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 시대, 스마트 위너가 지배하는 세상

    입력 : 2011.11.04 17:2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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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행하게도 그 날이 왔다.” 지난 8월24일 오전(한국 시간)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사임하면서 한 얘기다. 그는 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그동안 애플 CEO의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되면 이사회에 가장 먼저 알리겠다고 말해 왔으나 불행하게도 그날이 왔다. 나는 새로운 역할을 통해 애플의 성공에 기여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잡스는 후임 CEO에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애플 왕국을 함께 만든 팀 쿡을 추천, 승계하도록 했다.

    그의 사임 소식은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전 세계에 전파됐다. 잡스의 사임과 동시에 그의 생애와 애플의 미래, 향후 경쟁 구도를 분석한 글이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포털, 신문, 방송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퍼졌다. 정확히 측정하진 않았지만 아마 단일 뉴스로는 역사상 가장 빠르게 전파된 소식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전 세계는 이미 ‘동기화(同期化, Synchronization)’됐다. 미국 뉴욕에서부터 한국의 서울을 거쳐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까지 스티브 잡스가 만든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글로벌 동기화’를 만든 주역이다.

    성공을 부르는 7가지 스마트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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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 위너에게는 ‘스마트 DNA’가 내제돼 있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음에도 시대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함으로써 승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제1의 스마트 DNA는 ‘협력과 개방’의 정신이다. 애플, 구글 등 스마트 세계를 지배하는 플랫폼 사업자는 예외 없이 ‘협력과 개방’의 원칙을 밝히고 제3자(Third Party)인 개인 개발자들을 끌어들였다.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은 협력과 개방의 결과물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단순히 제품보다는 애플, 구글이 만든 생태계를 선택한다. 제2의 스마트 DNA는 변화 앞에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는 정신이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가 개인이 쌓아온 내제된 역량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안 된다.

    현재 스마트 혁명기는 기존 상식이 무너지는 시대다. 스마트 위너 중 한 명인 표현명 KT 사장은 입버릇처럼 “졸면 죽는다”며 변화를 강조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스마트 시대를 맞아 결정적으로 격차가 벌어진 것도 변화의 DNA를 내장했는가의 여부였다. 삼성은 ‘애플 아이폰 쇼크’를 맞아 윈도모바일 계열의 ‘옴니아’를 선보였다가 시장에서 싸늘한 반응을 얻자 시험작인 ‘갤럭시A’에 이어 ‘갤럭시S’를 잇따라 선보이며 변신을 계속했다. 하지만 LG전자는 MS윈도 개발자들이 많아 MS윈도폰 스마트폰 개발에 전력해온 결과 안드로이드 계열에서 뒤처지게 됐다. LG전자는 내제역량 레거시(Legacy) 버리지 못했다.

    제3의 스마트 DNA는 솔로모(SOLOMO)다. 솔로모는 소셜(SOcail), 로컬(LOcal), 모바일(MObile)을 결합한 단어다. 트위터, 페이스북, 링크트인 등 소셜네트워크 사이트는 물론이고 현재 출현하는 거의 모든 뉴 비즈니스 모델은 솔로모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산업 종류를 막론하고 솔로모를 내제화하지 않으면 뉴 비즈니스에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제4의 스마트 DNA는 융합적 사고다. 인문학과 기술 마인드 둘 다 균형감각을 갖춰야 한다. 스티브 잡스가 인물과 기술을 강조한 것은 이미 유명한 일화가 됐다. 한국 경영자들은 해외 CEO에 비해 균형감각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CEO 사이에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균형감각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제5의 스마트 DNA는 소통·공감 능력이다. 스마트 시대일수록 공감 능력은 그 어떤 재능보다 필요한 덕목이 됐다. 안철수 교수와 박경철 원장이 젊은이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대선 후보로까지 인식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공감 능력이 가장 필요한 시대에 나타난 인물이기 때문이다.

