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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fence industry] 조선 빅3, 제2 거북선 만든다
입력 : 2012.02.27 13: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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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전투함’으로 불리는 이지스급 전투함 ‘세종대왕함’을 선두로 해군의 최정예 전투함들이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조선업체들은 본격적으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영국 해군의 4만t급 다목적 보급함 사업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수주전 참가를 밝히는가 하면, 동남아와 중남미를 중심으로 다목적 특수선과 상륙함 등 다양한 종류의 군함을 수출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방위산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국내 조선업체들. 세계를 놀라게 한 국내 조선업체들의 방산능력을 되짚어봤다.현대중공업이 건조한 214급 ‘손원일함’이 스노클을 올린 채 운항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로 수출되는 잠수함은 약 61.3m의 전장에 40명의 승조원이 탑승하며, 각종 어뢰와 기뢰, 유도탄을 발사할 수 있는 8개의 발사관을 무장체계로 보유하고 있다.
사실 대우조선은 잠수함 부문에서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국내 최초로 잠수함 건조에 나섰던 회사였던 만큼 전문 인력만 500명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209급(장보고급) 잠수함 9척을 해군에 인도했고, 214급(손원일급) 잠수함의 설계모델을 자체 개발해 건조하는 등 기술을 전수해줬던 독일 방산업체들조차 놀랄 정도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디젤 잠수함 기술과 관련해 종주국인 독일에 기술을 역수출할 정도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잠수함 건조 과정에서 사용되는 강판 등 각종 자재를 국산화했고, 자체 정비 능력도 확보했다. 사실상 스스로 잠수함을 만들고 운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올라선 셈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잠수함에 관한 한 거의 모든 건조기술을 확보했다”며 “1999년 ‘잠수함 기본설계 시스템’을 자체 기술로 개발해 세계적으로 10여 개국에 불과한 잠수함 독자 설계 능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대우조선은 국내 최대 전투력을 자랑하는 7600t급 이지스 구축함 KDX-III(율곡 이이함) 2호함을 진수했다. 율곡 이이함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함·대공·대잠 전투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스텔스 기능은 물론 동시에 1000여 개 표적을 추적해 이중 20개를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 사거리 500km 이상의 크루즈 미사일과 150km급의 해성 함대함 미사일 등 120여기 미사일이 탑재됐다.
바다 위 절대강자 ‘현대중공업’214급 2호함인 ‘정지함’은 동급인 손원일함보다 더 강력한 무장이 가능하다.<br>대우조선해양 옥포 조선소<br>‘잠수함 수출시대’의 주역인 209급 장보고함
현대중공업이 군함을 건조하기 시작한 것은 1975년.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2000t급 한국형 호위함을 만든 것이 첫 출발이었다. 그때만 해도 국내에서 만들 수 있는 군사용 선박은 고작 100t 안팎의 소형 경비정 수준이었다.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쏟아졌으나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강력한 추진력과 리더십을 발휘해 결국 국내 최초의 호위함을 만들었다.
이후 현대중공업은 2000년 11월 잠수함 건조업체에도 선정됐다. 당시 수주한 214급(1800t) 잠수함 3척 중 첫 번째인 ‘손원일함’과 두 번째인 ‘정지함’은 이미 건조돼 시험 운용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214급은 종전 209급에 비해 규모는 물론 추진 체계, 무장 체계 등 성능 면에서 한 단계 발전한 첨단 잠수함이다.
주력인 구축함 사업에서는 96년 ‘KDX-Ⅱ’ 사업(4500t급 스텔스 구축함)의 기본설계를 맡았고, 2000년 2번함(문무대왕함)에 이어 4번함(왕건함)과 6번함(최영함) 등을 잇달아 수주해 건조까지 완료했다.
드디어 올해 5월 현대중공업은 ‘꿈의 전투함’으로 불리는 7000t급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을 진수했다.
한국이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이지스 전투함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세종대왕함’은 해군의 KDX-Ⅲ 1번함으로 이미 건조 완료된 4500t급 한국형 구축함 6척과 함께 해군 작전능력을 크게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수선에 특화, 한진중공업림팩훈련에 참가중인 세종대왕함.(좌)<br>이지스급의 KDX-Ⅱ 1번함인 충무공 이순신함
또한 1979년 국내 최초로 인도네시아에 미사일고속정 4척을 수출하는 등 동남아, 중동, 중남미 등에 경비정과 군수지원함 등 특수 선박 30여 척을 수출하는 성과도 거뒀다. 또 독자 기술로 50노트급 군사용 수륙양용 공기부양선을 개발해 86년 해군에 인도한 데 이어 올해 성능이 업그레이된 초고속 공기부양선(LSF-Ⅱ)을 건조했다.
