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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사람이 자산인 기업이 끝까지 살아남는다…두산그룹 박용만 회장
입력 : 2012.10.05 17: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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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박 회장은 그룹 내에서 소탈하고 친근한 CEO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직원들의 회식자리에 자주 동석하는가 하면 술 취한 모습을 SNS에 올리거나 부인의 눈치를 보는 소소한 일상들을 공개해 직원들 사이에서 ‘회장님 아부지’로 불릴 정도다.
숫자 하나도 놓치지 않는 치밀한 경영자와 소시민적인 모습이 다분한 소탈한 CEO의 두 모습을 갖고 있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에 대해 알아봤다.
인재 중시하는 전천후 실무형 CEO
이처럼 엘리트 과정을 거친 뒤 다양한 분야에서 일해 온 박 회장이 가장 중시하는 경영요소는 무엇일까.
정답은 ‘사람’이다. 박 회장은 그룹회장에 취임했던 지난 4월 5일 간담회에서 “사람은 시스템과 역량만으로도 세계를 제패할 수 있다”며 “인재 확보를 통해 승부를 내는 게 가장 확실하고 지속가능한 길”이라고 말했다.
두산그룹 TV 광고를 통해 강조하고 있는 ‘사람이 미래다’라는 문구 역시 박 회장이 직접 쓴 글이다. 그는 “사람이 자산인 기업은 업종이 바뀌어도 경영상황이 변해도 살아남는다”며 “두산그룹이 대표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박 회장은 아무리 일정이 바빠도 인재와 관련된 사항은 직접 챙긴다. 대학채용설명회에 직접 참석해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내세우며 회사의 비전과 실적을 설명하는 CEO는 그가 거의 유일하다. 또 MBA 졸업생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직접 미국에 건너가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해마다 열리는 신입사원 환영회와 뒤풀이에서는 직접 술잔을 부딪치기도 한다.
사실 인재를 중시하는 것은 어떤 기업이든 똑같다. 하지만 박 회장의 인재론은 약간 다르다. 그는 천재보다는 노력하는 둔재를 더 높이 평가한다. 뛰어난 능력으로 팀의 불화를 일으키는 것보다는 팀 전체가 한마음으로 화목하게 진행하는 ‘인화’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격의 없고 소탈한 모습의 얼리어답터
SNS 외에도 박 회장의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는 일화는 많다. 여직원이 실수로 잘못 보낸 문자에 장난스러운 답장을 하는가 하면 TV 연예프로그램에 출연해 여자친구를 찾는 데 실패했던 직원을 조용히 식사자리에 불러 위로해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박 회장은 최근 사내 직원들로부터 ‘회장님 아부지’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치밀하고 선 굵은 경영스타일을 보여주지만 직원들에게는 너그럽고 격의 없는 ‘아버지’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편 그는 얼리어답터로 불리기도 한다. 아이폰 마니아를 자처하는 그는 SNS가 국내에서 생소할 때 가장 먼저 가입해 활동을 시작한 초기 회원이다. 또 신형 아이폰이나 다양한 디지털 기기가 출시되면 개봉기를 올리는 호기심 가득한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부인 무서워하는 공처가 스타일? 대부분의 경영인들이 사생활을 철저히 비공개로 하는 것과 달리 박 회장은 자신의 가정생활을 비교적 자주 공개하는 편이다. 특히 ‘뷘마마’로 불리는 부인 강신애 씨와의 애정 행각(?)을 유감없이 SNS에 올려 소시민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자산규모 26조원의 재계서열 10위권인 두산그룹을 이끄는 최고경영자인 만큼 술자리를 자주 가질 수밖에 없을 텐데 그때마다 부인에게 혼나거나 투덜대는 모습을 SNS에 올려 관심을 받았다. 술 마시고 귀가했을 때 부인을 무서워하는 평범한 공처가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줘 그룹 내는 물론 SNS 지인들 사이에서도 준개그맨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값비싼 위스키나 고가의 와인을 즐길 것 같지만 의외로 막걸리를 좋아하고 늦잠을 자는 등 평범한 모습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박 회장은 현재 부인 강신애 씨와의 사이에 서원·재원 등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이 중 장남인 서원 씨는 광고사인 빅앤트 인터내셔널을 설립해 경영 및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차남인 재원 씨는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종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창간 제25호(2012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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