    제6의 스마트 DNA는 15분 안에 승부할 줄 아는 능력이다. 스마트 시대의 리드타임은 15분이다. 대중들은 15분 이상 집중하기 어렵다. 유튜브, TED 등이 모두 최장 시간을 15분으로 정한 건 이유가 있다.

    마지막 제7의 스마트 DNA는 코로벌(Korobal) 마인드다. 해외 진출이 숙명인 한국적 상황에서 한국인의 치열함에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고 소셜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 스마트한 방법이다. 굳이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 지사를 설치하고 인력을 늘릴 필요가 없다. 스마트 인터넷 시대에는 시간과 장소의 극복이 가능하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을 지원하며 유튜브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부분은 큰 시사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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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nner 1
    전 세계가 똑똑한 스마트 세상
    갤럭시S2 SHW-M250S
    갤럭시S2 SHW-M250S
    지난 2001년 9월11일, 미국 뉴욕에서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세계인들은 놀라운 뉴스를 보기 위해 집이나 사무실, 기차역 대합실에 가서 삼삼오오 모여 CNN을 시청하거나 인터넷으로 새 소식을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뉴스를 확인할 수 있다. 집이나 사무실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어디 뉴스뿐이랴. 지난 추석 명절 고향, 귀성길에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은 필수 아이템이 됐다. 교통 정체를 뚫어 줄 실시간 고속도로 정보부터 긴 시간 지루함을 덜어낼 도서, 차례상 차리기, 윷놀이까지 앱을 챙겨 둔 스마트족들은 나름 즐거운 추석을 보낼 수 있었다. 스마트족은 자동차에 시동을 걸기 전에 ‘고속도로 교통정보’, ‘T맵’, ‘올레내비’, ‘다음 지도’, ‘네이버 지도’ 등을 확인해 막힌 곳을 피해가며 운전했다. 지난 추석, 귀성길이 예전에 비해 정체가 크게 줄어든 것은 스마트 앱이 큰 기여를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스마트폰은 확실히 비용을 절감시키고 생산성을 높인다.

    잡스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란 하드웨어(HW)에 아이오에스(iOS)란 소프트웨어(SW)를 동기화시키고 아이튠즈와 아이클라우드 등의 서비스를 통해 놀라운 경험을 하게 해주는 트라이버전스(Trivergence, 3중 융합)로 전 세계인들을 똑똑하게(스마트) 해줬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스마트(Smart)한 사람은 아니었다. 스마트하다는 것은 댄디(Dandy)하고 민첩하며 주위 사람을 배려하는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잡스는 알려진 대로 고집불통에 불친절하고 독선적이며 타협을 할 줄 몰랐다. 한마디로 스마트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는 애플에서 괴팍한 성격 때문에 임원진과 불화가 잦아 쫓겨나기도 했으며(1985년) 복귀(1996년)한 후에도 핵심 임원(존 루빈스타인)에게 욕설을 퍼붓고 쫓아내기도 했다. 독선적이지만 창의적인 한 사람이 스마트 월드를 창조해냈다.

    잡스가 스마트 월드의 아버지라고 한다면 미국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스마트 월드의 어머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는 일찍부터 인터넷과 세계화가 결합, 세계의 정치·사회·문화의 지각변동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이를 책으로 펴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첫 시작이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다. 이후 프리드먼은 생각을 발전시켜 2005년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라는 역작을 내고 2008년에는 <코드 그린 :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Code Green : Hot, Flat and Crowded)>라는 책으로 스마트 월드의 이론적 토대를 만들었다. 물론 이 책들의 핵심 키워드는 스마트 월드가 아니다. 특히 <코드 그린>은 세계화로 인한 에너지 위기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책에는 세계가 에너지 기후 시대를 살고 있으며 에너지 과소비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스마트 그리드를 제안한다. 그는 이 책에서 IT와 ET(Energy Technology)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융합된 ‘에너지 인터넷’ 시대를 살아가는 것이 공상과학소설이 아니며 공장이나 연구실에서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프리드먼은 특히 “몇몇 유틸리티 회사는 냉난방을 비롯한 대부분의 전기 서비스를 가장 청정하고 가장 값싼 전기로부터 얻게 해 스마트홈을 최적화할 수 있게 했다. 전통적 의미의 전화 회사가 전부이던 시기에 인터넷 공급 업체가 슬슬 모습을 드러내가 시작한 것처럼 EESC(Energy Efficiency Service Company)도 가정의 스마트 그리드 최적화를 위해 등장했던 것이다”라고 스마트 그리드 시대를 예견했다.

