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wer Woman] 허핑턴포스트 미디어그룹 회장 `아리아나 허핑턴`…“애덤 스미스를 다시 공부할 때”

    입력 : 2012.03.23 14:28:43

  • 사진설명
    ‘상승 지향적 알파독’ ,‘블로거의 여왕’ ,‘뉴 미디어 시대의 갑부’. 다양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여성 아리아나 허핑턴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미국 여성 리더 중 한 명이다. 2010년 1월 경제 격주간지인 포브스가 ‘오바마 시대의 여론을 이끌 미국 진보 미디어계 인사 25명’의 리스트를 발표했는데, 허핑턴은 여기에서 2위에 올랐다. 2009년에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미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순위에는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창간 6년 만에 미국 뉴스 사이트 방문자수 1위를 차지했고 르몽드 등 전통적 미디어들과의 협력을 늘려나가고 있는 그녀는 단연 주목받는 인사가 아닐 수 없다.

    직접 만나본 그녀는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함을 갖고 있었다. 예를 들어 그녀는 이번 다보스포럼의 최대 주제로 꼽히는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애덤 스미스를 다시 공부해야 한다’는 진보적인 해법을 내놓았다.

    “애덤 스미스가 자본주의를 처음 만들 때는 도덕적 감성과 윤리적 배경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지금 자본주의가 위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이 두 가지 요소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내린 자본주의 위기에 대한 진단이다.

    그녀는 “경제나 정치와 같은 문제를 논할 때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주체가 누구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나는 최소한 국가는 민간이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자본주의 위기는 민간이 해결하기 어려운 상태인 만큼 정부가 자본주의 도덕과 윤리를 바로 세우는 작업들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핑턴 창업자는 “아시아와 중남미 국가들이 성장하면서 중산층이 빈곤에서 탈출하고 있다”며 “신흥국 성장 덕분에 지금 무너진 자본주의를 복구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허핑턴은 미디어 산업에 대해서도 식견을 밝혔다. 그녀는 “뉴 미디어와 올드 미디어는 통합될 수밖에 없다. 통합을 이루지 못하는 올드 미디어는 살아남지 못할 것” 이라고 말했다. 허핑턴은 종이신문의 종언을 선언한 뉴욕타임스의 예를 들며 트위터 등 뉴 미디어와 신문을 비롯한 올드 미디어 간 통합을 설명했다. 올드 미디어의 전형인 신문이 온라인으로 돌아서는 것은 기술 발전에 따른 미디어 환경 변화로 인한 당연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미래의 저널리즘은 좋은 기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트위터나 페이스북처럼 대중과 함께 공유하는 방법을 포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핑턴은 “인터넷 사용자들이 뉴스와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을 만드는 데 주력했더니 허핑턴포스트가 영향력 있는 블로그로 성장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허핑턴은 또 뉴스를 다루는 시각을 진보 또는 보수가 아닌 진실에 기준을 둔 것도 허핑턴포스트의 급성장에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컨대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월스트리트 금융인들의 부도덕성은 좌나 우의 기준이 아닌 그들로 인한 납세자들의 피해를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의 부상과 관련해 허핑턴은 이 문제를 서구의 몰락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에서 아시아로의 파워시프트 현상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며 “국가 간 협력을 통한 상호 이익 증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금 미국의 위기는 중산층의 몰락에 기인한다는 관점을 갖고 있었다. 2011년에도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한 해 가장 이슈가 될 단어를 꼽아달라”고 하자 지체없이 ‘실업’을 이야기했다. 미국의 높은 실업률은 미국 경제는 물론 정치적인 불안정을 야기해 미국의 국제사회에서 파워를 갉아먹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중산층 붕괴가 심각히 우려된다고 염려했다. 그녀는 2012년에는 만난 자리에서 책을 한 권 선물해 줬다. 자신이 직접 썼다는 ‘제 3세계 미국(Third World America)’이라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그녀는 미국의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고, 그 결과 전 세계의 슈퍼파워였던 미국이 이제는 ‘제3세계’로 전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이 책 서문에서 “물론 미국은 제3세계가 아니다. 하지만 미국은 분명 제3세계로 가는 길에 들어섰다고 봐야 한다. 둘러 봐라. 모든 사람들이 말은 하지 않지만 자신의 미래와 자기 자식들의 미래에 대해 확신이 없고 불안에 가득 차 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이 책을 통해 미국인들이 다시 할 수 있다는 정신(Can-do Spirit)을 세우고 아메리칸 드림을 다시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허핑턴포스트는 창간 6년 만인 지난해 5월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등 쟁쟁한 매체를 따돌리며 미국에서 월 평균 방문자 수 1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 미디어 업계의 새로운 강자인 셈이다. 지난해 2월에는 아메리카 온라인(AOL)에 인수되면서 화제를 낳기도 했다.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전통 미디어 매체에 이 같은 허핑턴포스트의 경영전략이 새로운 성공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에 업계는 이 매체의 행보에 주목을 하고 있는 상태다.

    허핑턴 포스트가 최다 트래픽을 기록하는 뉴스 웹사이트로 성장한 비결은 ‘블로그의 뉴스화’에 있다. 독자들이 뉴스를 읽는데 그치지 않고 의견을 나누고 싶어한다는 점에 착안해 독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뉴스 사이트에 관여할 수 있도록 소셜 미디어 전략을 펼친 것이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이나 구글, 트위터, 야후 등의 계정으로 로그인할 수 있도록 해 사이트 안에서 다른 독자들과 교류하면서 뉴스에 관한 의견을 나눌 수 있다.

    나아가 허핑턴포스트는 소셜 뉴스 서비스를 더욱 활성화하고, 유저의 참여를 한층 장려하기 위해 포스퀘어(foursquare)에서 제공하고 있는 것과 같은 배지를 제공하고 있다. 제공 중인 배지는 세 종류로, 다수의 코멘트를 쓰거나 페이스북 및 트위터 등을 사용해 허핑턴포스트의 기사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주는 ‘슈퍼유저(Superuser) 배지’, 팬이나 팔로어가 많은 사람에게 주는 ‘네트워커(Networker) 배지’, 부적절한 코멘트를 신고하는 사람에게 주는 ‘조정자(Moderator) 배지’가 그것이다.

    이들 배지는 코멘트를 남긴 사람의 이름 옆에 자동으로 나타나게 설계돼 있다.

    독자들이 스스로 정보를 공유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게 한 결과 허핑턴포스트의 트래픽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평가된다. 허핑턴포스트는 이런 소셜 플랫폼의 강점을 살려 글로벌 비즈니스에 역점을 두겠다는 계산이다. 지난해에는 영국과 캐나다에도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했다.

    사진설명
    [신현규 매일경제 지식부 기자 rfrost@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8호(2012년 03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