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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오 공동기획 - Wedding Economics
입력 : 2011.11.04 17:2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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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누구랑 결혼할까? ‘이상적 배우자’를 통해 엿보는 경제상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와 듀오 휴먼라이프연구소가 지난 2010년 말 기준으로 진행한 미혼남녀의 결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남성은 배우자 선택 시 성격, 외모, 경제력, 가치관, 직업, 가정환경 순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성은 성격, 경제력, 직업, 가정환경, 외모, 가치관 순으로 꼽았다. 기본적으로 남성은 여성의 외모를 보는 비중이 높고 여성은 경제적 능력(경제력+직업)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2001년과 2004년 조사에선 남성의 경제력 단일 항목이 성격보다 중요한 최우선 고려 요소로 나타나기도 했다.
요즘 결혼 할 때 ‘이것’부터 따진다 형남규 듀오 회원관리부 총괄이사는 이에 대해 “남녀 공히 성격을 가장 중시하는 편이나 과거나 지금이나 남성은 여성의 외모를 중시하고 여성은 남성의 경제적 능력을 우선시 하는 성향이 강하다”며 “과거 여성이 남성의 학력을 고려 요소로 크게 중시했던 것과는 변화된 모습”이라 전했다.
2000년대 초반에 비해 현재는 남성들도 여성의 경제력에 대한 의식이 많이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점점 어려워지는 경제 사정에 남성들도 여성의 경제력을 보는 비중이 늘어난 것. 형 이사는 “요즘 남성들 대부분 결혼 후 맞벌이를 원할 정도로 결혼에 있어 경제적인 요건이 크게 작용한다. 출산율이 낮아지는 이유도 경제적인 요건이 한 몫 하는 만큼 결혼을 생각하는 미혼남녀들에게 경제력은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점점 벌어지는 빈부격차와 어려워진 가계 사정에 따라 경제적 능력은 결혼에 있어 중요한 요건임을 부정할 수 없다. ‘혼(婚)테크’라는 충격적인 신조어가 등장하고, 결혼은 ‘경제적’ 현실이라는 점을 수긍하듯 과거 남성의 경제력을 좇는 여성을 ‘속물’이라 비난하며 따가운 눈총을 보내던 시선들도 많이 줄어든 모양이다.
올 10월 결혼을 앞둔 서울 모 대기업에 다니는 이모 씨(30)는 지난 4월 여동생의 결혼을 지켜봤다. 그는 “예비신부와 교제를 시작한 지 1년쯤 지나 신부의 어머님이 우리 둘 사이를 반대하신다는 걸 알았다. 결혼 후 서울 외곽 작은 전셋집을 얻으려는 계획과 당시 구직 중이었던 내 경제력이 문제가 된 것”이라며 “당시 속으로 많이 야속했지만 최근 여동생의 결혼과정에서 남편 된 사람이 조금 더 경제적 여유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어 장모의 마음을 100% 이해하게 됐다”고 전했다.
결혼에 경제력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 것은 비단 현재 뿐만이 아니다. 18세기 기준 이전까지 왕실의 결혼은 철저한 계산에 따른 정략결혼이었다. 또한 국가 간 동맹을 위한 ‘외교적 거래’로 결혼이 성사되는 일도 흔했다. 귀족들은 혼인을 통해 세력을 키우고 재산을 늘렸다. 일반 농민들은 최대한 많은 토지를 갖고 있어야 먹고살 수 있었기에 결혼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경제적 조건이었다. 과거나 현재나 경제적 조건은 결혼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여성이 선호하는 남성의 직업군은 전통적으로 전문직 등 사회적 신분에 의해 좌우되어 왔다면 IT 붐이 불어온 2000년은 정보통신 관련 직군이 전문직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후에 다시 전문직종이 강세를 보이다 2004년부터 공무원과 공사 근무자가 선두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특히 2005년에는 공무원, 공사 직원에 이어 교사가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는 사회가 불안정해지면서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져가고 있는 요즘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남성을 배우자로 선호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남성들이 선호하는 여성의 직업군은 전통적으로 교사였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잠시 공무원, 공사 직원에 선두자리를 빼앗겼다가 2010년 다시 탈환했다.
서울 호텔신라 웨딩홀
이상적 배우자 연봉 “얼마면 돼?” 2008년까지 배우자의 희망연봉은 해마다 증가해 왔다. 2008년 여성이 바라는 배우자의 희망연봉은 6027만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남성이 바라는 배우자의 희망연봉도 2008년 평균 3655만원으로 정점에 달았다.
