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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스타 CEO]② 최대 유통업체 쑤닝전기 장진둥 회장…삼성전자도 월풀도 열렬히 구애합니다
입력 : 2012.08.06 1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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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난징 사범대학 중문과 졸업
1985년 의류기업 하오웨이 입사
1990년 에어컨 도매회사 설립(이후 쑤닝전기로 발전)
2004년 쑤닝전기 중국 A시장 상장
2006년 CCTV 중국경제인물 선정
2009년 개인자산 27억달러
쑤닝전기 점포수 1724개
매출액 938억8888만위안(17조원)
순이익 64억7000만위안(1조1700억)
종업원 17만명
*2011년 기준
장진둥(張進東) 쑤닝전기 회장의 성공신화는 25세이던 1987년 10만위안의 자금으로 난징시 번화가에 에어컨 대리점을 차린 것이 발단이 됐다. 이어 몇 년간 사업 경험을 축적한 그는 1990년 에어컨 전문 도매회사인 쑤닝자오가전을 설립한 것이 지금 쑤닝전기(蘇寧電器)의 전신이 됐다.
회사 설립 초기 장 회장은 ‘춘란 에어컨 난징 판매점’이라는 간판으로 중국 토종 브랜드인 춘란 에어컨만을 판매했다. 춘란은 장쑤성 타이저우에 위치한 국유기업으로 1990년대 에어컨 시장에서 이미 점유율 1위(30%)를 기록하고 있던 중국의 유망기업이었다.
그러나 당시 중국에서는 에어컨은 사치품으로 규정돼 있어 그다지 판매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일부 비즈니스 건물이나 부잣집에서 설치하는 정도였다. 에어컨 하나를 설치하려면 높은 전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전기선을 따로 깔아야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요금을 추가로 부담하는 규정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에어컨 고객은 철저하게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일부 국유기업이 주요 에어컨 판매경로를 독점했던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었다. 여름철 성수기에는 대형 국유 유통기업이 아니면 물량을 확보하기조차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이런 현실에서 미래를 내다본 인물이 바로 장 회장이었다. 그는 중국의 경제 성장과 함께 에어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을 정확히 꿰뚫어보고 에어컨에 미래를 걸었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동안 국유업체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바람몰이를 이어갔다. 당시 ‘쑤닝에서 에어컨을 구매해 시원한 여름을 보내자’는 슬로건과 함께 시작된 대대적인 광고는 중국 내에서 큰 화제가 될 정도였다.
장 회장은 그릇이 남달랐다. 지방정부 영향력 아래에 있던 다른 유통업체들이 타 지역 제품을 들여오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달리 쑤닝은 초기부터 전국적인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전국 모든 가전 메이커를 끌어들이기 위해 그들의 신뢰를 얻는 데 주력했다. 판매와 수입에 관한 실적을 투명하게 공개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금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회사 실적을 정기적으로 상세하게 보고하는 쑤닝의 전통은 이미 그 때부터 자리가 잡혔다. 얼마가지 않아 쑤닝은 거의 모든 가전 브랜드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중국 소비자들의 본격적인 비교구매 시대가 열렸다.
장 회장은 회사 설립 초기부터 이익을 직원들과 공유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4명의 쑤닝전기 경영진이 한때 중국 부호 50인에 이름을 올린 것도 그 덕분이다.
그의 창업관은 대단히 소박하다. 그는 “창업이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라며 “그 일이 꼭 대단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그보다는 “차곡차곡 쌓아가다 보면 큰 일이 되기 마련”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 동시에 사업가로서 개인의 능력보다는 협력을 중시한다. 쑤닝전기가 지난 2003년 사스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 사회적으로 크게 인정받았던 것도 그런 협력의 정신 때문이었다. 당시 베이징에서는 샤오탕산 병원을 짓느라 동시에 많은 에어컨이 필요했다. 이때 쑤닝은 에어컨 설치 전문팀을 동원해 병원에 4시간 만에 에어컨을 전부 설치해 관심을 끌었다. 장 회장은 “사회에서 얻은 만큼 되돌려줘야 한다”며 “사회적 책임감을 쑤닝의 사명으로 여긴다”고 말한다.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 있는 초대형 상가. 바닥 면적이 한국 대형 할인점의 몇 배는 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크다. 이 건물의 1층에는 해외 패스트푸드 체인점을 중심으로 하는 식당가가 마련돼 있고 2층과 3층은 미국의 대형 할인점 월마트로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지하 1층엔 중국 토종 가전 양판점인 쑤닝전기(蘇寧電器)가 자리 잡고 있다.
쑤닝전기의 LG매장
이제 쑤닝전기를 빼놓고는 중국 가전 시장을 말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조만간 세계 최대 가전시장으로 부상할 것이 확실시되는 중국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글로벌 가전 메이커들이 쑤닝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을 정도다. 쑤닝 매장의 어떤 위치에 판매대가 설치되느냐에 따라 매출이 엄청나게 차이가 날 정도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 쑤닝과 다년간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그동안에도 협력관계를 이어오긴 했지만 쑤닝이 무섭게 빠른 속도로 성장을 거듭하자 협력 강도를 높이지 않을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가전의 대명사인 미국 월풀도 중국 영업망을 확충하기 위해 올해 들어 쑤닝전기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두 회사는 향후 3년간 월풀 에어컨과 냉장고, 세탁기, 온수기 제품의 판매액을 2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국의 백색가전 브랜드 가운데 1위를 차지하겠다는 것이 월풀의 전략이다. 이미 17년 전 중국에 진출해 생산기지 3곳과 연구개발센터 2곳을 보유하고 있는 백전노장 월풀에게도 쑤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파트너로 떠오른 셈이다.
