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2인자 최지성 어떤 변화 몰고올까

    입력 : 2012.07.09 17:15:54

  • 사진설명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생년월일 1951년 2월 2일생 학력 1970 서울고등학교 졸업

    1977 서울대학교 무역학과 졸업

    경력 2012. 6 - 현재 삼성 미래전략실장

    2010. 12 - 2012. 6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2010. 01 - 2010. 12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2009. 01 - 2009. 12 삼성전자 DMC 부문장(사장)

    2007. 01 - 2009. 01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

    2003. 03 - 2007. 01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부사장~사장)

    1998. 09 - 2003. 02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전무~부사장)

    1994. 11 - 1998. 08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메모리판매사업부장(이사~전무)

    1993. 10 - 1994. 11 비서실 전략 1팀장(이사)

    1992. 01 - 1993. 10 삼성전자 반도체 메모리수출 담당(이사)

    1991. 03 - 1991. 12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 관리부장

    1985. 01 - 1991. 02 삼성전자 반도체 FFT 사무소장

    1981. 12 - 1984. 12 비서실 기획팀 담당과장

    1977. 07 - 1981. 11 삼성물산 잡화수출부 잡화과



    6월 14일 오후 1시 10분.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페루 헬기추락 사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삼성물산 직원 4명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서초동 삼성물산 본관 1층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 부회장은 분향소 내부와 현관 로비 등의 동선을 체크한 뒤 1층 정문 앞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을 20여분간 기다렸다. 이날 아침 삼성 서초사옥에 출근한 이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함께 오후 1시 30분을 전후로 분향소를 방문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삼성의 2인자로 불리는 미래전략실장이 20여분이나 현장을 대기하는 건 너무 철저한 의전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예정된 시각에 이 회장 차량이 삼성물산 본관 정문에 도착하자 최 부회장은 이 회장을 향해 깍듯이 인사했다. 이 회장의 느린 걸음에 맞춰 이동 속도를 조절해가며 분향소 설치 현황 등을 구두 보고하는 모습은 철두철미한 비서실장의 자세 그대로였다.

    삼성 관계자는 “완벽한 일처리를 추구하는 최 부회장의 업무 스타일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평가했다.

    ‘디지털 보부상’ ‘독일병정’ 등으로 불리는 최지성 부회장이 지난 6월 7일 삼성의 컨트롤타워 수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삼성 최고의 야전사령관으로 삼성전자 글로벌 경쟁의 최일선을 진두지휘하던 그가 갑작스레 미래전략실로 불려온 데 대해 삼성 임직원들은 예상치 못한 인사라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부터 수시 인사 카드를 꺼내든 이건희 회장이 또 한 번의 깜짝 인사를 통해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글로벌 경제위기 국면을 타개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미래전략실장 발탁 배경은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달 유럽을 방문한 후 어떤 상황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2의 신경영’에 준할 만큼 혁신적 변화를 강도 높게 주문했다”면서 “최 부회장은 이런 취지를 충실히 이행할 최적임자”라고 말했다.

    최 부회장의 인사가 단행된 6월 7일은 이건희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포한 지 19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지난 1993년 6월 7일 이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꾸라”며 대대적인 경영혁신을 선포했었다.

    이 부사장은 최 부회장에 대해 “글로벌 경영감각과 빠른 판단력, 강한 조직 장악력과 추진력을 갖춘 인물”이라며 인사의 의미를 부여했다. 최 부회장은 공격적인 경영으로 TV와 휴대폰 사업을 세계 1위로 견인하는 등 삼성전자가 글로벌 선진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성장시킨 삼성의 간판 최고경영자(CEO)다.

    특히 반도체, TV, 휴대폰 이후 그룹을 이끌 주력 신성장엔진을 조속히 육성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성공 경험과 돌파력을 갖춘 최지성 부회장을 기용해 그룹이 당면한 도전과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대공황에 비견될 정도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는 유럽발 글로벌 경제 위기와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 속에서 글로벌 경영감각을 갖춘 ‘실전형 CEO’인 최 부회장을 앞세워 혁신적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의 발탁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경영 승계 작업을 앞당기는 의미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 부회장은 삼성전자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이재용 사장과 수시로 경영 현안을 논의할 만큼 긴밀하게 호흡을 맞춰 왔다. 미래전략실장으로서 이재용 사장의 경영 승계를 준비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적임자로 꼽히는 이유다.