    그 결과는 어떨까. 이제 스마트 그리드는 대중적 언어가 됐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2009년 10월 “스마트 그리드는 제2의 고속도로 혁명이다”라며 34억 달러 투입을 결정하기도 했다. 프리드먼은 인터넷과 전통 산업을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널리 대중에 알렸다.



    Winner 2
    스마트 기기로 올해의 영향력 1위, 레이디 가가
    미국 여가수 레이디 가가(오른쪽)가 2009년 12월7일(현지시간) 영국 블랙풀에서 왕실이 주관하는 최대 자선공연 ‘로열 버라이어티 퍼포먼스’에 참석해 엘리자베스 여왕과 허리를 숙여 악수하고 있다.
    미국 여가수 레이디 가가(오른쪽)가 2009년 12월7일(현지시간) 영국 블랙풀에서 왕실이 주관하는 최대 자선공연 ‘로열 버라이어티 퍼포먼스’에 참석해 엘리자베스 여왕과 허리를 숙여 악수하고 있다.
    스마트한 세계는 펼쳐졌다. 누구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만 들면 더 똑똑해질 수 있다. ‘스마트 워크’ 시스템을 도입하는 기업이 증가함에 따라 직원들은 자신의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선택할 수도 있다. 기업들도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비용을 효율적으로 쓰고 있으며 태블릿PC 등으로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사용하고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해서 누구나 승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 시대는 시간과 장소가 동기화되기 때문에 민첩성(Agility)과 차별화가 요구된다. 남들보다 빠르고 다른 전략을 구사하지 않으면 스마트 승자의 지위에 올라가기 어렵다. 스마트 DNA를 갖추고 승자의 반열에 오른 대표적 스마트 위너는 바로 미국의 팝가수 레이디 가가다. 가가는 지난 5월 새 앨범을 발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뿐만 아니라 소셜 게임과 모바일 게임 시장까지 점령했다. 그녀의 트위터 팔로워(구독자) 수는 1040만여 명에 달하고 페이스북 팬은 3500만 명을 넘어섰다. 트위터에서 가가와 그의 팬들은 서로를 ‘엄마 몬스터’, ‘작은 몬스터’로 부르며 소통한다. 이러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가가는 최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올해의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서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오프라 윈프리가 프리 스마트(Pre Smart) 시대 1위 셀럽이었다면 가가는 스마트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 됐다. 그녀가 트위터, 페이스북을 잘 활용해서가 아니다. 스마트 도구를 활용해 돈을 벌 줄 안다. 이 영특한 여성은 지난 5월 자신의 새 앨범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의 수록곡을 페이스북의 온라인 소셜 게임 ‘팜빌(FarmVille)’을 통해 먼저 공개했다. 새 앨범을 MP3도 아니고 아이튠즈도 아닌 소셜 게임에 먼저 소개하는 발상의 전환을 선보였다. 게임 참가자들이 팜빌 안에 개설된 ‘가가빌(GagaVille)’과 이웃을 맺고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면 가가의 신곡들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들을 수 있다. 페이스북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 중 하나인 팜빌이 가수와 합작해 음악을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후 미국 게임업체 태플러스는 인기 모바일 게임 ‘탭 탭 리벤지’의 새 버전을 ‘레이디 가가의 본 디스 웨이 리벤지(Born This Way Revenge)’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새 앨범의 팜빌 상륙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디지털 음원 시장이 폭발했다. 빌보드는 가가의 새 앨범이 첫 주에만 최대 75만장이 팔린 것으로 조사했다. 유럽경영기술학교(ESTM)의 마르틴 쿱 교수는 “레이디 가가는 감성적이고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소셜미디어의 특성을 잘 활용하는 아티스트다. 나이 든 기업 CEO들은 그의 쌍방향 소통 방식을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가는 우리 시대 최고의 스마트 디자이너다.



