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ival]롯데-신세계…유통공룡끝없는 대결
입력 : 2012.12.07 16:07:28
-
Round 1. 강남 찍고 부산에서 주고받은 원투 펀치인천 남구 관교동 인천종합터미널 용지
지난 11월 15일에는 롯데백화점이 부산 기장군에 조성 중인 동부산 관광단지에 프리미엄 아웃렛을 건립하기로 하고 부산도시공사와 업무협정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의 다섯 번째 프리미엄 아웃렛으로 2014년에 착공해 2015년에 개점할 예정이다. 영업면적만 5만3000㎡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다. 노윤철 롯데백화점 신규사업부문 이사는 “동부산 관광단지에 추진되는 프리미엄 아웃렛은 인근의 풍부한 관광 인프라와 더불어 국내는 물론 외국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글로벌 프리미엄 아웃렛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위치만 놓고 보면 또 한번 신세계와의 일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가 계획 중인 동부산 아웃렛은 신세계백화점 센터시티점과 동쪽으로 8㎞, 2013년 9월 개점 예정인 신세계 사이먼아웃렛과는 남쪽으로 14㎞ 떨어진 곳이다. 경쟁이 불가피하다.
사실 부산지역의 경우 지금까지는 롯데와 신세계 모두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며 시장을 분할해 왔다. 개장 예정인 신세계 사이먼아웃렛도 롯데백화점이 김해에서 운영하는 프리미엄 아웃렛과 상권이 겹치지 않았다. 부산지역에선 “양측이 동서로 시장을 분할해 나누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 측의 사업발표로 경기도 파주에서 시작된 상권경쟁이 인천과 서울 강남을 거쳐 부산에서 재개되는 형국이다.
업계에선 양사의 경쟁이 유통업종의 새로운 성장동력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다. 경기불황이 길어지면서 신성장동력을 찾기보다 점포수를 늘려 내수 회복시기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복안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선 점포보유 형태가 양사의 경쟁에 불을 지폈다는 반응이다. 롯데가 건물과 부지를 소유해 영업하는 방식이라면 신세계는 주로 건물을 임차해 백화점 영업에 나선다는 것이다. 실제로 롯데쇼핑의 경우 25개 백화점(롯데미도파, 롯데스퀘어 제외) 중 임차료를 지불하는 곳이 5곳이다.
롯데의 부동산에 대한 애착은 이미 알려진 사실. 재계에선 “자산기준 재계서열 5위인 롯데의 진면목은 부동산”이란 말이 회자되기도 한다. 일례로 롯데자산개발이 개발 중인 서울 서초동 롯데칠성 부지와 잠실역 인근 롯데타운 부지는 알짜배기 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반해 신세계는 쇼핑몰과 센트럴시티 지분을 인수한 강남점을 제외하고 10개 백화점 중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곳이 3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7곳은 매년 임차료를 지불하고 있다.
롯데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 신세계 사이먼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
롯데는 주요 핵심상권 곳곳에 진출하며 인수합병을 통해 세를 불리고 있다. 우선 잠실역 인근의 제2롯데월드는 현재 16%의 공정률을 보이며 2015년 초고층(555m)의 위용을 드러낼 예정이다. 일대에 기존 롯데월드와 롯데캐슬, 롯데호텔이 자리하고 있어 말 그대로 거대한 롯데타운이 형성된다.
신세계와 법정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인천종합터미널 부지는 일본의 롯본기힐즈처럼 복합문화공간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계열사인 롯데자산개발이 동대문 쇼핑몰 ‘패션TV’의 운영권을 인수해 개발 중인 롯데패션몰(가칭)은 내년 3월 초 오픈이 목표다. 젊은 층과 외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지하 3층부터 지상 8층까지 11개 층(1만7070㎡)에 총 50억원을 들여 외관까지 리모델링하고 있다. 지난 9월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역사와 20년간 장기임대 MOU각서를 체결한 서울역의 콩고스(CONGOS) 백화점은 롯데아웃렛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롯데쇼핑은 지난 7월 하이마트를 인수하며 가전유통시장에도 진출했다. 그런가 하면 한창 몸집을 불리던 롯데는 연말로 접어들며 계열사간 합병 등 통합작업을 통해 숨을 고르고 있다.
우선 롯데쇼핑이 롯데미도파와 합병을 결정했다. 식음료 계열사의 경우 롯데삼강이 파스퇴르 유업과 웰가 롯데후레쉬델리카를 합병한데 이어 내년에 롯데햄도 합병할 예정이다. 롯데제과는 롯데제약, 롯데칠성음료는 롯데주류를 합병했다. 화학부문에선 호남석유화학이 케이피케이칼을 합병했다.
신세계는 국내시장에서 복합쇼핑몰과 드러그스토어(분스), 프리미엄 식품관(SSG푸드마켓), 면세점 등 사업 확대를 통해 기존 백화점과 대형마트 중심의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센트럴시티 지분 60%를 1조250억원에 인수하고 고양 삼송지구 복합쇼핑몰 개발에 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신세계는 LH공사와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쇼핑몰 개발 용지 9만6555㎡를 1777억원에 사들일 예정이다. 신세계의 교외형 복합쇼핑몰 개발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여러 차례에 걸쳐 “교외형 복합쇼핑몰을 미래의 먹을거리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세계 측은 “서울의 동서남북 네 방향에 ‘신세계 교외형 복합쇼핑몰 벨트’를 구축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24일 개점 82주년을 맞은 신세계 백화점은 ‘신세계 미래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 강남점의 전국 1위 점포 달성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 박건현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최근 센트럴시티 지분 매입을 통해 안정적인 영업권을 확보하게 된 강남점의 전국 1위 도약을 위해 전담팀을 구성했다”며 “증축을 통한 물판 면적 확대 및 호텔, 터미널, 기타 테넌트 시설과의 복합화 개발을 통해 2015년 전국 1위 백화점은 물론 2018년 매출 2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신규 점포 출점, 신사업 진출 확대, 브랜드 가치제고 등 3대 추진 전략을 통해 신세계백화점 매출을 2020년에 20조원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서울 본점과 부산 센텀시티점, 서울 영등포점, 광주점도의 추가 복합개발을 통한 초대형 점포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는 최근 계열사인 웨스틴조선호텔이 인수한 부산 파라다이스면세점 지분 81%를 승계하며 면세점 사업에도 진출했다. 신세계의 면세점 진출 소식이 전해진 후 면세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산 파라다이스면세점이 신세계 센텀시티점으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입소문이 나고 있다”며 “면세점 확대와 인력 이동이 점쳐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두 유통공룡의 경쟁과 사업 확장에 대한 증권가의 시선은 곱지 않다. 롯데의 인수합병과 신세계의 복합쇼핑몰 투자 등 확장에 대해 증권가에선 “지난해부터 돈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온다”며 “경기불황으로 백화점 성장률이 정체된 가운데 무리한 경쟁과 확장은 비용증가와 부채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재형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7호(2012년 12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