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ver StoryⅠ]러시아인이 본 중국 / 안드레이 데니소프 러시아 외교부 1차관…만만디로 잘 풀어갈 것이다

    입력 : 2012.04.25 14:57:22

  • “중국은 다양한 경제 성장 모델과 다양한 경제이론 원칙, 성공적인 산업화와 현대화의 사례들을 깊이 연구했다. 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선택한 접근법을 중국의 현실에다 접목시켰다는 점이다.”

    러시아 최고의 중국 전문가로 꼽히는 안드레이 데니소프 러시아 외교부 제1차관의 설명이다. 데니소프 차관은 1969년부터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고 러시아 연방 중국 대사관 참사관과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 등을 역임하면서 중국 연구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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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니소프 차관은 중국 정부는 풍부하고, 부지런하며, 규율을 따르고, 겸손하기까지 한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국제교역의 이점을 갖춘 연안지역에 국제 관행에 따라 특수경제지역(Special Economic Zones)을 설치했는데 다른 나라의 SEZ는 대부분 지지부진하지만 중국만큼은 이를 경제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았다고 소개했다. 많은 나라들이 실패했던 것과 달리 중국이 성공한 요인을 데니소프 차관은 풍부한 노동력이나 지정학적 이점 외에 광대한 내부 시장과 화교 커뮤니티, 유능한 지도부 등에서 찾았다. 우선 화교 커뮤니티가 중국의 경제력을 키우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화교들은 대부분 중국 시민권을 갖고 있으며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정신적으로는 중국인임을 자부하고 있다는 것.

    아울러 중국 정부는 강력한 권한을 갖고 국내 문제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문자 그대로 강력한 개방경제를 이루어 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중국만의 특성을 ‘중국식(China’s way)’으로 표현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선 이데올로기조차 국가의 경제적 성과 목표에 종속돼왔다고 보고 있다.

    물론 데니소프 차관은 중국이 빠르게 현대화를 추진해 왔지만 나름대로 약점은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예를 들어 중국인들은 남의 경험을 복제하고, 수정하고, 적용하고, 빌리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지만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자체 기술은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성장하던 중국 경제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도농 간, 또 연안과 내륙 간 소득격차가 커지면서 사회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으며, 극심한 환경 문제나 경작 가능 토지와 물 부족 등에 직면해 있고, 고위층 부패 등 사회적 문제도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중국 지도부가 이런 문제들을 아주 현명하게 풀어갈 수 있다는 게 데니소프 차관의 시각이다. 중국의 특징으로 ‘만만디’를 꼽은 그는 중국 발전의 모든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는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필요와 기회의 실제적 관점을 택하고, 서두르지 않고 일단 내려진 결정을 추구하는 능력이 돋보인다고 했다.

    그가 중국 정부가 직면한 문제들을 잘 풀어갈 것으로 보는 것은 중국 지도부의 뛰어난 능력을 믿기 때문이다. 데니소프 차관은 많은 사람들이 중국을 연구할 때 중국 지도부가 세계의 세력구도와 관련된 정치적 요소들을 아주 잘 이용하는 점을 쉽게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냉전시기에 덩샤오핑을 위시한 중국 지도부는 긴장돼 있던 중·미관계를 푸는 대신 거대한 미국 시장에 들어가는 엄청난 기회를 얻었다고 했다.

    그는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의 특수성을 지탱하는 지도부의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외국의 어떤 경험이든 기계적으로 그대로 적용하지 않고, 그들의 상식으로, 점진적으로 받아들이며, 더 나아가 그러한 결정으로 중국 내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고, 최소한 더 나아지는 방안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예르모라이 솔제니친 맥킨지 모스크바 사무소 이사가 한 인터뷰를 요약 발췌한 것임)

    [정진건 기자 borane@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9호(2012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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