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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Ⅰ]경제·경영학과 교수 경제 인식 조사…경제·경영 교수 80% ‘경제학 보완 필요’
입력 : 2012.10.26 15: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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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XMEN>은 경제·경영학자들을 대상으로 경제학을 수정하거나 보완할 필요가 있는지를 물었다. 응답자 가운데 56명이 이 질문과 관련해 의견을 밝혔는데 이 가운데 80%인 45명의 교수들이 경제학을 수정 또는 보완할 필요가 있다거나 강의를 할 때 특별히 강조할 부분이 있다고 응답했고 11명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금융 부문 보완 필요 의견 많아 경제학을 수정하거나 보완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교수들 가운데 다수가 금융과 관련해 다양한 측면에서 보완하거나 추가로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거론했다. 시장이 효율적이라든가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기대를 한다는 등 현대 경제학이 깔고 있는 기본적인 전제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다수 나왔다. 아울러 재정위기나 가계부채 문제, 금융시스템의 결함, 글로벌 불균형 문제 등 과거엔 경제학이 거의 다루지 않았거나 소홀히 했던 부분에 중점을 두어 보완하거나 강의 시 강조할 것이란 의견도 많았다.
이상빈 한양대 교수는 “위기의 예측, 원인 규명 및 해결책에 대해 경제학이 하는 역할이 없다”면서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을 통합하는 모형이 부재해 위기에 대한 분석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경제학이 실용 학문이 아니라 수학과 같이 너무 추상적으로 흐르고 있어 경제학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오히려 현실문제 해결 능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과도한 가계 및 국가부채와 부족한 일자리 문제, 빈발하는 금융 사고와 경제적 불확실성 증폭, 글로벌 임밸런스 등 현실에 대한 경제학 이론을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기택 중앙대 교수는 정보의 불확실성(비대칭성)이나 정부규제의 효율성(비효율성), 경직적인 제도 등 시장 실패 요인에 대한 분석을 경제부문별로 확대하고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주성 이화여대 교수는 “재정과 금융, 국제수지 등의 연계성이 교과서가 제시하는 것과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선진국과 개도국의 경제구조 차이를 반영한 강의를 하거나 미국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사용하는 데서 비롯된 글로벌 불균형 등도 다루고 싶다”고 했다.
채희율 경기대 교수는 “기존 경제학은 시장 경제가 항상 조화로운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보았지만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점이 교과서에 강조돼야 할 것이다”고 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도 “유동성 함정과 재정정책의 효과, 신고전학파(시카고 학파) 경제이론의 가정과 통계적 증거의 타당성 등도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대·연세대 ‘수정 불필요’ 의견 많아 경제학이 이미 시장 실패를 담고 있다며 수정이 필요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는데 특히 서울대와 연세대에 기존 경제이론을 지지하는 교수들이 많았다.
박지형 서울대 교수는 “경제학이 이미 ‘시장의 실패’의 원인과 가능한 해결책들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다만 정치의 포퓰리즘이 재정위기 등의 문제로 이어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연구와 해결방안에 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건영 연세대 교수는 “경제학이 새로운 경제현상이나 경제문제에 주목하고 연구하는 것은 늘 있어온 일”이라며 현재의 문제는 기존 경제학을 확대해서 풀 수가 있고 많은 문제가 경제학의 위기가 아니라 정치의 실패라고 주장했다.
“최근의 경제위기를 통해 부각된 경제현상은 과도한 국가채무의 금융적 의미의 중요성이다. 그러나 국가채무의 의미와 경제적 효과는 금융적 측면 외에 재정지출과 조세부담, 국민저축, 경제성장, 정부비용의 세대 간 분담 등 여러 가지가 있으며 금융적 의미는 그 중의 하나이다. 유럽 주변국, 일본 등의 과도한 국가채무 누적은 정부의 합리성·책임성 있는 재정운용 부재에 기인하며 따라서 최근의 경제위기는 정부재정의 역할 범위, 재정제도의 구조와 운용, 재원조달 능력과 재정지출 규모의 조화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재정지출의 편익은 즐기고 부담은 피하고자 하는 이기심의 재정적·사회적 통제 등 이미 널리 알려진 다양한 재정정책적 과제의 중요성을 다시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최근 세계적 경제위기의 근본 원인은 경제이론의 결함이나 경제정책 아이디어의 빈곤이 아니라 개별 국가의 정부와 국제기구가 합리적 경제정책을 선택해 실천하는 데 필요한 정치적 리더십과 국제적 협력을 포함하는 정치적 역량의 부족에 기인하는 바가 더 크다. 경제학의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정치의 실패로 보는 것이 더 진실에 부합할 것이다.” 윤 교수의 주장이다.
최광 한국외대 교수도 현재 글로벌 위기에 대해 “자본주의나 경제학의 잘못이 아니고 정책 결정자들의 무지와 무능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거시경제와 금융의 관계, 중앙은행의 역할 등은 이미 2008년 이후 수정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그러한 사실이 경제학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경제학은 그 이전에도 주요 사건이 있을 때마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수정돼 왔다”고 밝혔다.
반면 김진일 고려대 교수는 “보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아직 보완할 수 있는 발전된 이론이 존재하지는 않는다”면서 ‘수정’ 쪽에 무게를 두었다.
금융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견도 많았다.
문춘걸 한양대 교수는 “상시 감독 기능의 강화나 금융기관의 정기보고 의무 강화 등 금융감독기관의 책임 있는 역할을 강조해야 한다”고 했고, 최창규 명지대 교수도 “금융위기의 발생이 시장 실패가 아닌 정부정책(부동산정책, 저금리정책, 금융정책, 금융감독정책 등)의 실패”라고 주장했다.
설문에 참여한 분(대학 가나다순) 양준석(가톨릭대) 구정모(강원대) 유재원 장국현(이상 건국대) 채희율(경기대) 하인봉(경북대) 권영준 이우헌(이상 경희대) 김동원 김진일 신관호 이필상(이상 고려대) 장덕주(국민대) 강명헌(단국대) 김종일 송병호 이성량(이상 동국대) 최창규(명지대) 김영재(부산대) 강호상 남준우 조장옥(이상 서강대) 김소영 민상기 박지형 이근 조재호 표학길(이상 서울대) 원용걸 최경욱(이상 서울시립대) 이종욱 이준행(이상 서울여대) 김경수 김인철 장영광 조준모(이상 성균관대) 배경일(수원대) 강인수(숙명여대) 장범식(숭실대) 박영준(아주대) 김정식 박태규 신동엽 윤건영(이상 연세대) 박정희(영남대) 김세완 안홍식 전주성(이상 이화여대) 정인교(인하대) 김영용(전남대) 노상채(조선대) 김동순 안국신 안충영 장지인 홍기택(이상 중앙대) 최광(한국외대) 문춘걸 이상빈 임양택(이상 한양대) 백승관(홍익대)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창간 제25호(2012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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