홍 한국철강 대표는 故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2녀인 박은경 여사와 결혼했다.
박 전 회장은 재계 혼맥이 두텁기로 유명한데 맏사위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아들인 김선협, 셋째 사위는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2남인 허재명 일진소재산업 사장이다. 3남 장세일 씨는 현재 영흥철강 대표를 맡고 있다.
장녀 장인혜 씨는 사업가인 조준봉 씨와 결혼했고, 차녀인 장인영 씨는 故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은 LS전선 사장과 결혼했다.
한편 세계적인 경기불황에 따른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동국제강은 고급 철강재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6월 연산 120만 톤 규모의 인천제강소를 설비를 마무리하고 가동에 들어갔으며, 주력분야인 후판에서도 최신 설비를 도입해 총 340만톤의 생상능력을 확보했다.
이와 동시에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브라질 고로제철소 건설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지난 2001년부터 브라질 제철소 건설을 준비해왔으며, 연산 300만 톤급 고로제철소를 건설 중에 있다.
[서종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7호(2012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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