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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 올해는 미디어 뉴노멀의 원년
입력 : 2012.02.27 13: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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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KBS·MBC·SBS 등 지상파방송이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지만 미국·영국·일본 등 미디어 선진국에서는 모바일 미디어 등장으로 방송의 위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축구나 야구로 본다면 작년까지는 ‘미디어 빅뱅’의 예선 경기에 불과했다고 보면 된다. 스마트폰·태블릿PC·구글TV(스마트TV) 등 뉴미디어 디바이스도 나올 만큼 나왔다.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도 등장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노키아 등 기존 강자가 몰락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작년12월1일부터 종합편성채널(종편)이 등장했고 케이블 TV(가입자 1500만 명)에 맞서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과 IPTV도 계속 성장 중이다. 예전의 강자가 더 이상 강자가 아니고 과거 약자가 승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이다.
통념이 무너진 것으로 이제 새로운 질서, 미디어의 ‘뉴노멀(New Normal)’이 형성되고 있다. 2012년은 미디어 뉴노멀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셜은 모든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하지?”
한국에서는 소셜네트워크·소셜미디어의 부상을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계정을 만들고 팔로어 수를 늘리는 것과 일치시키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하는 것이 소셜(Social) 행위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소셜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겉모양만 따라가고 있는 것과 같다.
폴 오텔리니 인텔 최고경영자는(CEO)는 2011년 11월 미국 LA 근교 헌팅턴비치에서 열린 ‘인텔캐피털 글로벌 서밋’ 기조연설에서 인텔의 전략을 소개하며 “소셜은 모든 것(Everything Social)”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11억 인구가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하고 있고 2억5000만 명이 매일 페이스북에 사진을 업로드하고 있다. 소셜은 이제 특징(Feature)이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의 기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1위 반도체 회사가 소셜서비스(Social Service)를 강조하고 있는 것은 미국 실리콘밸리 IT기업의 최근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미디어 분야에서 뉴스 서비스에 SNS 접목을 가장 활발하게 하고 있는 회사가 '월스트리트저널(WSJ)'이다.
'WSJ'는 각 기사를 트위터나 페이스북, 링크드인으로 전송하는 것을 넘어 페이스북에 최근 ‘WSJ Social’이란 사이트를 개설하고 소셜게임(WSJ Powerlist)을 공개했다.
소셜의 의미는 ‘사람’과 ‘삶’이다. 기존 뉴스는 공급자(에디터) 위주를 벗어날 수 없으나 이용자가 원하는 뉴스를 제공해야 훨씬 더 가치 있는 기사가 될 것이다. WSJ Social은 이처럼 ‘뉴스’와 ‘소셜’을 완벽하게 결합한 서비스다.
자신이 뉴스피드를 받기 원하는 분야와 기자들의 기사만 골라 볼 수 있게 만들었다.WSJ 파워리스트도 전 세계 주요 뉴스 인물 맞추기 게임이다. 뉴스와 게임과 소셜의 결합으로 앞으로 미디어가 어떻게 가야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꼽을만하다.
미디어 큐레이션의 부상 이젠 정보 과잉 시대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언제든지 실시간 뉴스를 확인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정보가 부족하다는 말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정보가 없다는 말은 이제 ‘필요한’ 또는 ‘나에게 원하는’ 정보가 없다는 말과 같을 것이다. 이제 먹고 자고 놀고 일하고 심지어 잠깐 딴 생각을 하는 것이 모두 콘텐츠가 됐다.
이효리가 투표하자며 트위터에 강아지 사진을 올린 것만 뉴스가 아니다. 생일이라 축하한다는 말에 ‘좋아요’를 눌러주고 강원도에 눈이 온다며 찍은 사진은 트위터에서 리트윗(RT) 된다.작은 소식이지만 누구에게는 어떤 정치 뉴스가 부동산 기사보다 더 중요한 콘텐츠다.
트위터에는 하루에만 2억 개의 글이 올라온다. 페이스북에는 매일 2억5000장의 사진이 등록된다. 유튜브에 60일간 올라온 동영상 분량은 미국의 거대 방송국들이 지난 60년간 제작한 영상보다 더 많고네이버 지식인에는 700만 개가 넘는 질문과 1억 개가 넘는 답변이 등록돼 있다.
나와 크게 상관없어 보이는 ‘강남 아파트 재건축’ 뉴스가 중요할까, 우리 동네 식당의 김치찌개 가격 인상 뉴스가 중요할까.
이제는 후자를 택할 것이다.SNS 시대 누구나 콘텐츠 생산자가 되고 소비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이 널린 뉴스 중에서 선별해주는 것을 ‘큐레이션(Curation)’이라고 한다.미술관의 큐레이터가 작품을 선별해 하나의 주제를 가진 전시회를 선보이듯 쏟아지는 콘텐츠 속에서 유익한 것만 골라 깔끔하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다.
큐레이션은 미디어의 새로운 트렌드로 이미 자리 잡았다.페이스북·트위터 등에 올라온 콘텐츠를 잡지책처럼 편집해 보여주는 ‘플립보드’ 아이패드에서 관심 뉴스만을 보여주는 ‘자이트(Zite)’도 인기를 끌고 있으며구글은 최근 ‘구를 커런츠’라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공개해 흐름에 동참하기도 했다.그동안 신문·방송 등 전통적인 미디어만이 해온 일이었지만 큐레이션 시대에는 누구나 에디터가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생태계를 창조하는 기업이 결국 승자
‘어떻게’에 대한 단초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남긴 마지막 유산인 '스티브 잡스' 전기에서 찾을 수 있다.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 전기. 총 449페이지에 가격은 2만5500원이었다.
이 두꺼운 책이 작년 한국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하지만 이 책을 끝까지 읽었다는 독자는 많지 않았다. 스티브 잡스 추모를 위해 집에 소장한 듯싶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독파했다는 독자가 적지 않았다.
아마존 앱을 내려 받은 후 이 책을 구입하면 16.99달러다. 한 번 구입하면 아이폰·아이패드·노트북·킨들(전자책 리더)을 통해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임정욱 라이코스 사장은 이렇게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스티브 잡스' 전기를 완독한 후 그의 블로그에 “새로운 미디어 경험이 오고 있다”며 쓰기도 했다.
결국 ‘편리함(Convinience)’을 ‘끊임없이(Continuum)’ 줘야 한다는 것이다. 미디어나 기업이나 끊임없는 편리한 경험을 주지 못하면 플랫폼이 될 수 없으며 생태계를 만들지 못한다.
[손재권 /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jack@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7호(2012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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