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ecial reportⅡ]러시아에 대한 오해와 진실

    입력 : 2012.07.25 15:54:02

  • 대문호가 많은 러시아 노벨문학상 최다 수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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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9년 5월 한국 정상으로는 5년 만에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열린 공식 만찬에서 “올해 러시아의 위대한 국민시인 푸쉬킨 탄생 200주년을 맞아 이곳에 오게 된 것은 행운”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보리스 옐친과의 정상회담에서도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를 거론하면서 “위대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러시아가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해달라”고 설득했다. 2004년 9월 모스크바를 방문한 고(故) 노무현 대통령도 러시아 문학을 화제로 삼기는 마찬가지였다. 노 전 대통령은 푸틴과 환담하면서 “러시아에는 대문호가 많다. 학창시절에 고리키의 소설 ‘어머니’를 읽었다. 가장 감명깊게 읽은 작품은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강’이다”고 했다. 회담 분위기는 자연히 부드러워졌다. 권양숙 여사도 학창시절부터 톨스토이, 푸쉬킨의 팬이었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러시아 문학작품이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노벨문학상 수상자 명단을 보면 1901~2011년까지 러시아(소련) 국적자는 4명에 불과하다. 이반 부닌(1933년), 보리스 파스테르나크(1958년), 미하일 숄로호프(1965년), 알렉산드르 솔제니친(1970년) 등 4명이다.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인은 아직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했다. 노벨문학상 최다 배출국은 프랑스로 14명이나 되고, 미국(10명) 영국(9명) 독일(9명) 스웨덴(6명) 이탈리아(6명) 스페인(5명) 순이다.

    소련과 러시아는 다른가? 연세가 지긋한 분들은 러시아를 소련으로 혼동해 부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 먼저 소련(소비에트사회주의연방공화국, USSR)은 1917년 당시 러시아 로마노프 제정을 무너뜨린 사회주의 혁명과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을 거쳐 주변국 합병을 통해 1922년 12월 출범했다. 소련에는 러시아를 포함해 15개 공화국이 속했다. 하지만 설립된 지 69년 만에 소련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이들 15개 공화국은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 개별 주권국가로 나눠졌다. 이들 중 발트해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은 1980년대 말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선포하고 2004년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면서 친서방 노선을 분명히했다. 소련은 ‘연방국가(Federation)’로서 거기에 속했던 러시아공화국은 조약체결권 등을 가진 국제법상 주체가 아니었다. 하지만 소련 해체 후 각 공화국들은 독립된 주권국가가 돼서 UN과 타국의 국가승인을 받았다. 다만 러시아는 소련의 부채와 UN 상임이사국 지위 등 권리를 승계함으로써 나머지 14개국에 비해 소련의 후계국 지위에 있다.



    러시아는 여름에도 날씨가 춥나? 러시아는 사계절 내내 추울 것이라는 오해가 많다. 땅이 워낙 넓다 보니 러시아의 날씨를 딱 잘라 얘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경우 6~8월 여름은 한국처럼 덥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습도가 낮고 아침 저녁에 다소 선선해 아주 무덥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올들어 4월의 어떤 날에는 모스크바 기온이 28도까지 올라갔다는 소식도 들렸다. 2010년 여름에는 모스크바 등 러시아 전역에서 폭염으로 인해 곳곳에서 정전과 함께 산불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모스크바 낮기온은 최고 38도까지 올라갔다. 겨울 기온은 시베리아 중부도시의 경우 영하 40도까지 떨어진다. 모스크바는 대략 영하 10~15도. 최대 영하 30도까지 내려가기도 하지만 이는 특별한 경우다. 한국과 달리 바람이 크게 불지 않아 체감온도가 추가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잠시 밖에 나가있으면 상쾌하다는 느낌이 든다.

    러시아인은 술이 셀까? 추운 날씨로 인해 보드카는 오래전부터 국민주(酒)가 됐다. 보드카는 러시아어의 물(바다)에서 나온 말이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각국의 1인당 연평균 알코올 섭취량(2005년 기준)을 발표했는데, 몰도바(18ℓ) 체코(16.45ℓ) 헝가리(16.27ℓ)에 이어 러시아(15.76ℓ)는 4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14.80ℓ로 전체 13위지만 아시아에서는 최고였다. 전 세계 알코올 평균 섭취량은 6.10ℓ로 러시아는 평균보다 3배 가량 더 마시는 셈이다. 더욱이 보드카의 알코올 도수가 40도에 이르는 독주인 점을 감안하면 러시아인의 술 내공은 상당히 센 편이다. 요즘에는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단속하고 있지만 예전만 해도 길거리에서 음료수처럼 보드카 병을 들고 다니며 마시는 사람들이 많았다.

    보드카는 무색·무취·무미의 ‘3무(無)’의 술로 칵테일 제조에 주로 사용된다. 보드카에 오렌지주스를 섞으면 ‘스크루드라이버’가 된다. 러시아제 국민 보드카인 ‘루스키 스탄다르트’ 외에도 ‘앱솔루트(스웨덴)' ‘스미르노프(미국)’ ‘핀란디아(핀란드)’ 등 외국 브랜드가 많은 것도 보드카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러시아 스킨헤드는 위험? 스킨헤드(Skinhead)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독일 폴란드 등 유럽 국가에도 있다. 이들은 머리를 빡빡 깎고 검은색 가죽재킷과 뾰족한 구두를 신은 채 바지 안주머니에는 칼이나 도끼를 넣고 다닌다. 대체로 백인 우월주의자들로 동양인이나 흑인 등 유색인종을 타깃으로 삼는다. 러시아 사회학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불우한 결손가정 출신이 많고 외국인때문에 자신의 일자리와 삶의 터전을 빼앗겼다고 여기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래서 외국인만 보면 불만이 폭발한다. 특히 히틀러 생일(4월 20일)과 사망일(4월 30일), 러시아 승전기념일(5월 9일)을 전후로 스킨헤드 활동이 활발해 주러시아 대사관은 교민들의 외출을 삼가라는 공문을 보낼 정도다.

    최근 한국 유학생들이 스킨헤드 공격을 받아 사망하는 사건이 수차례 발생하면서 불안한 치안을 우려해 러시아 방문 자체를 피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한국 등 많은 동양계 유학생들이 지하철, 버스를 타고 다니지만 사고 발생은 사실 극소수다. 다른 외국 도시에서도 밤길을 걷거나 외딴 지역을 갈 경우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멀리서 스킨헤드 스타일의 요란한 복장을 한 사람을 보면 재빨리 피하는 게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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