    Winner 3
    일본 내 팔로워 1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스마트 위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결산(2010년 4월∼2011년 3월)에서 매출이 2009년도보다 8.7% 늘어난 3조46억엔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소프트뱅크는 창업 이래 처음으로 매출이 3조엔(약 40조원)을 넘었다. 중요한 것은 순이익이었다. 영업이익은 35% 늘어난 6291억엔, 순이익은 96.2% 증가한 1897억엔(2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아이폰 때문이었다. 일본에서 독점 판매하는 아이폰 때문에 소프트뱅크의 휴대폰 판매대수가 전년도보다 무려 110만8000대 증가한 1024만2000대에 달했고 이는 자회사에도 영향을 줬다.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야후 재팬도 검색연동형 광고 수익이 크게 늘었다. 스마트 위너로서 손 회장은 이 같은 실적이 전부는 아니다. 손 회장은 일본 내에서 가장 많은 팔로워를 확보한 파워 트위터리언이다. 그의 트위터 팔로워는 128만 명에 이른다. 그는 최근 일본 원전위기 때 일본 기업인 중 가장 많은 기부액수인 10억엔을 기부한 데 이어 원자력을 대신할 태양열 발전에 투자하는 등 남다른 행보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대기업 오너인 손 회장에게도 홍보팀은 있다. 하지만 그는 고객, 직원과 소통을 트위터를 통해 직접 소통한다. 손 회장은 일본 혐한우익들이 “일본에서 꺼져라” 등 막말을 남겨도 “어디로 가면 돼?”라고 응수하는 등 거의 모든 트윗에 간단하게나마 자신의 의견을 밝히거나 답한다. 그는 SNS를 비즈니스로 연결시키는 데에도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소프트뱅크의 업무개선에 트위터를 이용도록 했다. 소프트뱅크는 2만여 명의 전 직원이 트위터를 사용 중이다. 소프트뱅크 모바일은 고객지원 부문에서 트위터 이용자의 투고 내용을 매일 검색한다.

    고객지원 관련 부서에선 소프트뱅크나 전파 등 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관련된 수백 개의 키워드를 미리 마련해 놓고 수시로 이들을 검색해 트윗을 수집한다. 작고 사소한 불만이라도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겠다는 취지로 트위터를 활용했고 적중했다.

    손 회장은 최근 ‘소프트뱅크 신 30년 비전’을 설정하면서 트위터에 의견을 묻기도 했다. ‘신30년 비전’은 손정의 회장이 향후 30년간 경영 방침과 그의 생각을 담은 비전이다. 그는 지난 6월 내한 기자회견에서 “트위터를 시작한 계기는 30년 비전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사람들의 지혜를 알기 위한 것이었다. 30년 비전만 만들어지면 닫으려고 했지만 일을 하는데도 도움이 많이 된다는 점을 발견하고 계속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과 연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내가 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손정의 회장의 ‘신 30년 비전’ 첫 장에는 “소프트뱅크의 궁극적 목표는 인류의 행복이다”라고 적시하고 있다. 무슨 뜻일까.

    손 회장은 이 기자회견에서 “많은 사람들의 지혜를 빌리기 위해 트위터를 시작했다. 그 트위터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장 슬픈 일은 무엇인가?’ 라고 물어봤다. 하룻밤에 2500개의 답변이 왔고 분류를 했더니 가족과 친구의 죽음, 절망, 이것을 한 가지 단어로 바꾸니 고독(Loneliness)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에 대해 질문해보았더니 많은 대답이 왔다. 사랑, 미소, 누군가에 필요한 사람 등 여러 답변이었으나 공통적인 부분은 감동(Touched by seeing, learning)이었다. 보는 감동, 배우는 감동, 만나는 감동, 노는 감동, 서로 사랑하는 감동, 마음이 움직이는 그런 감동이란 것이 사람들에게 있어 가장 큰 행복이다, 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으로 기업이 흥한 것을 넘어 스마트 DNA를 몸소 채득해 스마트 위너가 된 대표적인 최고경영자다.