중국 메이커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중국 최대 PC업체로 세계 2위로 부상한 레노버 역시 지난 6월 쑤닝과 전략적 합작 계약을 체결했다. 2009년 체결한 협력 계약을 확대한 것이다. 이제 레노버의 최신 제품은 쑤닝 매장을 통해 처음으로 출시된다. PC 위주에서 스마트TV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레노버로서는 쑤닝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세계 유통업계의 거물로 떠오른 쑤닝전기의 성공 키워드는 고객만족 경영에 있다. 제품을 판매하는 데만 급급해 하지 않고 고객에 대한 사후관리에 심혈을 기울인 것이 지금의 쑤닝전기를 만들었다. 쑤닝은 중국 전역에 30개의 고급 기술서비스센터를 포함한 1800개 애프터서비스(AS)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AS를 전담하는 기술자만 1만5000명에 달한다.
면적이 넓은 중국의 특성에 맞게 배송시스템 역시 첨단으로 설계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 쑤닝은 현재 첨단 IT시스템을 이용해 반경 80~300㎞ 이내 거리 지역에 대해 17만개 이상의 품목을 하루 24시간 내에 배송할 수 있는 공급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를 위해 상하이와 톈진, 선양, 청두, 허페이, 쉬저우, 우시 등 전국 곳곳의 주요 도시에 첨단 물류기지를 건설했다.
오는 2015년까지는 전국에 대형 물류센터 60여곳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쑤닝전기가 더욱 주목받는 것은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장진둥(張進東) 회장의 성공신화 때문이다. 그야말로 바닥에서 시작해 중국을 대표하는 거부 중 한 명으로 떠오른 장 회장의 창업 스토리는 많은 중국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이 되고 있다.
원래 쑤닝전기는 에어컨 전문 판매점이었다.
그런 쑤닝이 종합 가전 양판점으로 변신한 계기는 우연히 찾아온 위기 때문이었다. 중국 토종 브랜드로 쑤닝의 최대 파트너였던 춘란에어컨이 1996년 10억위안을 투자해 직영점 3000개를 개설하기로 결정한 것. 최대 에어컨 공급업체가 자체 매장을 연다는 것은 쑤닝으로서는 문을 닫으라는 것과 마찬가지의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그러나 장 회장은 여기에 굴하지 않고 에어컨 전문매장을 포기하는 대신 백색가전을 취급하는 종합 가전 양판점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드디어 1999년 12월 난징에 종합가전양판 1호점을 연 쑤닝은 체인점 확대에 박차를 가하면서 사실상 제2의 창업에 나섰고 지금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쑤닝전기가 도약한 또 한 번의 계기는 증시 상장이었다. 그는 종합 양판점으로 변신하면서부터 상장을 통한 회사 성장의 밑그림을 그렸다. 5년간의 준비기간을 마친 쑤닝은 2004년 7월 선전거래소에서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당시 29.88위안의 개장가로 시작한 첫날 증시는 무려 100.24% 오른 32.70위안에 마감하며 당시 중국 최고가를 기록했다. 장 회장의 재산은 하룻밤 사이에 12억위안으로 늘었다.
쑤닝의 변신은 끝이 없다. 지난해 6월에는 일본 가전제품 유통업체 라옥스 지분 51%를 인수해 유통 선진국 일본 시장에 첫 발을 디뎠다. 적자 경영에 허덕이던 라옥스 지분을 2009년 8월부터 조금씩 매수하기 시작했을 정도로 용의주도한 전략의 결과였다. 도쿄 아키하바라 등 대도시 역세권을 중심으로 전국에 67개 가전 양판점을 운영하고 있는 라옥스를 통해 그는 선진 유통기업을 다시 배워나가고 있다. 라옥스를 통한 쑤닝전기의 또 하나의 실험은 가전 이외 품목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일이다. 라옥스의 중국 매장을 통해 가전이 아닌 품목 판매에 나섰다.
라옥스 중국 1호 매장은 지난해 난징에 개설됐다. 2호점은 상하이에 문을 열었다. 상하이에만 올해 라옥스 매장 8개를 열 계획이다. 이들 매장에서는 가구와 인테리어 용품도 함께 판매한다. 이는 가전제품을 사려는 고객 중 신혼부부들이 많은 것을 감안한 것이다. 쑤닝전기는 이와 함께 보다 작은 중소도시와 온라인 쇼핑몰을 집중 공략하는 10년 발전계획을 수립해 추진해 나가고 있다.
중국의 주요 중소도시로도 점포를 확장해 2020년까지 점포수를 35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어 홍콩을 발판으로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와 미국, 유럽시장으로도 점포를 확대해 글로벌 기업으로 부상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의 변신도 꾀하고 있다. 가전 이외에 영화관과 식음료, 엔터테인먼트, 레저, 프리미엄 매장 등이 함께 입점해 있는 초대형 쇼핑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정혁훈 매일경제 베이징 특파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3호(2012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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