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티안 비터 슈로스 요하네스베르그 사장, 거대시장 인도에 와인 팔지 않는 고집
입력 : 2011.11.04 17:23:30
-
생산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길 원한다. 그것이 이유이다.”
900년 역사의 슈로스 요하네스베르그는 메터니히 백작 가문의 도메인으로 세계 최초로 ‘레이트 하비스트(일반 포도보다 최고 한 달 늦게 수확해 당도가 최고로 높아졌을 때 만드는 와인)’를 발견해낸 전설적 와이너리다. 메터니히는 나폴레옹 해방 전쟁 승리 후 빈회의 의장으로 유럽의 질서 회복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런 명성을 가진 가문의 와이너리지만 슈로스 요하네스베르그는 35ha 규모로 그리 넓지는 않다. 게다가 수요가 늘어난다고 마음대로 밭을 늘릴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높은 품질의 와인을 소량 생산해 최고급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판매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그런데도 매년 생산량 대부분이 팔려나가니 제값을 주지 않으려는 곳에 팔려고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와이너리가 마케팅을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어서 한국은 물론 중국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크리스티안 비터 사장은 이번 시음회에 64년 빈티지 와인까지 가져왔는데 그만큼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결국 그의 마케팅 전략은 물량을 많이 파는 것보다는 인지도를 높여 높은 가격에라도 그의 와인을 사려는 소비자를 더 많이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명품 업체들의 전략과 같은 셈인데 이미 효과를 보는 것 같다.
“중국에 들어간 지 2년 됐는데 이미 슈로스의 고가 와인들이 많이 나간다. 한국과도 장기적 유대를 맺고 싶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슈로스 요하네스베르그는 250년 이상 리슬링 단일품종만을 고집하고 있다. 리슬링에 가장 좋은 포도밭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곳에서 포도가 완전히 숙성돼 당도가 최고도에 이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딴 포도를 같은 라인가우 지역에서 자란 참나무로 만든 오크통에 넣어 숙성시킨다고 했다. 그래야 최고의 매칭이 된 와인이 나온다는 것.
그 고집이 살아있는 와인 맛은 어떨까.
2009년 옐로우 실(옐로우 실은 18세기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가의 상징)은 약간의 오렌지와 꽃향기가 상쾌한 느낌을 주는데 드라이하면서도 살짝 단맛이 났다. 1990년 옐로우 실은 산도가 강하고 드라이 하면서 약간의 숯의 향이 살짝 풍겼다. 리슬링 품종에선 접하기 쉽지 않은 향미다. 2009년 레드 실 카비넷에선 부드러운 산미와 약간의 탄산의 느낌, 살짝 풍기는 달콤한 느낌의 꽃향기가 어우러졌다. 2009년 리슬링 퍼스트 그로스는 약간 쌉쌀한 느낌이 들 정도로 드라이하고 산미가 강하게 느껴졌는데 뒤로 잘 익은 과일의 특성이 살아 있는 단맛이 깊은 향과 함께 오래 맴돌았다.
[정진건 기자 borane@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3호(2011년 10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