특히 지난 2007년에는 국내 최초이자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대형 수송함(LPAX)인 경형 항공모함 ‘독도함’을 진수했다. 독도함은 지난 2002년 해군에서 수주해 건조한 1만4000t급 경량급 항공모함으로 상륙작전을 위한 병력과 장비 수송이 기본 임무다. 수상전은 물론, 대 공중전, 대 잠수함전 등을 지휘 통제하는 기함의 기능도 수행한다.
길이 199m, 폭 31m, 최대속력 23노트(43km/h)로 300여 명의 승무원이 승선할 수 있다. 독도함은 근접방어 무기체제(CIWS) 및 대함 유도탄 방어용 유도탄(RAM)과 대형 갑판을 갖추고 있어 헬기 7대, 전차 6대, 상륙돌격 장갑차 7대, 트럭 10대, 야포 3문, 고속상륙정 2척, 최대 720명의 병력 등을 동시에 이동시킬 수 있다.
한진중공업 측은 “고속정, 초계함, 공기부양선 등 특수선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총 70여 종, 700여 척을 건조해 우리 해군 등에 인도한 경험이 있다”며 “지난 2007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대형 수송함인 1만4000t급 ‘독도함’을 해군에 인도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차세대 유도탄 고속함의 건조업체로 선정된 한진중공업은 현재 운용 중인 노후 고속정을 대체할 차세대 고속정을 건조해 지난 2011년 인도했으며, 6~9번함을 건조하고 있다.
조선강국 위용 앞세워 방위산업 활발동아시아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경량급 항모인 독도함
이 밖에 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 중인 성동조선 역시 방위산업에 참여 중이다. 성동조선은 다른 조선사들과 달리 육상에서 군함을 건조하고 있어 세계 각국의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운용 중인 전투함들의 수리를 맡고 있다.
한편 국내 조선업계의 선두주자 중 하나로 손꼽히는 삼성중공업은 방위산업 면허 자체를 보유하지 않고 있어 방위사업 부문은 영위하지 않고 있다.
■ 어려운 군함 이름 어떻게 지을까? 해군 함정에는 고유 명칭이 붙는다. 세종대왕함, 독도함, 충무공 이순신함, 을지문덕함 하는 식이다. 언뜻 보면 주먹구구식으로 갖다 붙이는 것 같지만 우리 해군은 함정의 유형에 따라 서로 다른 이름을 붙이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한국형 구축함은 국민들의 추앙을 받는 왕, 장수, 호국 인물의 이름을 붙인다.
한국형 구축함 중 3500t급 3척은 광개토대왕·을지문덕·양만춘함이 있다. 같은 제원을 가진 함정은 보통 ‘아무개급(級)’으로 부르는데 처음 진수한 1번 함의 명칭이 붙는다. 예컨대, 3500t급 한국형 구축함은 1번함의 이름을 따 ‘광개토대왕급’으로 불린다. 해군이 보유 중인 5000t급 구축함 6척은 이순신·문무대왕·대조영·왕건·강감찬·최영함으로 ‘이순신급’으로 불린다. 최근 아프리카 해역에서 해적의 피해가 잇따르자 해군이 소말리아로 파견하기로 한 배가 강감찬함이다.
이지스 전투체계를 갖춘 7600t급 한국형 구축함은 작년에 현대중공업이 진수한 세종대왕함과 이번에 진수한 쌍둥이함인 율곡 이이함이다. 7600t급은 2012년까지 1척을 더 건조할 예정으로 해군은 그 이름을 권율함으로 짓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우리 해군에는 두 가지 종류의 잠수함이 있다. 독일제 209급(1200t)은 (총 9척) 장보고·이천·최무선 등 바다와 관련해 국난 극복의 공이 있는 역사적 인물을 함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209급 잠수함 7번함은 이순신함으로 불리는데 충무공 이순신이 아니라 임진왜란 때 충무공 밑에서 전공을 세운 동명이인의 해군제독이다. 최신형 독일제 214급(1800t급)에는 손원일함과 정지함이 있다. 손원일은 초대 해군 참모총장으로 국방부 장관을 지내 ‘한국 해군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고 정지는 고려시대 왜구 토벌과 수군 창설에 기여한 장수다.
행정구역상 도나 대도시, 중소도시 등을 함정명에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1800t급 호위함은 서울·울산·충남 같은 대도시 명칭을, 1200t급 초계함은 동해·포항·목포 등 중소도시 지명을 사용했다. 1999년과 2002년에 걸친 연평해전의 주역은 고속정(150t)급으로 속력이 빠르고 날쌔게 움직인다는 의미에서 참수리로 불린다.
[서종열 기자 snikerse@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7호(2012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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