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ank] 행명 통합 새 출발 스탠다드차타드은행…한국 최고의 국제은행으로 발돋움하겠다

    입력 : 2012.02.27 13:5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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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제일은행이 변했다. 행명의 일부인 ‘제일’을 지우고 글로벌그룹 브랜드인 SC(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 통합했다. 8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SC제일은행은 1929년 조선저축은행으로 출범, 1958년 제일은행으로 행명을 변경한 이후 기업금융의 강점을 지닌 은행으로 활동해 왔다. 이후 2005년 스탠다드차타드 그룹에 인수되며 SC제일은행으로 행명을 교체한 후에도 매출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올 1월 8년 만에 ‘제일’을 떼고 행명을 그룹 브랜드명으로 통합하며 새롭게 출범하는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비전은 무엇일까?
    리차드 힐 행장
    리차드 힐 행장
    어느 기업이든 상호를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간판 교체 등의 물리적 비용은 기본, 이전까지 쌓아온 브랜드가치를 고스란히 포기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특히나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의 경우 상호는 다년간 쌓아온 인지도와 신뢰성 등 수치화하기 힘든 브랜드가치를 포함한다. 2005년 스탠다드차타드가 제일은행을 인수한 후에도 지주 내 다른 금융계열사와 달리 은행만은 ‘제일’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는 이전 ‘제일은행’과 연속성을 유지하고 고유의 브랜드가치를 살리는 한편 외국계 은행에 대한 대중과 직원들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이러한 배경에서 사용되어 온 ‘제일’을 지우고 올 1월11일부터 전격적으로 행명을 스탠다드차타드로 통합했다. 이로써 한국스탠다드차타드 금융지주 산하에는 기존의 SC제일은행 대신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새롭게 자리하며, 스탠다드차타드펀드서비스, 스탠다드차타드캐피탈, 스탠다드차타드저축은행, 스탠다드차타드증권 등의 다른 자회사와 통일성 있는 이름을 가지게 됐다.

    소매금융 강화+글로벌 이미지 제고 두 마리 토끼 잡을까
    행명이 통합된 간판으로 교체한 한국스탠다드차타드 본점
    행명이 통합된 간판으로 교체한 한국스탠다드차타드 본점
    스탠다드차타드의 이번 행명 통합은 자칫 국내 정서상 고객에게 외국계 은행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스탠다드차타드는 행명 통합을 단행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지난해 성과급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촉발된 ‘장기 파업은행’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함이다. 한 금융업계 전문가는 “지난해 있었던 명예퇴직과 노사갈등으로 인한 파업과 지점 폐쇄 등 일련의 사건들이 봉합되어가는 과정에서 기존에 있었던 행명을 교체함으로써 이미지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 분석했다. 리차드 힐 한국스탠다드차타드 은행장은 지난달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명예퇴직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명예퇴직 제도는 은행 운영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매년 시행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팀 밀러 한국스탠다드차타드지주 이사회 의장 역시 “새로운 노조가 지난달 말에 들어선 만큼 관계를 잘 정립해서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하며 노사관계 구축에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또한 스탠다드차타드측은 소매금융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서비스라인을 제시한다고 발표했다. 리차드 힐 행장은 “리테일 부문에 있어서 10시간 익스프레스 서비스, 8분 서비스 약속, 20분 계좌 개설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며 고객과의 동반성장을 이룩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두 번째는 글로벌 이미지 제고다. 변화된 행명이 주는 글로벌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 ‘체질 개선’에 돌입하겠다는 것이다. 리차드 힐 행장은 이에 대해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구축하고 있는 스탠다드차타드그룹에 비해 한국에서는 그 브랜드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에 행명 통합을 결정했다. 이는 한국의 최고 국제은행을 향한 새로운 여정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또한 “우리의 비전은 우리가 가진 국제적인 DNA를 극대화하고 한국에서의 약속을 지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한국 최고의 국제적 은행이 되는 것”이라 강조했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측은 행명 통합 이후에도 역사와 전통가치를 지키며 ‘제일’의 상징성을 계승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리차드 힐 행장은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제일지점에 50억원이라는 자금을 들여 리노베이션을 단행한 점 등을 언급하며 전통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밖에 스탠다드차타드측은 ‘제일’이라는 이름은 향후 상품과 서비스 명칭에 계속 사용할 것이라 밝혔다. 2월부터 카드나 통장, 지점 물품 등은 새로운 행명이 적용될 예정이나 개별 금융상품 등에는 지속적으로 ‘제일’을 포함해 고객들의 이질감을 줄이는 한편 전통성을 이어나갈 것이라 강조했다.

