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rend Study] DRAGON BALL 이렇게 탄생했다

    입력 : 2012.02.27 13:5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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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AGON BALL은 쉽게 얻을 수 없다.’ 원작만화에서도 7개의 구슬을 모으면 소원을 들어주는 드래곤 볼을 얻기란 쉽지 않다. 비록 소원과 무관한 키워드지만 얻는 과정은 마찬가지로 간단치 않다.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연구 분석 결과물인 ‘트렌드 코리아 2012’는 한 개인의 직관이나 판단이 아닌 여러 단계의 입체적인 분석 과정을 통해 탄생한다. 김난도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소비자아동학부 교수는 지난달 14일 매경미디어센터 12층 강당에서 열린 강연에서 “총 6단계로 이뤄진 소비트렌드 분석은 1년 내내 계속된다”라며 “이미 지난주에 2013년 소비트렌드 분석을 위한 첫 번째 회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6단계 과정 거쳐 ‘드래곤 볼’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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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워드 도출을 위해서 총 6가지 단계를 거친다. 첫 번째 단계는 ‘탐색하기(Inventory Building)’다. 명칭 그대로 어떠한 소비트렌드 변화가 일어나는지 발견해 내는 과정이다. 트렌드 분석을 위해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는 ‘트렌더스날(Trenders날)’을 운영하고 있다. 트렌더스날은 사회 변화를 감지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제출하는 ‘트렌드 헌터’를 의미한다. 김 교수는 “트렌더스날은 일정한 교육을 받은 후 각자 생활하면서 한 달에 한 번씩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요새는 이렇더라’ 하는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면 양식에 맞춰 1쪽짜리 트렌드 연구보고서를 제출한다. 이러한 1년치의 연구보고서가 기본적인 연구자료로 사용된다”고 밝혔다.

    트렌더스날이 되기 위한 특별한 자격 요건은 없다. 정치, 경제, 정보통신, 광고, 패션 등 사회전반에 관련한 최신 트렌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참여 가능하다. 수시로 선발되는 이들은 자체적인 심사를 거친 뒤 정기적으로 트렌드 다이어리(Trend Diary)라는 1쪽 분량의 연구보고서를 제출한다. 또한 트렌더스날과 소비자센터 구성원들은 분기별로 트렌드 점검 워크숍을 가지며 희망자에 한해 세미나나 단합대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트렌드 헌터’로 활동한 트렌더스날에게는 경력, 활동 증명서가 발급되며 ‘트렌드 코리아’에 이름이 등재되는 혜택을 누린다. 이 외에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전문연구원들은 트렌더스날의 연구보고와 세계 각국의 트렌드 조사기관에서 발표한 보고서와 논문들을 융화시킨다. 이렇듯 정기적으로 제출되는 트렌더스날의 보고서와 전문연구원들의 자료들을 나열(Inventory Building)하는 것이 키워드 도출을 위한 첫 번째 단계다.

    두 번째 단계는 ‘추출하기(Dissolving)’다. 다양한 자료들과 보고서를 정리(Listing)하고 소비트렌드가 부여하는 의미를 발견해 내는 과정이다. 이 단계에서 특히 중점을 두는 부분은 사회적, 심리적 요인과 이들이 추구하는 소비가치 결과현상에 초점을 맞춘다.

    세 번째 단계는 정리하기(Re-arranging)다. 이전 단계에서 발견된 소비트렌드의 유의미한 결과물을 기본 자료로 각 트렌드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시간적 선후를 고려해 개념들 사이의 관계지도를 그리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트렌드 변화에 있어서 ‘핵심적인 의미’가 도출된다.

    네 번째는 ‘분류하기(Categorizing)’단계다. 이전 단계에서 지도화(Mapping)된 자료를 바탕으로 발견된 소비트렌드를 계열화하고 유형화한다. 이때부터 선정된 소비트렌드들을 키워드별로 분류하는 작업이 시작된다.

    다섯 번째는 ‘검증하기(Verifying)’다. 구체적으로 각 소비트렌드 키워드가 관련 산업과 소비자, 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다. 또한 키워드의 타당성을 연역적으로 재검증하는 과정을 통해 분석의 신뢰도를 높이는 작업이 수행된다.

    마지막 단계가 바로 ‘대표이름 붙이기(Labeling)’다. 최종적으로 추출된 소비트렌드 별로 적절한 명칭을 부여해 통일성 있는 키워드를 작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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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교수는 “2012년 키워드인 DRAGON BALL이 탄생할 때까지 3번이나 외부업체에 용역을 맡겼을 정도로 키워드 선정은 중요하고 어려운 작업이다”라면서 “올해는 용의 해라는 점을 고려해 블랙드래곤, 블루드래곤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결국 소원을 빌 수 있는 매개체라는 점에 착안해 드래곤 볼이 탄생했다”라고 키워드가 탄생한 비화를 공개했다. 또한 김 교수는 키워드의 가장 앞 글자는 소비트렌드 분석 중 가장 중요한 항목을 배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1년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진정성이었지만 2012년에도 그러한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에 따라 원래 진정성은 Authenticity로 DRAGON BALL에서 A에 가면 맞으나 Deliver true heart로 명명해 제일 앞쪽에 배치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parkjh@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7호(2012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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