    Winner 4
    SNS로 ‘SM네이션’ 만드는 이수만 회장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세계적인 한류 열풍의 주역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프로듀서)은 ‘유튜브’라는 동영상 플랫폼과 ‘페이스북’을 이용, SM네이션(SM Nation)을 만들어낸 또 다른 스마트 위너다. SM은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샤이니, 에프엑스(fx) 등 소속 가수들의 새 앨범이 나올 때마다 유튜브에 먼저 올리고 동남아는 물론 미국, 유럽 등 네티즌들의 반응을 직접 들었다.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한류, 케이팝 붐은 유튜브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 글로벌 플랫폼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인 파리’ 공연을 한 뒤 축하 파티를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했는데 3일간 8700만 뷰를 기록했다. 페이스북 사상 최단 기간 최다 클릭 수다. 유튜브의 SM타운 방문자도 2~3년 새 10배가 늘었다.

    이 회장은 더 큰 꿈이 있다. SM네이션을 만들어 레이디 가가 네이션과 경쟁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회장은 한국경영학회 컨퍼런스에서 “지금 전 세계 젊은이는 새로운 동영상 매체인 유튜브로 시청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부터 중국까지 피부색, 언어와 상관없이 전 세계 지구인이 SM의 콘텐츠를 즐겨 보고 있다. 앞으로는 원론적이고 물리적인 성격의 국가보다 ‘버추얼 네이션’이라는 가상 국가가 급부상한다. 이러한 가상 국가 속에 SM타운이 중심에 설 것이다. SM 음악을 중심으로 프랑스인, 중국인, 미국인이 모여들고 동질감을 느끼는 것이다. 과거에는 마이클 잭슨의 네이션(국가), 브리트니 스피어스라는 네이션이 제일 컸다. 이제는 SM의 네이션이 마이클 잭슨의 네이션과 경쟁하는 셈이다. 물론 SM이라는 버추얼 네이션의 근거지는 한국이다. 한국에서 한류팬의 전당대회, 집성회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이수만 회장의 시도가 더 의미 있는 것은 글로벌 진출의 생각을 바꿔 놓았다는 것이다.