    사진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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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 가치 보존과 ‘Here for Good’ 실현할 것 또한 ‘Here for good’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지속적으로 한국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 밝혔다. 스탠다드차타드 관계자는 “ ‘Here for good’은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지역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자 2010년 3월부터 시작한 스탠다드차타드의 브랜드 약속”이라며 “우리는 2005년 이래 2200명의 직원을 채용했고 80여개의 지점을 개설하는 것은 물론 181개 지점을 리모델링하며 고용 창출과 서비스 개선에 힘써왔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외에도 우리는 한국에 대한 약속을 다하기 위해 보건, 교육, 어린이, 환경이라는 4가지 테마에 중점을 두고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스탠다드차타드는 시각장애 퇴치를 목표로 하는 ‘Seeing is Believing’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8년 동안 270만명의 시력을 되찾아 줬다.

    국내에서도 2010년부터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 택시를 기증하는 것은 물론 직원들 스스로 도서 낭독과 글자 입력 봉사를 통해 오디오북과 점자책을 제작하는 등의 활동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K리그 유소년 축구발전프로그램의 후원사로 활동, 어린이들 대상의 금융경제교육, 녹색경제에 이바지하는 기업에 적극적인 파이낸싱 지원을 하는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에 힘쓰고 있다.

    이머징마켓서 150년 역사 최근 몇 년간 요동치는 글로벌 금융시장과 침체된 세계경제 속에서도 스탠다드차타드는 꾸준한 성장과 이익 창출을 지속하고 있다.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파산의 길을 걷거나 국제적인 신용평가회사로부터 등급 하락 판정을 받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한 반면 2010년 11월 무디스는 스탠다드차타드의 신용등급을 A2에서 A1으로 상향 조정했다. 또한 작년 11월 S&P에서 은행들의 평가방법을 새롭게 변경한 후 절대 자기 자본 기준 전 세계 30대 은행에 대한 신용등급 평가를 새롭게 한 결과 장기 카운터파티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수익 면에서도 매년 안정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왼족 그래프 참조)

    많은 글로벌 은행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는 동안 스탠다드차타드는 그들의 성공 비결 중 하나로 ‘이머징마켓 중심의 비즈니스 전략’으로 꼽는다. 1850년대 중국과 인도에서 태동한 스탠다드차타드는 성장성이 높은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시장에서 150년 역사를 가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이머징마켓에 확고한 입지를 다진 스탠다드차타드는 그룹 전체의 수익과 영업이익 가운데 90% 이상을 아시아, 아프리카 및 중동 지역에서 창출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이러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 기업 및 기관고객의 국제 무역 및 금융시장 진출을 돕는 역할을 해왔다. 기업금융 및 중소기업금융 고객들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업 활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일례로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 및 기관 고객에 금융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 베트남, UAE 등 10개국 17개 도시에 한국기업을 전담하는 코리아데스크를 운영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측은 “우리는 한국을 해외로, 또 세계를 한국으로 끌어올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글로벌 은행으로서 다른 경쟁사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로 한국 기업의 세계 진출을 돕는 한편 세계를 한국으로 잇는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밀러 의장 역시 “한국 기업이 세계 어느 곳에서 영업을 하든지 지원할 것”이라며 “향후 몇 년 동안 한국 시장에서의 비즈니스를 더욱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 밝혔다.

    ■ 피터 샌즈 그룹 CEO 한국기업과 동반성장 더 노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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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1일 서울 공평동 본사에서 열린 브랜드 선포식에서 피터 샌즈 스탠다드차타드 그룹CEO는 영상을 통해 행명 통합을 축하하는 한편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1880년대 말 한국에 처음 진출한 스탠다드차타드는 한국과 오랜 관계를 갖고 있다. 아시아와 서구 국가 간 무역 흐름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한국은 스탠다드차타드의 중요한 국제무역 중심지다. 한국 기업의 해외 무역 및 투자를 지원하면서 스탠다드차타드의 해외 수익은 지난 3년간 두 배 증가했고 이는 한국이 스탠다드차타드 글로벌 비즈니스의 주요 자산이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스탠다드차타드는 한국에서 꾸준한 성과를 보여왔다.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한 이후 수익면에서 18%의 성장을 이뤄냈다”며 “60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400여 개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은 전체 스탠다드차타드의 시장 중 수익 및 이익 기준으로 4번째로 큰 국가”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중요한 시장인 한국과의 동반성장을 위해 그는 더 노력하는 한편 한국 기업들의 세계진출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샌즈는 “한국에서 행명을 스탠다드차타드로 통합하는 것은 새 출발의 의미는 물론 한국 사회 및 기업과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하는 것”이라며 “하나의 브랜드 아래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지역 70개국에 걸친 스탠다드차타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지속적으로 한국 기업을 세계와 연결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박지훈 기자 parkjh@mk.co.kr│사진 =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7호(2012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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