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ecialⅠ]경제·경영학과 교수 경제 인식 조사…정부는 포퓰리즘 배격 생산적 복지 힘써라
입력 : 2012.10.26 15:33:15
-
그런가 하면 정책의 원칙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강호상 서강대 교수는 “정부는 경제주체들에게 공정한 게임 룰이 적용될 수 있도록 정책을 펴야 하며 시장만능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또한 우리 사회가 원칙이 지켜지고 경제주체들이 권리에 수반되는 의무를 완수하도록 감시 기능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내수시장 활성화와 중소기업 회생을 우선적 과제로 추진해 고용 창출 능력을 높이고 균형적인 경제성장을 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명헌 단국대 교수도 “포퓰리즘에 영합해 경제민주화를 모든 정치권에서 주장하는데 여기에 흔들리지 말고 지금의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경제 원칙에 입각한 과감한 부양정책과 더불어 가계부채 축소, 재정건전성 확보 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 정책 대안도 많이 나왔다.
장범식 숭실대 교수는 “가계부채에 대해선 심각성을 인식해 정파를 초월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재정경제부 장관의 부총리급 격상을 통해 책임지고 경제 정책을 조정하는 지휘 체계를 마련해야 하며 금융감독 체계도 시급히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우헌 경희대 교수는 “공기업 개혁 및 공공부문 부채 절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장국현 건국대 교수는 “보다 장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정부의 조세 정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상빈 한양대 교수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서민금융 활성화로 금융의 혜택이 모든 국민에게 고루 미치는 보편적 금융을 실현하고 내수 진작 및 고용 확대를 위해 고부가가치 또는 지식기반 서비스 산업을 활성화해야 하며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철저한 단속으로 경제적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자리 창출이 차기 정부 핵심 과제 차기 정부에 대해서도 역시 많은 교수들이 일자리 창출을 핵심 과제로 주문했다.
장지인 중앙대 부총장(경영·경제계열)은 “일자리 창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통일에 대비한 경제적 사회적 역량 축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태규 연세대 교수나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도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광 한국외대 교수는 “국민의 복지는 당해 국가의 생산 능력에 달려 있는 바 생산 능력 증대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의 자본과 기술, 인력을 유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먹거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신동엽 연세대 교수는 “21세기 환경에 적합한 신성장 모델에 대해 현 정부는 물론 현재 대권 후보들 누구도 명확한 비전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경제민주화나 상생, 동반성장 등 현재 정치권을 주도하는 화두들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이슈는 21세기형 성장모델의 제시이므로 반드시 최우선 과제로 강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행 서울여대 교수는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주는 교육개혁이 필요하다”고 했고 같은 대학의 이종욱 교수는 “도덕성이 있는 전문 지식을 가진 공무원 및 학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용걸 서울시립대 교수는 “차기 정부는 고령화 사회와 이와 관련된 복지 지출, 재정문제를 고민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정책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독일에서 의견을 보내왔다. 박정희 영남대 교수는 “현재 대다수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차기 정부는 국민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살 수 있는 국가를 마련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 정부의 실패를 거울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도 많았다.
권영준 경희대 교수는 “인사가 만사인데 현 정부의 최악의 실패는 인사임을 각성하고 차기 정부는 제발 캠프 중심의 인사를 중지하라”고 당부했다.
전주성 이화여대 교수는 “제발 다음 정부는 변화하는 경제 환경에 적합한 구조개혁을 소홀히 하고 전시 행정적인 사업에 치중하는 정 부가 아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지역 대학의 한 교수는 “지금과 같이 경기부양 정책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다 보면 재정적자만 쌓이고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정책은 경제주체들의 기대를 바꿀 수 있을 만큼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정책은 장기 불황이라는 일본의 전철을 밟아가는 정책이다”며 과감한 정책 집행을 요구했다.
남준우 서강대 경제학부 학장 겸 경제대학원장은 “현 정부는 무엇을 새로이 추진해 공적을 쌓으려고 시도하기보다 기존의 정책을 마무리하는 자세를 가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원용걸 서울시립대 교수도 “현 정부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현재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마무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정희 영남대 교수는 “현 정부는 이미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단계라 바랄 것이 없다”고 했지만 구정모 강원대 교수는 “복합불황 가능성에 대비해 시의적절한 대책을 내야 한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저한의 사회안전망이라도 제대로 작동해야 윤건영 연세대 교수
경제 사정이 어려운 현시점에서 최저한의 사회안전망이라도 제대로 작동하게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복지재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복지사업에 돈을 쏟아붓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사회안전망 확보 효과를 얻어야 한다. 정부는 또 모든 것을 다해줄 수 있는 것처럼 허세 부리는 일부 정치권의 비상식적 요구나 선동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재정지출에는 국민 부담이 반드시 수반되므로 재정지출 프로그램의 사회적 편익과 부담의 공정한 분배, 사회적 중요도에 따른 우선순위 결정 등을 통해 합리성을 높여야 한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대)기업을 두들겨 패고 옥죄면 서민이 먹고살 것이 나오는 것처럼 말하고 있으나 이는 곧 일자리 창출을 어렵게 하고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서민을 죽이는 행위이다. 정부는 경제 전반을 꿰뚫어 보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선택해야 한다
대기업을 죽이면 중소기업이 잘되고 기업을 죽이면 국민이 잘 사는 것이 아니다. 올바른 정책은 대기업, 중소기업, 근로자 모두가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개발하고 활용해 경제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그 성과물을 공정하게 나누는 거시적 협동과 미시적 경쟁이 조화되는 경제 질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현 정부는 정권 말기에 너무 욕심 부리지 말고 할 일을 뚝심 있게 해 나가길 바란다.
금융·국채 발행 엄격히 규제해야 하인봉 경북대 교수(한국경제학회 부회장)
미래의 한국 경제는 합리적인 바탕 위에 이뤄져야 효율성을 배가할 수 있다. 정부는 경제운용 정보를 민간에 완전히 알리고 더 나아가 민간이 나아가야 할 바를 정확히 인식해 정책에 완전히 반영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 정부의 경제운용은 거의 케인즈학파적이었다. 금융과 재정이 정부의 가장 유효한 정책 틀이었다. 이 관념이 깨져야 한다. 전장에서 칼이 존재하는 것은 날카로움 때문이다. 그러나 그 날카로운 칼이 적절한 규제를 받지 않고 마구 휘둘러진다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차기 정부에서 금융은 더 엄격한 규제 하에 놓여야 하고 국채 발행 등 국가의 기채활동도 국회의 더 엄격한 규제 하에 놓여야 한다. 거시경제학에서 경제를 바라보는 두 렌즈가 있다면 고용과 물가이다. 민간의 소득 및 살림살이가 가장 중요한 이슈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운용 철학은 성장-수출로만 짜여 있다. FTA를 체결해도 수출로 이어진 성장이 몇 %가 되느냐만 관심의 대상이었다.
FTA 체결로 수입물가가 오히려 올라도 정부는 대비책이 없어 쩔쩔맨다. 미국이나 서구에선 FTA 체결이 물가를 얼마만큼 내리게 해 민간의 복지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설명한다. 향후 정부의 경제운용 정책은 국민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고용과 물가안정에 잡혀져야 한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창간 제25호(2012년 10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