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Company]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지목한 빅토리녹스의 128년 장수비결

    입력 : 2012.02.27 13:5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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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부회장을 비롯한 신세계그룹 임원 1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월10일 열린 2012년 신년 워크숍의 화두는 ‘100년 기업으로의 성장 방안’이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날 앞으로 그룹이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가져야 할 비전과 방법, 이를 위해 올 한 해 핵심적으로 추진할 성장전략 및 사업 목표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장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워크숍 중 우수사례로 뽑힌 회사는 다름 아닌 스위스의 1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가진 기업 ‘빅토리녹스’였다. 이날 참가자들은 1부 공병호 박사의 강연 이후 함께 빅토리녹스의 사례를 담은 영상을 시청하며 향후 그룹의 방향성에 대한 전략회의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청 이후 워크숍 참가자들은 빅토리녹스가 내세운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3대 기업가치인 고객 중심적 사고, 직원 만족도 증대, 지역 사회와의 공존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소통을 통한 선순환 체계’를 만드는 방안에 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이날 “올해도 더욱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그룹 위상을 끌어올리는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국내 경기 활성화에 기여, 신규 고용 창출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더욱 강화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빅토리녹스는 어떤 회사? 빅토리녹스는 이름만으로는 대중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어느 집이나 창고 또는 공구상자에 하나씩 있을 법한 ‘맥가이버 칼’을 생산하는 회사다. 이 칼의 정식 명칭은 ‘스위스 아미 나이프(Swiss Army Knife)’ 이를 생산하는 빅토리녹스는 4대째 가족경영을 통해 올해로 128년 역사를 자랑하는 장수 기업이다.

    전 세계 130여국에 수출하고 연간 매출 4000억원에 이르는 빅토리녹스는 이미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올랐지만 창립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19세기 말 유럽에서 최빈국에 속했던 스위스는 원래 ‘칼’ 산업이 발달한 나라가 아니었다. 당시 24세의 창립자 칼 엘스너(Karl Elsner)가 1884년 1월1일 스위스 이바크에 공장을 차리고 부엌용 칼, 과도, 면도칼, 외과수술용 칼 등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고전을 면치 못했던 그는 군용 칼을 독일에서 수입하고 있었던 스위스 정부에 “독일에서 수입하는 군용 칼을 대체하고 고용을 창출하겠다”며 구호를 외치고 길드를 조직했다. 스위스의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일조하겠다는 24세 청년의 ‘패기’에 감동해서였을까? 1891년 스위스 군대에 군용 칼을 공급하는 데 성공하며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100여 년 동안 스테디셀러를 기록하고 있는 ‘스위스 아미 나이프’는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디자인에 있어서 그리 큰 차이는 없다. 공구의 수와 조합에 따른 제품 가짓수가 늘어났고 지문인식용 USB메모리 첨단장치가 추가되는 등의 변화가 있었지만 모양 변화는 크지 않다. 점차 디자인이 중시되고 빠르게 바뀌는 소비자들의 기호에도 빅토리녹스가 인기를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답은 핵심기술과 신뢰도에 있다. 먼저 전체적인 칼의 무게를 지속적인 소재 개발을 통해 140g에서 반으로 줄였다. 빅토리녹스 관계자는 “모든 칼은 RC(록웰 : 단단함을 나타내는 단위) 56 이상, 가위나 손톱깎이는 RC 53, 병따개와 스프링은 RC 49 이상을 유지하는 등 칼에 들어가는 다양한 공구들의 강도를 차별화해 사용을 더욱 용이하게 하는데 이러한 것들이 바로 빅토리녹스가 가진 핵심기술”이라 전했다.

    또한 빅토리녹스는 전체 직원의 10% 이상을 검수작업에 투입해 불량률을 0%대로 유지한다. 수 십 년을 사용한 제품이라도 고객이 AS를 요청했을 경우 무상을 원칙으로 수리해준다. 혹여 제품이 단종돼 부품 수급이 불가능할 때는 수리를 위해 이전 부품을 다시 제작하기도 한다. 신뢰를 중시하는 경영지침은 이러한 고객중심적인 서비스로 이어졌고 빅토리녹스가 오랫동안 장수하는 비결로 꼽히고 있다.

    위기에도 고용 늘려 구성원 신뢰 높여 빅토리녹스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스위스 국민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꼽힌다. 비결은 고용 창출 실현이라는 창립자의 정신과 직원 만족도 증대를 위한 다양한 노력에 있다. 빅토리녹스는 지역사회 고용 창출을 위해 해외 공장을 두지 않고 슈비츠 지방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상당 비율이 지역 주민들로 구성돼 있다. 출퇴근시간이 자유롭고 고용에 있어 시각장애인 등을 적극 채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또한 개인적으로 중요한 일이나 취미활동으로 근무시간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감봉 등의 불이익이 없다. 빅토리녹스 측은 이러한 제도들은 직원들의 개인적인 취미활동이나 여유시간을 통한 만족도 향상이 생산성 증대로 이어진다는 빅토리녹스의 철학이 반영돼 있다고 설명한다.

    글로벌기업으로 승승장구하던 빅토리녹스는 2001년 회사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기도 했다. 미국 9·11사건 이후 비행기 안으로 칼이 반입 금지되었고 공항 면세점에서도 빅토리녹스 칼을 판매할 수 없게 된 것.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빅토리녹스의 매출은 30%가량 줄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 빅토리녹스는 오히려 고용을 늘려 나갔다. 감원 대신 손해를 감수하고 실업의 불안감을 막아 브랜드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경계했다.

    CEO 칼 엘스너 4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슈비츠 마을에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회사를 창립한 선조들의 정신을 이어나가기 위함이었다. 노사 상호간의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직원들로 하여금 동기 부여를 하도록 하고 장기적으로 기업을 성공으로 이끈다고 생각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창립자 칼엘스너
    창립자 칼엘스너
    ■ VICTORINOX’s Behind Story ▶미국 존슨 대통령부터 백악관을 찾는 손님들에게 빅토리녹스 나이프에 자신의 서명을 새겨 선물로 증정하기 시작한 전통 아닌 전통이 시작됐다. 이는 레이건, 부시, 클린턴으로 이어졌다.

    ▶1976년 인도항공 524편에 탑승한 한 어린이가 큰 사탕을 먹다가 목에 걸려 숨이 넘어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기내에 수술도구가 있을 리 만무. 동승한 의사가 승객이 갖고 있던 빅토리녹스 주머니칼을 소독한 뒤 어린이에게 수술을 했다.

    ▶국내에 인기리에 방영된 TV 프로그램 <맥가이버>에서 주인공은 위기시마다 ‘스위스 아미 나이프’를 사용해 탈출한다. 그 덕에 방영 당시 이 칼은 연간 판매량 2600만개, 1000억원이 넘는 수입을 올렸다. ▶1995년 베니스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던 홍콩영화 <애정만세>에서 주인공이 손목을 자르는 애잔한 장면에 인상 깊게 등장한다. 또한 미항공우주국 나사(NASA)의 우주인이 여행을 나갈 때의 필수품이기도 하다. ▶ 빅토리녹스 칼은 현재 뉴욕 모던 아트 뮤지엄과 뮌헨 국립 어플라이드 아트 뮤지엄에 영구 소장품으로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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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훈 기자 parkjh@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7호(2012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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