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VER STORY] 인터뷰 -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소통은 팩트가 아니라 감성이다

    입력 : 2012.08.24 10:43:51

  • <20대 심리학> <습관의 심리학> <도대체, 사랑>의 저자이자 명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직장인의 힐링에 대해 ‘능동적인 참여(Activity)’를 강조했다.
    사진설명
    웰빙이 지고 힐링이 뜨는 시대다. 웰빙은 어떻게 해야 잘사느냐를 얘기했는데 잘사는 사람들, 행복한 사람들만 보여주는 건 ‘저만큼 살고 있으니 행복하겠지’란 생각을 낳는다. 힐링은 ‘저렇게 굉장한 사람도 힘든 점이 있구나’라고 공유하면서 나의 아픔을 치유한다.

    그래서인지 최근 방송가의 화두 역시 힐링이다.. 그동안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연예인들이 아프고 힘들었다니까 보는 이는 비슷하다는 동질감과 소속감을 느낀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란 생각에 자신의 아픔이 치유된다. 물론 연예인의 인기도 올라간다.

    힐링 열풍이 불고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현시점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인터넷 시대다. 여러 사람의 네트워킹이라는 SNS는 사실 내 얘기만 써놓고 의견이 다르면 팔로우하지 않는다. 나와 다른 의견은 듣지 않는다. 이건 결국 양극화를 부추긴다. 개방성이 아니라 폐쇄성을 심화시키고 있다. 누군가와 대화는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진정성은 없다. 어쩌면 쉽게 다른 이들의 부와 인기를 보며 상대적인 박탈감은 더 커졌다. 개개인의 외로움이나 고독감도 깊어지고 있다. 그런데 나도 이렇게 아프고 힘들다고 이야기하니 위안을 얻게 된다. 힐링으로 빠져드는 이유다.

    직장인으로 포커스를 맞춘다면.. 최근의 직장인들은 조직 안에서 경쟁이 더 심해졌다. 시도 때도 없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요구한다. 그 안에서 갖게 되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데가 많지 않다. 술 한 잔에 마음 달래곤 한다더니 이젠 그런 회식자리도 현저히 줄고 있다. 이 시점에선 감성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감성인가.. 직장에서의 대화를 떠올려 보자. 상사, 동료들과 대화는 많이 하는 것 같은데 팩트(Fact)에 근거한 얘기가 전부다. 밥 먹었나, 일은 다 했나, 감성이 없다. 부부간, 자녀간에도 마찬가지다. 대화가 모두 팩트다. 소통을 강조하지만 절대 소통될 수 없다. 내 감정과 상대의 감정을 알고 추구하는 게 같아야 소통할 수 있다. 대화가 어색하면 함께 할 수 있는 액티비티(Activity)가 답이다. 운동을 하거나 같은 취미활동을 갖는 게 소통의 첫걸음이다.

    그렇다면 조직의 임원들은 어떠한가.. 한국의 직장인은 직급이 오를수록 과묵해지고 심각해진다. 미국은 CEO들 중 경조증을 가진 이들이 많다고 한다. 이들은 활발하고 좌중을 이끌어가는 특징이 있다. 우린 실수할까봐 걱정한다. 혹 부하직원이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한다. 좀 더 자신을 오픈시킬 수 있는 자신감, 쉽게 말해 가끔 부하직원들 앞에서 실수도 하고 푼수도 떨 수 있어야지. 사람들은 능력자가 실수할 때 인간미를 느낀다. 임원이라면 이미 능력을 인정받은 것 아닌가.

    힐링 열풍의 문제점이라면. 너무 아픈 점만 내세우고 있다. 특히 TV 속 연예인들의 아팠던 기억을 도드라지게 부각시킨다. 방송에 자살하고 싶었다는 사람이 너무 많다. 과연 청소년들이 보기에 어떨까. 지나친 상업화다. 힐링은 무거운 주제가 아니다. 가벼운 감성교류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3호(2012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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