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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Part ❸ 인터뷰- 혜민 스님…내 가치는 스스로 정하는 것, 그것이 힐링
입력 : 2012.08.24 10: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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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제 소개를 해야겠지요. 조계종 승려 혜민이고요. 미국의 시골 대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안식년을 맞아서 서울대 규장각에서 지냈었지요. 그때 학생들과 만나는 자리가 많다보니 SNS를 열심히 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청년들의 고민을 상담하게 됐고 책을 내게 됐어요. 최근에도 책을 냈는데, 왜 그렇잖아요. 저자 입장에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면 좋잖아요. 미국에서 들으니 8주째 1등을 하고 있다길래 귀국해서 가장 먼저 어딜 간 줄 아십니까. 서점에 갔어요. 저도 아직 부처가 아니고 중생인지라.(웃음) 서점에는 책이 3종류가 있습니다. 서있는 책, 누워있는 책, 꽂혀있는 책. 제 책이 똑바로 서 있길래 그 앞을 어슬렁거렸지요. 혹시라도 누가 알아보면 어쩌나 하면서도 한 분은 알아보시겠지 했는데(웃음) 근데, 아무도 못 알아 보시더군요. 그래서 아예 제 책을 제가 샀어요. 설마 계산하는 분은 알아보시겠지 했는데 못 알아봐.(웃음) 그리곤 지하철을 타고 몇 쇄나 인쇄됐는지 보려고 책을 펼쳤어요. 혹시나 앞에 앉은 분은 책 표지 사진과 내 얼굴을 알아보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나 모르시더군요. 여기서 느낀 게 있습니다. 이건 제가 서른 살 무렵에 느끼고 책에 남겼던 사실인데요.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세상 사람들은 내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에요.”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스트레스 중 하나가 내가 이 일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점이에요. 그래서 주저주저하고 괜히 쓰지 않아도 될 에너지를 소진시킵니다. 생각하는 것만큼 사람들은 관심이 없거든요. 그런 일에 에너지 쓰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은 하면서 살아도 됩니다.(웃음) 물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면 안 되겠지요. 그렇지 않다면 너무 고민만하면서 안된다며 탓하고 어렵게 만들지 말고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감옥에 날 가두지 말고 자유롭게 살아보세요. 전 그 순간 바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분도 자신감 있게 스스로 좋은 일을 하면서 사시면 좋겠네요.”
강연회에서 관객의 사연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혜민스님.
“부모님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있어요. 미국인들이 그러더군요. 어떻게 기러기 부부가 생길 수 있냐고. 서로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닌데 왜 떨어져 있냐고. 자기 인생이 있는데 왜 아이를 위해서 희생하냐고. 저도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사랑 때문이죠. 그런데 가만히 보면 그렇게 살아가는 것에 비해서 결과가 썩 만족스럽지 못할 때가 많아요. 그래서 부모님은 외롭고 고독할 때가 있습니다. 사실 전 애가 없습니다. 스님이 봉창 두드리는 소리일 수도 있는데요.(웃음) 앞으로는 부모님이 아니라 아이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잘못된 선택을 하면 어쩌냐고 걱정하는데 아이들은 속으로 왜 날 아이 취급하냐고 짜증스러워 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하지 않으면 나중에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해요. 이게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고마워하지 않습니다. 정말로 똑똑한 부모님은 아이가 선택할 수 있게 하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철저하게 묻습니다. 또 아이가 선택하려 할 땐 어른 대접을 해야 합니다. 경우의 수를 설명해주고 네 삶의 운전대는 네가 쥐고 있다는 걸 스스로 알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생깁니다.”
“사람이 왜 불행한 줄 아세요. 나는 한 번도 내 인생을 선택한 적이 없어. 내가 이렇게 불행해진 건 부모 잘못 만나서, 사회가 이래서 그래. 난 피해자야. 이렇게 남을 탓하기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세요. 정말 내가 한 선택은 없는지…. 단지 용기가 없었을 뿐이잖아요.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가면서 남들 욕만 했잖아요. 하지만 그 길도 진정 원했다면 갈 수 있었던 길이잖아요. 남 탓 많이 하면 행복해집니까? 아니지요. 내 삶을 내가 운전할 수 있을 때 행복해질 수 있어요.”
“이직에 대해 묻는 분들이 있으세요. 옮기려는 회사가 장밋빛은 아니지만 지금의 회사가 평생직장은 아닌 것 같다는 것이죠. 새로운 직장에 간다고 해서 지금보다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내 인생의 운전대를 내가 쥐고 간다는 생각에 행복해질 수는 있습니다. 스스로가 나만의 빛깔을 찾아서 트렌드세터가 되세요.”
“어떤 분들은 제게 나중에 법정 스님처럼 큰 스님이 되라고 말씀하세요. 그런데 전 법정 스님이 아니고 혜민 스님이 되고 싶어요.(웃음) 전 법정 스님처럼 산골에 들어가 홀로 지내는 게 싫어요. 전 서울이 좋아요. 물론 법정 스님을 엄청나게 존경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겐 개개인의 빛깔과 향이 있어요. 남을 좇아 따라 하는 건 크게 성공할 수가 없어요. 하더라도 2인자가 될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개개인이 느끼는 가치란 게 있는데 그걸 꼭 남들과 비교해서 생각합니다. 항상 나보다 잘난 사람과 비교해서 생각해요. 그러니 늘 부족하고 뒤처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잠시 쉬고 싶어도 멈출 수가 없어요. 자신의 가치는 그렇게 따져선 안 됩니다. 내가 즐겁고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이라면 비교가 무의미하지요.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면 나만의 스타일이 생깁니다. 당연히 스스로 내 가치를 평가해야죠. 누군가 내게 ‘넌 8등 밖에 안돼’라고 하면 그런 얘긴 절대 받아들이지 마세요. 내 가치의 결정권을 절대 남에게 넘겨주지 마세요.”
“이제 절 따라 해보세요. 눈을 감으시고 숨을 편안히 들이쉬고 내쉬세요. 어깨와 다리의 힘을 빼고 오른손으로 심장을 따뜻하게 쓰다듬어주세요. 그리고 생각합니다. 우리 몸 너무 고맙습니다. 한평생 날 살게 해줘서. 내 것이라 막 쓰고 돌아다녔는데 알고 보니 잠시 들어와 있을 뿐이군요. 몸에 고마운 느낌을 보내주세요. 그리고 절 따라 말해주세요.”
남들과 비교당하면서 상처받고 힘들었던 나를 사랑합니다.
남들 보기에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나는 지금 이대로의 나를 사랑합니다.
나의 상처가 치유되기를, 나만 아는 나의 상처가 치유되기를.
남들은 모르는 나의 상처가 치유되기를.
나의 아픔이 치유되기를.
나만 아는 나의 아픔이 치유되기를.
내가 행복해지기를.
내가 용서할 수 있기를.
그를 용서할 수 있기를.
나도 행복할 권리가 있으니 그를 용서할 수 있기를.
그를 잊고 내 인생을 살아야 하니까.
그를 용서할 수 있기를.
그를 미워하면서 나를 힘들게 한 나 스스로를 용서하겠습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3호(2012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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