    제2 삼성전자 만들기 스타트 소니·애플·샤프·노키아 등 글로벌 전자업체와의 경쟁을 주도해온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전략실장으로 이동하면서 삼성 전반에 어떤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최 부회장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스피드와 경영 효율을 중시하는 경영자로 꼽힌다. 또한 반도체, TV, 모니터, 휴대폰 등 삼성전자의 글로벌 1등 신화를 쓰는 데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삼성 금융 계열사의 한 임원은 “삼성전자 이외의 삼성 계열사들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종의 계열사 간 ‘눈높이 맞추기’다.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올라선 삼성전자의 성공 노하우를 타 계열사에 접목해 그룹 전반의 조직 효율성과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경영 혁신 바람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 이러한 징후는 작년 말부터 감지됐다.

    지난해 단행된 삼성 임원 인사 때는 삼성전자 ‘재무통’들이 삼성에버랜드, 제일기획 등 비 전자계열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속속 배치됐다. 초일류 삼성전자의 재무·관리기법을 타 계열사에 접목하기 위한 그룹 차원의 포석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고 있는 위기 국면에는 ‘곳간지기’인 재무라인들의 역량이 어느 때보다 중시될 수밖에 없다.

    둘째는 삼성전자 경쟁력의 원천인 글로벌 전사적 자원관리(ERP)와 공급망관리(SCM) 시스템의 접목이다. 최 부회장은 이러한 경영 시스템의 신봉자라고 할 만큼 데이터와 시스템에 기반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 전자계열사들도 나름 ERP와 SCM 등을 갖추고 있지만 삼성전자 수준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삼성전자의 전산 시스템을 타 계열사에 이식하는 작업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측은 삼성전자의 글로벌 ERP를 정밀화학, 코닝정밀소재, 에버랜드, 물산 건설부문 등 4개 계열사에 1차로 접목하고 올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다른 계열사에도 그룹 ERP 표준화 작업을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삼성그룹 전체는 마치 한 기업처럼 표준화된 정보 소통 구조를 갖추고 신속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이 회장은 조직 문화의 변혁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빠른 추종자’에서 ‘선도자’로 삼성의 체질을 바꾸려면 임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이는 창조경영을 뿌리내려야 한다는 주문이다. 최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워크스마트 제도를 안착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 일하는 방식을 개선해 유연성과 창의력을 제고하는 워크스마트 제도를 다른 계열사에도 적극 독려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그룹 고위 인사는 “전 계열사가 삼성전자 수준의 경영 시스템을 갖추고 성과를 내라는 게 이 회장의 의중”이라며 “씨앗을 뿌리고 수확을 거두는 일을 최 부회장에게 맡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학연·지연보다 업무로 맺은 인연 중시
    (왼쪽부터) 신종균, 윤부근
    (왼쪽부터) 신종균, 윤부근
    (왼쪽부터) 김문수, 김상곤, 이규형
    (왼쪽부터) 김문수, 김상곤, 이규형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현장형·시장형 경영자다. 또한 문과 출신임에도 웬만한 엔지니어들을 능가하는 기술 지식을 갖췄다. 그가 삼성전자 CEO로 올라서기까지 여러 부문의 엔지니어 출신들과 돈독한 관계를 쌓을 수 있었던 건 기술과 품질에 대한 그의 관심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대다수 삼성 경영진들이 그렇듯 최지성 부회장도 그룹 내에 특정 인맥을 만드는 스타일이 아니다. 지연과 학연을 따지기 보다는 일 중심으로 맺어진 인연을 더욱 가깝게 생각한다고 삼성 계열사의 한 임원은 전한다. 그런 점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CE담당 사장은 최 부회장의 측근으로 불리는 데 손색이 없다.

    윤부근 사장은 최 부회장이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를 맡을 당시 글로벌운영팀장( 상무)으로 인연을 맺었고 TV사업부의 개발팀장으로 최 부회장과 오랜 시간을 동고동락했다. 둘이 힘을 합쳐 2006년 내놓은 보르도TV는 일본 소니를 제치고 삼성전자 TV사업을 처음으로 글로벌 1위에 올려놨다. 윤 사장은 그 후에도 DMC부문장이던 최 부회장 밑에서 TV사업의 6년 연속 1위를 견인했고 최 부회장은 독기와 승부욕으로 가득 찬 윤 사장을 깊이 신뢰했다.

    윤부근 사장과 함께 삼성전자 세트 부문의 또 한축을 이루고 있는 신종균 IM담당 사장도 ‘최 부회장의 사람들’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다. 무선사업부에서 잔뼈가 굵은 신 사장은 무선사업부 개발팀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최 부회장을 도와 삼성의 휴대폰 1등을 견인했다.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최 부회장의 기대에 부응해 밤낮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성과를 도출해냈다.

