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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저출산 ‘인구 오너스’ 효과 현실로
입력 : 2012.08.06 10: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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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인구변천을 유럽 국가들은 수세기에 걸쳐 경험한 반면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경험하고 있다. 단기간의 인구변천은 그만큼 큰 충격이 우리의 미래에 다가올 것임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베이비붐 현상과 높은 교육열로 우수한 인적자본을 풍부하게 보유하게 됐다.
이러한 인적자본은 단기간 내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원동력이 되는 이른바 ‘인구보너스(Population Bonus)’ 효과를 가져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장기간 지속된 저출산 현상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경제성장이 지체되는 ‘인구오너스(Population Onus)’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실로 우리나라 출산율은 1983년에 인구대체 수준(여성 1명이 가임기 동안 평균 2.1명 출산시 가능)에 도달한 이후 1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02년부터 1.2 내외의 세계 최저 수준이 지속되고 있다. 그 결과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7년부터 그리고 총인구는 2030년을 정점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인구 감소는 노동력 부족과 함께 노동력 고령화를 가속시킬 것이다. 또 내수시장이 위축되면서 우리경제의 대외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고 노동력 고령화로 대외경쟁력이 약해지면서 경제는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많은 선진국들은 18세기부터 출산율이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출산율 수준이 왜 우리나라보다 높게 유지되고 인구감소와 인구고령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을까?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인구를 바람직한 상태로 유지해 사회 전체가 위험에 빠지는 것을 사전적으로 방지하는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20세기 초 출산율이 2.0으로 떨어져 이른바 ‘인구감소공포’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면서 1910년대부터 출산장려정책을 펼치고 있다.
1970년대에 서구사회 정치가들 사이에는 저출산·고령화로 사회경제가 전반적으로 활기가 없어져 결국에는 서구문명이 몰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유엔에서 1999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국가의 5분의 1 이상이 출산율을 높이거나 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61년부터 인구증가억제정책을 추진해 1996년에 폐지한 바 있다. 이후 인구자질향상정책기(1996~2005)를 거친 후 2006년부터는 저출산·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출산억제정책은 베이비붐 현상 이후 지나치게 높은 인구증가율을 경제 성장과 사회 발전에 적합하도록 조정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1990년대 당시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저출산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의 전환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은 겸허히 반성해야 한다. 당시 인구정책은 출산율이 어느 수준에서 유지되고 인구를 어느 상태에서 유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궁극적인 목표가 설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저출산·고령사회 정책도 지나치게 낮은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방향을 명시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달성해야 할 출산율과 인구에 대한 목표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도달해야 할 인구는 무엇일까? 적정인구(Optimum Population)는 경제와 사회에 바람직한 인구로 우리가 달성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적정인구는 세계경제에 대한 우리경제의 기여도를 2.2% 수준에서 지속시켜 국제적 위상을 유지하고 3% 수준의 경제성장을 유지하되 성장과 복지 간 재정균형을 이룰 수 있는 인구로 규정할 수 있다. 적정인구의 경로는 2020년 4960만명, 2050년 4938만명, 2080년 4299만명으로 추정된다.
현 출산수준이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 인구(통계청 추계)는 2044년까지 적정인구를 초과하나 2045년부터는 인구가 부족해지고 생산가능인구는 그보다 더 빠른 2042년부터 부족해지기 시작할 것이다.
적정인구를 유지해 인구부족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2011년 현재 1.24명에 불과한 출산율을 2045년까지 적어도 1.8명으로 높여야 할 것이다.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서 만혼화를 완화하기 위해 취업과 결혼 준비기간을 단축시킬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학력차별금지법 제정, 일-학습 병행 후진학체계 구축, 학교교육-산업현장 간 연계 등이 중요하다.
또 신혼부부의 주거부담 경감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소형주택 등이 공급되고 전세·구입자금 이율도 낮춰야 할 것이다. 보육서비스 공급체계를 재구조화하고 질적 수준도 높여야 한다.
그 일환으로 시설보육과 시설외보육 간 균형발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으며 아동수당을 도입해 다자녀가정에 대한 조세감면도 확대해야 한다.
모든 남녀 근로자가 직종이나 지위와 무관하게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부모보험’을 도입하고 이를 통해 육아휴직 동안 급여를 현 월 50~100만원에서 평상임금의 80% 이상으로 현실화하는 한편 직장에서 인력을 원활하게 대체할 수 있도록 인력대체 수급계획을 세우고 이를 전담할 기관을 설립해야 할 것이다. 가족친화적인 직장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가족친화 기업경영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 모든 노력을 위해 GDP 대비 가족지출비율을 2010년 기준 0.98%에서 3%대 이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2030년까지 적정인구 유지에 필요한 인력이 부족하지 않으므로 주로 노동시장의 인력미스매치 해소에 역점을 두고 청년층, 여성, 단기외국인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적정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출산율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2030년대부터 노동력 부족이 나타나기 때문에 잠재인력(여성·고령자)을 노동시장으로 유인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만약 적정인구 유지를 위한 출산율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경우에는 2040년대부터 노동력 부족 심화에 대비해 국내의 잠재인력(여성·고령자)뿐만 아니라 추가적으로 외국인인력 유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성장과 복지 모두 지속될 경우 보장될 수 있으며 그 키(Key)는 인구를 어떻게 경영하는가에 달려 있다. 역사적으로 로마는 인구경영에 실패해 용병에 의존하다 결국 패망의 길을 걸었다.
일본도 인구고령화로 인해 세계 경제에서 그 위치가 점차 약화되고 있음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지금부터 국가는 미래인구전략을 치밀하게 세우고 국민은 합의와 협력을 통해 실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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