이렇게 증가 추이를 보이던 수치는 2009년과 2010년 연달아 전년 대비 하락했다.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미국 발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위축이 큰 폭으로 심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이며 2010년에는 지속적인 취업난으로 인해 심리적 장벽이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당해진 골드미스 “급할 것 없다”
그러나 실제로 골드미스들의 결혼 상담을 해온 다수의 커플매니저들은 여성들이 과거에 비해 더욱 꼼꼼한 기준으로 배우자를 고르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듀오 김선아 주임은 “실제로 여성들의 혼인 연령이 과거보다 늦어지며 골드미스들의 배우자 선택 폭은 더욱 늘어났다”며 “결혼 시 나이에 대한 부담이 예전보다 줄어 경제력 측면에서 강점을 가진 골드미스들이 꼼꼼하게 배우자감을 고를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경제력·외모·가사 분담 3박자 갖춰야 요즘 골드미스들은 배우자를 고를 때 경제력 못지않게 외모도 많이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가인 듀오 커플매니저 팀장은 “최근에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의 배우자 요구상이 구체화되고 다양해졌다. 남성과 여성 모두 경제력뿐 아니라 외모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특히나 여성 중에서 능력이 높은 골드미스일수록 원하는 이상형이 구체화되어 있고 더 좋은 조건의 배우자를 찾는다”고 말했다.
또한 결혼 이후 가정의 모습에 대해 꼼꼼히 챙기는 것도 특징이라고 전했다. “예전에는 원하는 남성상을 이야기할 때 학력, 직업, 가족환경 등 현재의 상황들을 위주로 고려했다면 최근에는 결혼 후까지의 상황을 체크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결혼 후에 맞벌이를 할 것인지, 가사분담은 어떻게 할 것인지, 분가할 것인지 등을 미리 체크한다”며 “결혼 이후 가정의 모습을 미리 맞춰보며 신중히 배우자를 고르는 성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골드미스들의 각자 원하는 이상적 배우자상이 뚜렷하다보니 만남과 헤어짐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김수정 듀오 커플매니저 팀장에 의하면 “최근에는 미혼 남녀들이 인연이 아니면 서로를 위해 빨리 포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자신이 원하는 배우자의 이상형에 대한 기준이 뚜렷하다 보니 뜸을 들이거나 흔히 말하는 밀고 당기기보다는 속전속결로 서로의 시간 낭비를 하지 않으려 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전했다.
골드미스들의 깊은 고민 ‘출산과 육아’
또한 자신이 이뤄 놓은 사회적 성공이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으로 무너지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는 골드미스들도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이러한 골드미스들에 대해 형남규 이사는 “과거에는 결혼적령기가 있어서 비슷한 나이에 결혼을 하는 획일적인 흐름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흐름이 없어졌다. 그만큼 여성들도 사회진출과 함께 결혼할 시기에 대한 조급함이 과거보다 많이 사라졌고 일에 좀 더 열중하려 하는 경향이 커졌다.
하지만 결혼하는 시기도 각자 다르다 보니, 내가 결혼하고 싶을 때 나의 이상형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성공과 결혼을 별개로 보지 말고 함께 보고 계획하는 것이 좋다”는 안타까움 섞인 조언을 남겼다.
요즘 결혼식 ‘똑똑하게’ ‘통통 튀게’한 예비 신혼부부의 하우스웨딩 장면
달라진 예식장 ‘하우스 웨딩’ 성황 최근 ‘거품을 뺀’ 결혼식장을 택하는 커플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존에 성대한 식장에 많은 하객을 들이기 위해 적게는 수백 장 많게는 천 장이 넘는 청첩장을 돌리는 문화를 탈피. 가까운 일가친척과 지인들만 참여해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식을 행하는 ‘하우스 웨딩(하객 200인 이하)’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관공서 등에서 제공하는 공간에서 치루는 ‘하우스웨딩’은 실용성 측면에서 뛰어나다. 대표적으로 성북구청은 예비 신혼부부들을 위해 ‘성북아트홀’을 무료로 대관해주고 있다. 홀 안에는 폐백실, 식당, 피로연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성북구청 가정복지과 이정랑 씨는 “하우스웨딩은 각종 패키지와 인원수별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일반적인 결혼식에 비해 실용적이며 무료로 식장을 대관하는 경우 상당한 비용이 절감된다”고 전했다.
반면 여유로우면서 고급스러운 예식을 진행하고 싶은 사람들은 특급호텔 하우스 웨딩을 선호한다. 야외나 독립적인 공간에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식을 올릴 수 있어 소위 ‘돈 많은 사람들’에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서울 주요 호텔들은 기존 웨딩홀을 리뉴얼하거나 소규모 웨딩홀 운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심심했던 결혼식, 파티로 바꾼다 피로연 문화도 변했다. 뮤지컬이나 국악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가 하면 아예 피로연장을 파티 장소로 꾸미는 결혼식도 등장했다. 기존 피로연은 조금 지루하고 딱딱해 하객들이 식사를 마치는 즉시 귀가하는 식이었다면 다채로운 즐길 거리로 결혼식 문화가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식후 DJ 부스, 라이브 연주, 댄스 플로어 등에서 파티를 즐기길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기존에 식과 식사만으로 구성됐던 단출했던 결혼문화에서 탈피해 다양한 방식으로 결혼을 축복하는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고 전했다.
[박지훈 기자 parkjh@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3호(2011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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