    시장의 니즈에 대한 안목도 탁월하다. 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최 부회장이 1990년대에 메모리 수출과 영업을 담당할 당시 메모리 상품기획과 응용기술 업무를 맡으면서 최 부회장과 호흡을 맞췄다.

    1951년 강원도 삼척에서 태어난 최 부회장은 춘천중학교를 거쳐 춘천고를 1년 정도 다니다 서울고로 옮겨 고등학교를 마쳤다. 그의 서울고 인맥들도 자연스레 관심을 끈다. 미래전략실장(옛 비서실장)에 서울고 출신이 임명된 것은 현명관 실장에 이어 두 번째다. 삼성전자에선 강호문 부회장이 서울고 20회로 최 부회장의 2년 선배다. 우남성 시스템LSI사업부 사장과 김재권 무선사업부 글로벌운영실 사장도 서울고 출신이다.

    최 부회장이 처음 몸담은 삼성물산에도 서울고 출신 고위 임원이 눈에 띈다. 추교인 그린에너지본부장(부사장)과 김준태 발전마케팅사업부장(전무), 유홍렬 화학본부장(전무)이 서울고 출신들이다. 삼성 오너가에도 서울고 출신이 있다.

    이건희 회장의 큰 사위(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남편)인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이 서울고 39회다. 삼성 계열사 대표이사급으로는 김석 삼성증권 사장과 정유성 삼성석유화학 사장, 변승완 삼성탈레스 대표 등이 포진해 있다.

    삼성증권 사장을 거쳤던 황영기 차바이오앤디오스텍 회장(23회)은 서울고·서울대 무역학과 출신이다. 최지성 부회장과 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서울고 22회 출신으로는 원세훈 국정원장과 양창수 대법관, 이규형 주중대사 등이 있다.

    최 부회장의 대학(서울대 무역학과) 동문으로는 장충기 미래전략실 실차장(사장)과 박상진 삼성SDI 사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장충기 실차장은 최지성 부회장과 함께 이건희 회장을 보좌하는 미래전략실 2인자로 회장 비서실과 구조조정본부에서 주로 근무한 기획통이다. 최 부회장과 입사연도(1977년)가 같은 박 사장은 삼성SDI 대표이사로 전기차 배터리와 태양전지 등 삼성 신수종사업 2개 부문을 맡아 최 부회장과 긴밀한 호흡을 맞추게 됐다.

    자기주장이 뚜렷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의 최 부회장은 1971년 서울대 무역학과에 들어간 뒤 박정희 독재정권 반대 투쟁에 뛰어든 경험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함께 서울대 상대 운동권에서 활동한 인물 중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등이 거론된다.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하면서 운동권에 머물기 보다는 전문성과 능력을 키워 사회에 기여하자고 마음먹게 됐다.

    대학때 김문수 등과 운동권 삼성에 입사한 신입사원 최지성은 근무 희망 계열사를 1지망부터 3지망까지 ‘삼성물산’만 써낼 정도로 고집 있는 사원이었다. 삼성물산에서 처음 배치된 부서는 잡화과였다. 신발, 문구, 이쑤시개 등 잡동사니 품목을 수출하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했다. 최 부회장이 그룹 비서실에 처음으로 몸담은 것은 1981년. 비서실 기획팀 과장으로 4년간 근무하면서 그룹 전반의 경영 안목을 익힐 수 있었다.

    그 뒤로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로 이동해 반도체 1위의 기틀을 닦는데 일조하게 된다. 최 부회장의 그룹 비서실 2기는 1993년부터 1994년간의 1년여다.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한 직후의 시기다. 삼성 고위 인사는 “최 부회장이 반도체, TV, 휴대폰 등 사업 일선에서 잔뼈가 굵은 야전사령관으로 분류되지만 두 번의 비서실 경력이 오늘날의 미래전략실장으로 가는 밑거름이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 부회장의 독기와 승부근성은 그를 아는 누구라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그는 문과 출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1000페이지가 넘는 반도체 기술 교재를 통째로 암기했다. 이 덕분에 웬만한 반도체 엔지니어를 능가하는 기술 지식으로 이과 출신들을 주눅 들게 만들었다.

