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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biya] 정상들이 챙기는 리비아 재건사업
입력 : 2011.11.04 17: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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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5일에는 군사작전을 주도한 NATO의 주축국가인 영국과 프랑스 정상이 전격적으로 수도 트리폴리를 방문했다. 캐머런 총리와 사르코지 대통령의 리비아 방문은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붕괴된 이후 외국 정상으로서는 처음이다.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NTC)와 회담을 가진 것은 물론 시민들 앞에서 ‘개선장군’인 것처럼 대중연설도 펼쳤다. 포스트 카다피 시대에서 발언권을 사전에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다. 리비아의 자원과 재건사업 쟁탈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의도가 명확하다.
9월 1일 개최된 ‘리비아의 친구들’ 국제회의에 참석한 세계 각국의 정상들.
지브릴 총리는 미국의 피츠버그 대학에서 정치학과 전략학으로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다. 타르후니 장관은 1974년 정치적 이유로 미국으로 망명해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두 인사의 NTC 진입에 미국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국가 운영을 총괄하는 총리와 재정 및 석유 분야를 담당하는 장관이 이미 친미인사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리비아 사태는 아직 ‘진행 중’이다. 카다피 정권이 붕괴했지만 정치 안정에는 걸림돌이 많다. 실제로 리비아는 이미 혁명에 성공한 이집트 및 튀니지와는 크게 다르다. 이집트 및 튀니지의 정권교체는 시민혁명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독재에 맞서 국민이 들고 일어나 결집력도 강했다. 정권 외에는 저항세력도 없었다. 때문에 보름 전후라는 짧은 기간 내에 대통령을 축출할 수 있었다. ‘권력이양’도 순조로웠다. 과거와 완전한 단절은 아니지만 군부가 잠정적이지만 합법적인 통치권을 이어받았다. 나름대로 치안을 유지하며 순조롭지는 않지만 새로운 정부 구성을 준비 중에 있다.
그러나 리비아의 경우는 반군 세력의 승리다. 국제사회의 물심양면 지원을 받은 동부 벵가지 중심 반정부 무장 세력이 일궈낸 통치세력 축출이다. 패배하고 기득권을 잃은 서부 트리폴리 중심의 친카다피 세력이 있다.
평화적인 시위가 아니라 무력이 동원된 투쟁의 성공이다.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고 물적인 피해도 크다. 더불어 외부 서방세력의 군사적 지원이 뒷받침됐다는 사실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끝까지 새로운 통치 집단을 수용치 않을 가능성도 크다.
새로 들어설 정부에 대한 우려도 크다. 반군 NTC는 이미 ‘포스트 카다피’ 시대의 청사진을 마련했다. 18개월 내에 유엔 감시 하에 선거를 실시하고 새로운 정부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42년간의 카다피 장기 독재 체제가 무너지면서 발생한 권력 공백이 너무 크다. 민주주의 시스템에 너무 오랫동안 멀어져 있었다. 튀니지와 이집트처럼 집권세력의 기반이었던 군부가 권력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을 받는 등 국제사회로부터 지지를 확보했지만 리비아 내부의 통합을 일궈 낼지는 확신할 수 없다. NTC는 이미 부족과 정파 간의 이해관계로 분열하는 조짐이 보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카다피 체제에서 이탈한 장관은 물론 주요 부족의 대표, 반정부 인사, 해외 망명자, 아랍민족주의자, 이슬람주의자 등 다양한 배경의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게다가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이슬람주의자들이 온건 노선을 표방하면서 새로 탄생하는 민주국가에서 권력을 공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새로운 리비아의 지도부가 부족주의와 이슬람주의의 도전을 극복하고 통합된 국가를 건설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불투명한 미래에도 불구하고 서방국가들이 리비아 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리비아가 가진 잠재력 때문이다. 이미 정권이 붕괴한 이집트나 튀니지와는 달리 리비아는 석유를 가지고 있다. 더불어 오랜 경제제재로 재정이 바닥난 이라크와 달리 리비아는 상당 부분의 자산을 가지고 있다. 알 아라비야 방송의 8월22일자 기사에 따르면 해외에 있는 자산만 약 1500억 달러에 달한다. 리비아 중앙은행에는 144톤에 달하는 금이 보관돼 있다. 재건 사업에 있어 공사대금을 지불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프랑스, 영국, 미국 등이 선점할 것으로 보이는 리비아 재건 시장에 우리 기업도 다시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다. 내전 이전에 이미 진행 중이던 공사에 다시 인력을 투입해 깔끔히 사업을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더불어 내전으로 인해 파괴된 시설의 복구사업 수주에 우리의 경쟁력을 적극 활용해 참여해야 한다. 발전소, 담수화 시설 등에 있어서 리비아는 물론 중동 대부분 국가가 우리의 기술을 인정하고 있다. 더불어 정부와 협력해 동반자적 협력의 틀을 구축해야 한다. 과거의 석유 수입, 상품 및 플랜트 수주 등에 집중해 온 우리의 진출 전략도 이제 중장기적으로는 바뀌어야 한다.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리비아를 포함한 아랍권은 이제 석유 중심의 기존 산업구조를 다각화하는데 전력할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는 조인트벤처를 통한 특히 제조업 분야의 진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의 기술력과 현지의 오일 머니를 결합하는 새로운 협력의 틀을 새롭게 창출해야 한다.
[서정민 / 한국외대 중동아프리카과 교수 Amirseo@hufs.ac.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3호(2011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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