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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이사…리더십은 인품이 아니다
입력 : 2012.05.25 09: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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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주제를 다룬 책들도 수없이 출간되고 있는데. 좋은 책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직장생활 경험 없이 좋은 얘기들만 나열한 책들도 눈에 띈다. 그래서 난 뻔한 소리는 하고 싶지 않다. 마키아벨리의 말을 빌리자면 사람은 사랑받는 사람보다 두려워하는 사람을 공경하는 데 덜 망설인다. 사랑받지 못하면 차라리 두려움의 대상이라도 돼야 권력이 유지된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리더의 조건은 무엇인가. 어찌 보면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인데, 결국 리더십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지갑이요 하나는 몽둥이다. 나름대로 기본적인 가치를 만들고 방향을 설정했다면 두 가지 방법뿐이다.
듣기에 따라 극단적인 얘기다. 몽둥이로 때리란 말이 아니다.(웃음) 이수일의 순정도 필요하고 김중배의 다이아몬드도 필요하다. 둘 중에 하나만 갖고 있다면 조직을 몇 개월이나 끌어갈 수 있을까. 하다못해 집안에서도 돈 있는 아버지와 그렇지 못한 아버지를 바라보는 눈이 다르다. 그럼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하겠지.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누구나 그렇게 살고 있다.
임원이 가져야 할 필수 덕목은 무엇인가. 임원은 지휘관이다. 지휘관은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판세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그 눈이 있다면 두 번째는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어야지, 판세만 읽을 줄 안다면 말만 하는 지식인일 뿐이다. 세 번째는 결단력이다. 판세를 읽지 못하면 열심히 하는 데 되는 게 없고, 사람을 끌어가지 못하면 해석만 할 뿐이지 완성되는 게 없다. 결단력이 없다면 결정적인 순간에 승부를 내지 못한다.
세 가지를 갖추기가 쉽지 않다. 보완점이 있을 텐데. 힘들기 때문에 아랫사람과의 관계가 필요하다. 어느 정도 인정받는 임원들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줄 사람을 팀원으로 만든다. 하지만 결단력은 빌릴 수 없다. 그 힘이 없으면 다른 두 가지가 아무리 뛰어나도 인정받지 못한다.
임원에 대한 평가도 많이 달라졌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평가 방법이 달라졌지만 변치 않는 건 숫자다. 실적이 가장 중요하다. 인간성 좋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장사 잘되나. 물론 인간성이 결여되고 실적만 좋다고 좋은 리더로 평가받을 순 없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평가받을 수 없긴 마찬가지다.
실적 외에 평판의 비중도 높아졌다던데. 우선 리더십은 인품이 아니다. 인품을 기반으로 성과를 내는 게 임원이다. 평판의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지, 결국 두 마리 토끼를 잡으라고 요구하는 것인데 실적만 요구하다 보면 조직이 피폐해진다. 경우에 따라 실적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직원과의 소통, 평판이 좋은 임원이 장기적으로 조직을 잘 이끌어간다.
실적은 월등한데 독불장군 스타일은 어떤가. 그들은 전투부대장은 될 순 있지만 사령관이 될 순 없다. 다시 말해 사업본부장급은 어렵다. ‘주향십리 화향백리 인향천리’란 말이 있다. 술 냄새는 십리를 가고 꽃향기는 백리, 사람냄새는 천리를 간다. 알게 모르게 큰 조직의 수장은 그 체취가 조직에 녹아든다. 예를 들어 부하직원을 심하게 채찍질하는 임원이 있다면 조직도 그 점을 이미 간파하고 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0호(2012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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