    케이팝의 글로벌 진출은 모든 음악 제작사들의 꿈이다. 그래서 JYP 프로듀서 박진영은 비, 원더걸스를 내세워 미국 시장에 직접 공략했다. 그는 미국의 뉴욕에 사무실을 내고 연습생들을 한국에서처럼 혹독하게 훈련시켰으며 라면을 끓여 먹으며 미국 현지 시장을 뚫으려 했다. 미국 현지 시장용으로 내세운 멤버는 비, 원더걸스 외에 임정희와 현재 미스에이에서 활약 중인 민이 있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비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으나 미국에서 반향을 일으켰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원더걸스는 미국과 한국 시장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으며 임정희와 민은 국내에 복귀했다. 이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해외 진출을 위해 현지화해야 한다는 발상이 ‘글로컬(Glocal : Global+Localization)’ 전략이라면 한국적 감수성과 치열함을 그대로 해외에 진출하는 모델이 바로 ‘코로벌(Kolobal, Korea+Globalization)’ 전략이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봐도 굳이 미국에 대형 사무실을 내고 미국인들에게 직접 영업할 필요가 없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그러나 글로벌 동영상 유통채널 유튜브를 통해 대중에게 직접 전달하면 비용은 줄이고 파급 효과는 엄청나다. 유튜브 SM타운에 들어가면 글로벌 팬들의 댓글에 놀라운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이 회장은 미국에 직접 진출할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이 회장은 “미국에 진출할 필요가 없다. 일본도 중국에서 인정받으려고 간다. SM의 타깃은 중국이다. 앞으로 중국은 동양의 할리우드가 될 것이다. 아날로그적인 의미에서다. 한국은 가상 세계의 할리우드다. 한국은 버추얼 네이션으론 최고가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Winner 5
    플랫폼 전략 구사해 승자가 된 영국 ARM
    워런 이스트 ARM CEO
    워런 이스트 ARM CEO
    ARM은 낮은 소비전력으로 모바일기기에 최적화한 중앙처리장치(CPU) 설계를 지원하는 ‘반도체 설계 지적 재산권’ 전문 회사다. 모바일과 노트북PC에서 두뇌 기능을 하는 중앙연산처리장치(CPU)를 설계하고 그 결과를 애플, 삼성전자, 퀄컴, TI 등 제조업체에 판매하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즉 반도체 연구개발(R&D) 분야 외주 업체인 셈이다. ARM은 스마트 시대에 게임 법칙이 바뀌면서 더 부각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저전력 설계기술을 개발해 왔는데 모바일이 PC를 넘어서면서 인텔과 경쟁하는 위치에 올라섰다. 전 세계 MP3와 스마트폰, 태블릿PC 중 95%에는 ARM이 설계한 칩이 내장돼 있기 때문이다. 이후 ARM은 스마트폰용 반도체(AP)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며 위너의 반열에 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스마트폰의 90% 이상이 ARM이 설계한 반도체 칩을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CPU ‘엑시노스’, 애플의 ‘A5’, 퀄컴의 ‘스냅드래곤’이 모두 ARM 설계 기술을 쓰고 있다. IDC는 향후 5년 안에 ARM이 PC프로세서 시장의 15%를 점유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심지어 ARM은 구글 안드로이드(Android)와 묶어 ‘암드로이드(ARMDroid)’ 또는 ‘괌(GARM·Google+ARM)’이란 단어로도 불린다.

    실적도 좋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ARM의 결산 결과 순익은 전년 동기대비 21% 증가한 2660만 파운드(458억원), 매출은 18% 증가한 1억1780만 파운드(2030억원)를 각각 기록했다. 이 회사가 스마트 위너가 된 비결은 ‘플랫폼 전략’이다.

    어떻게 보면 제조업의 구글과 비슷한 존재라고 볼 수 있다. 기술을 개방해 모든 사람들이 손쉽게 쓰게 만들고 그럼으로써 안드로이드가 시장에 퍼지게 되고 결국 그게 하나의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ARM과 구글이 비슷하다. 만약 ARM이 없었다면 반도체 회사 각자가 ARM과 같은 설계 도면을 만들고 발전시켜나가기 위해 모두 ARM과 같은 규모의 R&D 인력을 보유해야 한다. 또한 각 회사의 아키텍처가 모두 다르기에 호환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ARM은 이처럼 칩 제조산업의 오픈 생태계를 만들었다. 낮은 로열티로 모두가 ARM 설계를 쓰도록 만들었다. ARM 칩의 로열티는 개당 6센트에 불과하다. 누구나 ARM 설계를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자사는 확장성을 갖게 된다. 이것이 플랫폼 전략이다. 워렌 이스트 ARM 최고경영자는 스마트 위너가 될 것으로 믿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그는 “ARM은 처음부터 저전력과 간편함에 초점을 맞추고 모바일에 집중했다. 왜냐하면 그 분야에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저전력에 단순한 칩을 만들면 디지털TV, 자동차 등 많은 산업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텔과 경쟁에서 승리하고 있는 것은 ARM이 아닌 ARM 커뮤니티다. 삼성, TI 등과 같이 일하는 ARM 커뮤니티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이유다. 개방형 플랫폼과 생태계(에코 시스템)를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이 21세기에 적합하다. 왜냐하면 투자와 성과를 공유하고 같이 나누는 것이 더 낫다고 믿기 때문이다. ARM 기반 기술의 경쟁은 혁신을 할 수 있도록 자극한다. 그리고 그 혁신에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고 스마트 위너의 핵심 비결인 ‘개방과 협력’ 원칙에 대해 소신을 밝혔다.