    반도체 가득 실은 가방들고 유럽 돌아
    CES 2010에서 이건희 회장과 최지성 부회장
    CES 2010에서 이건희 회장과 최지성 부회장
    198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1인 사무소장으로 발령받은 그는 반도체를 가득 실은 가방을 차에 싣고 유럽 곳곳을 돌아다니며 영업 전선을 뛰었다. 어디든 마다않고 시장 조사와 거래업체 면담을 강행했는데 한때는 스위스로 가기 위해 알프스를 넘던 중 차가 눈길에 미끄러져 생명이 위험했던 적도 두 번이나 있었다. 이런 악착같은 노력으로 독일 부임 첫해에 100만 달러 규모의 반도체를 판 일화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디지털 보부상’이라는 별명은 이때부터 비롯됐다. 최 부회장은 2006년 보르도TV를 앞세워 소니를 제치고 TV 사업의 첫 세계 1위를 달성했다. 당시 최 부회장은 이를 기념해 보르도 와인을 술잔 째로 원샷하며 임직원들을 독려할 만큼 호방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PC용 모니터와 휴대폰 등에서도 글로벌 톱 레벨에 올라서는 성과를 이끌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최 부회장은 누구보다 의사결정 속도가 빠르다”면서 “이러한 스피드 경영의 장점을 다른 계열사에도 적극 접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하 직원들이 저녁 늦게 보내놓은 이메일 보고에 대해서도 실시간으로 답신을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의 스피드 경영은 해외 출장 중에도 예외가 아니다. 시차에 관계없이 전화를 걸어 경영 현황을 물어보거나 업무 지시를 전달한다. 그는 해외출장을 나갈 때도 여유부리는 경우가 없다. 지난 5월 애플과의 특허소송을 협상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갈 때도 미국 거점과 유통매장에 들러 영업 추이를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남미와 아프리카 등 원거리 출장을 갈 때도 하루에 한 국가 꼴로 타이트한 일정을 소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최 실장은 해외출장을 갔다가 귀국하면 바로 집으로 가는 법이 거의 없다. 회사로 나와 팀장급 회의를 소집하거나 오찬을 함께 하면서 그동안 밀린 부서별 업무를 파악한다”고 말했다.

    SCM와 ERP를 철저하게 활용하는 최 부회장은 조금이라도 경영 지표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면 시간을 가리지 않고 해외법인과 지방 사업장에 전화를 걸어 궁금증을 해결하는 스타일이다. 이때 제대로 대답을 못하면 담당 임원에게 불호령이 떨어진다. 임원들이 자신의 업무를 철저히 숙지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있던 지난 5월, 삼성의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S3의 뒷 커버 디자인을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50만개가 넘는 뒷 커버 생산물량을 전량 폐기하라고 지시했다. 갤럭시S3 출시가 보름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완벽하지 않은 제품은 초일류를 추구하는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의 키워드 ‘마켓 드리븐 컴퍼니’
    CES 2012 삼성전자 부스에서
    CES 2012 삼성전자 부스에서
    무선사업부는 밤샘을 거듭하는 작업을 거쳐 가까스로 신제품 출시 전에 뒷 커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최 부회장의 완벽주의를 보여준 최근 사례다. 그는 삼성전자 CEO로 재직하는 동안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에 대비할 것을 꾸준히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기존의 하드웨어 강점에 삼성만의 소프트 경쟁력과 컨버전스 역량을 키워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감동을 선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부회장이 자주 언급하던 키워드 중에 ‘마켓 드리븐(market-driven) 컴퍼니’가 있다. 이는 고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새롭게 시장을 창출하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회사를 뜻한다. 상품을 만들어놓고 소비자가 이를 구매하기를 바랐다면 앞으로는 고객의 욕구를 미리 파악해 철저히 고객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불량제품에 대한 근원적 예방활동도 언급했다. 불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설계 단계부터 부품에 대한 검증을 철저하게 하고 개발, 구매, 제조, 마케팅 등 모든 부문에서 작은 문제라도 철저히 확인하라는 당부한다.

    최 시장은 지난해 말 글로벌 전략협의회를 개최하면서 “글로벌 경기위축이 지속되는 가운데 산업 간 영역파괴, 스마트 기기 보급 가속화 등으로 인한 전자 산업의 재편이 예상되지만 확고한 마켓 리더십과 리스크 관리 체제 구축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임원들에게 자기 관리에 철저할 것을 늘 주문한다. 일례로 △담배 피우는 임원 △배가 나온 임원 △영어 잘 못하는 임원은 최 부회장의 눈 밖에 나기 쉽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삼성 내에 전해진다. 건강관리와 자기계발에 게으른 사람들은 삼성의 임원이 될 자격이 없다는 메시지다.

    독기와 승부근성으로 삼성전자의 성공 시나리오를 이어간 최 부회장이 삼성 임직원들과 삼성 계열사 전반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재계는 지금 그를 주목하고 있다.

    [황인혁 매일경제 산업부 차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2호(2012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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