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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Trend]나는 디지털 보헤미안 `WiFi 없는 세상 생각할 수 없어`
입력 : 2012.08.06 10: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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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형 와이파이 구축은 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 양주시가 지난 3월 하순 시청사와 산하기관 등 80여곳에 와이파이존을 구축했다. 통신사와 관계없이 누구나 무료로 접속할 수 있어 호응이 크다. 서울시도 오는 2015년까지 모든 공공건물과 지하철에 행정 와이파이망을 구축하는 등 시내 전 지역에서 무료로 와이파이를 쓸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고속철도 KTX 특실에서만 제공되던 와이파이 서비스가 지난해 8월부터는 전 객실로 확장됐다. 부산도시철도는 4월부터 열차 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충남대병원을 비롯한 지역병원에서도 와이파이 무료 인터넷망 구축 바람이 일고 있다. 환자들과 의사들의 요청이 쇄도해서다. 외래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나 장기입원 환자 가운데 스마트기기를 통한 무선 인터넷 사용이 급증해 이런 추세는 한층 강해질 전망이다. 쇼핑업체도 와이파이가 없으면 장사가 안 된다. 이마트는 일찍이 지난해 중반 전 점포에 와이파이망을 깔아 고객 유인 포인트로 삼고 있다.
인터넷 전화도 와이파이망을 이용한 게 생겼다. 가정 내에 인터넷 AP(접속지점) 장치를 설치한 뒤 무선랜 방식으로 전화를 쓰게 하는 것이다. 기존 인터넷전화는 유선랜을 연결해야 하는 설치 장소에 제약이 있는 데 비해 와이파이폰은 그렇지 않아 편리하다. 통신사 가운데 3위로 뒤처져 있다가 올해 들어 LTE로 반전을 노리는 LG유플러스는 지난 6월 7일 스마트폰 수준의 멀티미디어 기능을 가진 인터넷 집전화 ‘070플레이어’를 선보였다. 이 전화도 역시 초고속 인터넷과 와이파이를 기반으로 한다. 가입자들끼리 영상통화는 물론 외부에서 집안 보안상태 등을 확인하고 감시할 수 있다.
와이파이가 뭐기에 이럴까. 와이파이는 홈 네트워킹, 휴대전화 등에 쓰이는 무선기술의 상표명이다. 흔히들 무선랜이라고도 부른다. 무선으로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장치가 설치된 곳을 중심으로 일정한 거리 내에서만 초고속 인터넷을 쓸 수 있다.
무선주파수를 이용하기 때문에 전화선이나 랜선이 필요하진 않지만 휴대용 스마트기기나 노트북, 컴퓨터 등에는 무선 랜카드가 있어야 한다.
와이파이 접속이 보편화되면서 이젠 집에서도 유선이 아닌 무선으로 인터넷을 쓰는 이들이 많아졌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급증하자 와이파이는 무선인터넷 시대의 대명사처럼 인식되고 있다. 일부 통신사는 와이파이가 잘 연결되느냐를 마케팅 핵심 포인트로 삼아 광고한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일정 금액을 내고 3G(3세대) 네트워크상에서 데이터를 무제한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단말기를 쓰는 이들은 무제한 요금제가 없어 용량 부족 걱정도 적잖다. 때문에 무료로 제공되고 있는 와이파이망에 연결해 쓰려는 경향이 강하다. 자연히 와이파이망이 잘 갖춰진 통신사를 선택하려는 이가 많아 통신사들은 자사의 와이파이 인프라를 더 늘리며 장점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유선 인터넷망이 잘 갖춰져 있는 편이다. 산골짜기나 외딴 섬에서도 초고속 인터넷을 쓸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유선 인터넷에 비해 와이파이로 대변되는 무선 인터넷 인프라는 아직 부족한 편이다. 그래도 집에서나 소규모 작업장에서는 유선 인터넷을 무선 신호로 바꿔주는 유무선 공유기가 많이 나와 불편함이 별로 없다. 문제는 속도다. 유선에서 나오는 정도의 속도를 구현하기가 아직은 쉽지 않다.
SK텔레콤이 현재 7만여 개인 와이파이존을 9만개 가까이로 늘리는 작업에 나서 올해 말께면 국내 와이파이존은 19만~20만개로 늘어난다. 그렇게 되면 국내 웬만한 대도시 구석구석에서도 와이파이를 쓸 수 있을 전망이다. 물론 와이파이에도 한계는 있다. 움직이면서는 쓸 수 없다는 것. 와이파이 구역 간 신호가 넘어가지 않아서다.
기술 발전으로 요즘엔 몇 천원만 추가로 내면 이동 중에도 와이파이를 쓸 수 있다. KT에서 ‘들고 다니는 와이파이’라고 선전하는 와이브로 에그(Wibro Egg)와 3G(3세대) 에그가 그것이다. 와이브로 에그는 이동식 무선통신 기술인 와이브로 신호를 와이파이로, 3G 에그는 3G 신호를 와이파이로 변환시키는 장치다. 휴대전화에 이 장치를 끼우면 노트북·태블릿PC 등에서 이동 중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다. 차를 타고 갈 때 유용한 기기인데 실제론 선전하는 만큼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조금 빨리 움직이면 속도가 확 떨어지고 서울을 벗어나면 먹통이 되기 일쑤다.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와이파이가 선호되자 통신사들은 기존 망을 유지보수하거나 새로운 와이파이망 구축에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 미래를 위한 투자지만 비용은 적잖은 부담이다. 앞으로는 이런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슈퍼-와이파이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슈퍼-와이파이(Super-WiFi)는 기존 와이파이에 비해 신호 도달거리가 3배에 달하고 연결되는 면적이 16배나 넓은 와이파이다. TV채널 간 충돌을 막기 위해 비워둔 대역폭을 개방해 와이파이 도달거리를 늘리는 방식이다. 아직 국내에선 실용화되지 않았지만 구축이 된다면 다른 장치 없이도 어느 정도 이동하면서도 쓸 수 있는 더 강력한 와이파이 시대가 개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와이파이 네트워크가 구축된 2.1GHz 대역보다 더 고주파로 신호특성이 좋은 5GHz 대역도 개발되고 있다. 더 높은 주파수 대역의 와이파이를 쓰려면 당국의 허가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긴 하지만 일단 상용화되면 소비자들로선 품질이 더 깨끗하고 안정된 와이파이를 즐길 수 있게 된다.
다만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통신사들이 데이터량 폭증과 요금인하 압력으로 실적이 나빠지는 것은 와이파이 미래에 악재다. 통신사들이 투자부담을 스마트기기·콘텐츠업체 등과 나누지 못하면 지금까지는 무료로 제공되던 와이파이 서비스를 유료화하거나 통신요금을 올리는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서다.
최근 카카오가 무료 모바일 인터넷전화 ‘보이스톡’을 개통하자 SK텔레콤·KT 등은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대응책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는 게 바로 와이파이 유료화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선 와이파이를 쓰려면 저렴한 가격이기는 하지만 별도의 패키지 통신상품을 사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며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봐서 여의치 않으면 국내에서도 와이파이 유료화를 추진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만에 하나 와이파이 유료화가 가시화되면 통신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장종회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3호(2012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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