    Winner 6
    스마트 제조업 만드는 테크숍, 짐 뉴튼 회장
    짐 뉴튼 테크숍 회장
    짐 뉴튼 테크숍 회장
    28세의 실리콘밸리 창업가 패트릭 버클리는 아이패드를 처음 본 순간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아이패드를 손에 쥘 때의 느낌이 책을 쓰다듬을 때의 감촉과 같도록 제품을 개발해 보면 어떨까. 하지만 대부분의 아마추어 발명가와 마찬가지로 버클리는 견본 모델 제작에 필요한 라우터 드릴 등의 특수 도구를 갖춘 작업공간이 없었다. 하지만 버클리의 집 가까운 곳에 테크숍(TechShop)이 있었다. 레이저 커터, 고급 톱, 그리고 정통 DIY(손수 제작) 애호가들의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전문 장비를 두루 갖춘 작업실 체인점이다. 4주도 안 돼 버클리는 대나무와 몰스킨(표면이 부드러운 면직물)로 된 아이패드 홀더 두두케이스(DODOcase)의 견본 모델을 완성했다. 그는 1000달러도 안 되는 돈을 투자했지만 아이패드 시판 후 첫 4개월 동안 1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테크숍은 스마트 혁명이 만든 1인 제조업 시대의 첨병이다. 테크숍에선 하루 30달러 혹은 한 달 100달러만 내면 대형 공장에서 쓰는 각종 공구와 기계 장비를 마음대로 쓸 수 있다. 테크숍 작업 공간에는 밀링 머신, 용접 장비부터 금속판, 레이저 칼, 드릴 프레스, 최첨단 전기톱, 라우터와 전자공학 회로, CAD 프로그램, CNC 장비, 고성능 3D 프린터까지 최첨단 장비와 기계가 완비돼 있다. 사용자 눈높이에 맞춘 교육과정도 제공한다. 테크숍이야말로 개인도 무엇이든지 생산하는 1인 제조업 공장인 것이다.

    테크숍의 성장세는 눈부시다. 지난 2006년 미국 캘리포니아 먼로 파크(Menlo Park)에 첫 번째 숍을 개장한 이후 롤리(Raleigh), 샌프란시스코, 산호세에도 차례로 테크숍을 만들었다. 올 가을에는 미시건주의 최대 도시 디트로이트에 새 테크숍을 개장한다.

    테크숍을 창조한 짐 뉴튼 회장은 스마트 DNA를 타고났다. 뉴튼은 아마추어 발명가이자 DIY 애호가다. 테크숍에서는 아이디어가 ‘진짜 물건(real things)’이 된다. 테크숍에서 물건을 만들어 클라우드 펀딩 사이트(인터넷 사이트에 아이디어 및 제품을 올려 놓으면 소비자가 성공 가능성을 평가해 후원금을 제공하는 플랫폼) 킥스타터닷컴에 올려 창업비용을 마련한 이들도 있다.

    테크숍은 일종의 제조업 플랫폼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뉴튼 회장은 “전기자동차, 대체 에너지, 에너지 효율화 기술, 로봇 등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이 나타난다. 테크숍은 이러한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공간이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 정부는 물론 기업까지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테크숍이 미국 전역에 퍼져서 미국의 시민을 모두 발명가로 만드는 것이 꿈이다. 그는 “미국 지역사회 곳곳에 테크숍 하나씩을 개설하고 더 나아가 전 세계 지역사회에 테크숍을 개설하고 싶다. 모든 사람은 창의성이 있다. 창의성은 우리를 그야말로 인간답게 해주는 힘이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 창의성을 발현시킬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싶다. 테크숍은 기존 직장과 다르다. 마치 영화를 보고 공원에 가는 것처럼 테크숍을 놀러가게 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비전이다”라고 말했다. 뉴튼 회장은 스마트한 아이디어를 실현하게 하는 마법사 같은 스마트 위너다.

    [손재권 /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jack@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3호(2011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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