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orum] 세계 최대 경제회의 다보스포럼의 모든것

    입력 : 2012.03.23 13: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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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식 명칭은 세계경제포럼(WEF·World Economic Forum)이다. 널리 알려진대로 스위스 다보스에서 매년 연차회의가 개최되기 때문에 세계경제포럼이라는 정식 명칭보다는 '다보스포럼’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1971년 설립자인 현 제네바 대학교 교수 클라우스 슈바프에 의해 만들어 졌다. 그러나 초창기 이 포럼의 명칭은 ‘유럽경영자포럼(The European Management Forum)’이었다. 초기에는 전 세계 31개국에서 참여자 450여 명이 연사 50여 명에게 강연을 듣는 규모였다. 기업 경영 전략이나 조직 구성이 중점 토론 대상이었다. 당시는 냉전 시기였기 때문에 다보스포럼에서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자유무역이 글로벌 정치 사회에서 메인 테마는 아니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 사회주의 진영과 자본주의 진영이라는 양대 체제가 무너지고 대신 신흥 시장과 선진 시장이라는 경계가 나타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일순간 글로벌라이제이션이라는 단어가 주목받기 시작했고 자유무역이 전세계 경제를 번영시키면서 다보스포럼은 덩달아 각광을 받았다.

    특히 이 포럼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1986년에 발생한 사건 때문이다. 당시 전쟁 직전 상황까지 갔던 그리스와 터키 정상이 다보스에서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포럼 사무국 측은 양자에게 ‘다툼을 그만하고 경제적 화합을 위해 한자리에 모이자’고 설득했고, 그 결과 당시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와 투르구트 오잘 터키 총리가 다보스에서 미니 정상회담을 했다. 양국 관계는 이후 해빙모드로 돌입했으니 다보스포럼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1994년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 물꼬를 트는 일도 했다. 지금도 다보스포럼 측은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와 군부세력 간 알력을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와 자유무역, 세계화(Globalization)를 지지하는 입장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다보스포럼은 자유무역을 반대하는 진영이나 국가주의를 강조하는 학자들에게 비판을 받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세계사회포럼(WSF)이라는 행사가 다보스포럼의 안티 포럼으로 개최되기도 한다. ‛문명의 충돌’로 유명한 새뮤얼 헌팅턴은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사람들을 두고 “국가에 충성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고 정부를 구시대 잔재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사실 헌팅턴이 진짜로 비판하고 싶어한 부분은 다보스포럼 참석자들이 국가와 정부에 대한 충성심이나 애국심이 없다는 대목이 아니라 국가의 이익에 앞서 본인의 비즈니스를 위해 다보스포럼을 이용한다는 점이었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대해 “아무리 돈을 위해 모인다고 해도 그렇게 모여서 서로의 얘기를 하는 편이 전 세계의 공통 이익을 위해 훨씬 낫다”고 비판했다.

    얼마나 큰 행사인가? 2012년 행사의 경우 2600여 명의 연사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이 들어갈 수 있는 세션 및 스피치의 규모는 모두 241개로 단일 행사로는 가장 큰 포럼이라고 할 수 있다. 다보스포럼을 조직하는 세계경제포럼 사무국은 현재 제네바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사무국에서는 소위 ‛다보스포럼’이라고 불리는 세계경제포럼 연차 총회 외에 각종 정상회의와 하계회의 등을 같이 개최한다. 2012년의 경우 5월 30일부터 방콕에서 동아시아 세계경제포럼을 열 계획이기도 하다. 연차 총회 본 회의 행사장 주변에는 하루 유동인구만 3000명이 넘는다. 참석자들이 세계 각국에서 온 거물급들이라 수행원들이 만만찮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식 행사가 열리는 총회 장소(콩그레스 홀) 외에도 주변 호텔에서 각종 행사들이 많이 열린다는 점이다. 그 중 5성급 호텔 몇몇 곳에는 다보스포럼 행사 참가자들에게만 주어지는 배지(Badge)가 없을 경우 아예 호텔 입장을 하지 못할 정도로 경비가 삼엄하다. 그리고 이 곳에서 열리는 행사들 역시 다보스포럼 사무국 측과 협의 하에 개최 여부가 결정된다. 2012년 같은 경우 PWC, 언스트&영, GE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다보스포럼 행사장 주변에서 자신들이 1년간 준비한 기업경영 관련 연구물들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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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값비싼 사교클럽? 돈 많아도 자격 안되면 “NO” 다보스포럼에는 아무나 참여할 수 없다. 스위스 다보스 휴양지에 그냥 들어가더라도 웬만한 행사장 인근에는 참석자 자격증이 없을 경우 아예 들어가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주변만 기웃거리다 나와야 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정식 참가 자격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다보스포럼 사무국 측에서 초청장을 받아야 한다. 초청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돈이 없다면 포럼에 참가하기 어렵다. 2011년 다보스포럼에 참가하려면 최소 7만1000달러(약 8000만원)가 필요하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다보스포럼에 한 번 참가할 수 있는 최저 등급(일반회원)의 가입비는 5만2000달러라고 보도했다. 여기에 포럼 세션 참가비 1만9000달러는 별도로 책정되기 때문에 합하면 7만1000달러가 되는 셈이다.

    그나마 일반회원들은 대형 행사인 일반 세션에만 들어갈 수 있을 뿐이다. 고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하는 비공개 세션에 얼굴을 내밀려면 회원 등급을 산업회원(Industry Level)으로 높여야 하는데, 비용은 15만6000달러로 껑충 뛴다. 그러나 산업회원으로 승급이 된다면 비공개 세션에 들어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별 산업에 있어서 전 세계 최고위급 CEO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 미팅은 산업별로 이름이 다른데 예를 들어 에너지 산업의 경우 ‛에너지 산업 가버넌스 미팅’이라고 불린다.)

    최고경영자(CEO)들 가운데 수행원을 데려갈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 등급이 되고 싶다면 회원 가입비만 52만7000달러를 내야 한다. 수행원들의 포럼 참가비까지 합칠 경우 총 비용은 62만2000달러(약 6억9500만원)에 달한다. 전략적 파트너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세계 250대 기업에 속하지 않으면 포럼 측이 아예 신청조차 받아 주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보스포럼을 값비싼 사교모임으로 평가절하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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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 학계·경제계 거물을 만날 수 있는 기회 다보스포럼이 그래도 인기가 있는 이유는 이곳에 가면 TV에서만 보던 이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다보스포럼을 취재한 매일경제신문 취재팀은 티머시 가이트너, 조지 소로스, 로버트 실러 등 유명 경제계 인사들을 길거리에서 걷다가 만날 수 있었다. 만일 누군가가 이런 고위급들을 만나 비즈니스를 한다거나 외교적 관계를 맺고 싶다면 이처럼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도 없을 것이다.

    물론 이 밖에 다보스포럼에서 나오는 콘텐츠들이 훌륭한 것도 사실이다. 또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맑은 물, 깨끗한 공기 등이 참석자들을 즐겁게 해 준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신현규 매일경제 지식부 기자 rfrost@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8호(2012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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