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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B Story] FRB 잭슨홀 미팅, 미 서부의 마지막 땅서 세계 경제를 논하다
입력 : 2011.11.04 17: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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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톤 국립공원의 잭슨 호수
그곳 야영장에서 밤을 보낸 뒤 자동차로 40분 정도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계곡을 따라 남쪽으로 달리니 옐로스톤에 붙은 또 하나의 국립공원 티톤이 나타났다. 그곳 안내판엔 ‘이곳은 잭슨홀, 옛 서부의 마지막 땅(This is Jackson Hole, The Last of the old West)’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렇다. 잭슨홀은 거대한 티톤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계곡의 이름이다. 짙푸른 잭슨 호수엔 사철 눈을 이고 있는 티톤산과 점점이 구름을 담은 파란 하늘이 그대로 녹아들듯 잠긴 그림 같은 곳, 여름에도 아침저녁으론 긴팔 옷을 입고 다녀야 할 정도로 시원한 곳이다.
버냉키 의장은 왜 이런 오지에까지 왔고 김중수 한은 총재는 또 왜 그곳으로 갔을까. 한여름에 만년설을 바라보며 피서를 하려고 그 바쁜 사람들이 세계 경제가 흔들리는 와중에 그곳으로 갔을까.
이들이 참석한 잭슨홀 미팅의 정식 명칭은 ‘캔자스시티 연준은행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The Federal Bank of Kansas City’s Jackson Hole Economic Symposium)’이다. 미국의 지역 연준은행이 연 심포지엄에 버냉키 의장이 참석하는 것은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한은 총재까지 참석한다는 것은 의전 상 뭔가 좀 이상한 듯하다. 한은 부산지점에서 연 행사에 버냉키가 참석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지역에 권한 준 미국 중앙은행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오른쪽)과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 시작 전에 산책을 하고 있다.
연준 본부의 FOMC에서 통화정책을 결정한 뒤 실질적으로 공개시장 조작을 하면서 정책을 집행하는 일은 뉴욕 연준은행이 담당한다. 그래서 뉴욕 연준은행 총재는 FOMC 부총재로 상시 참석한다. 12개 지역 연준은행은 미국 50개주를 나누어 맡아 지역 통화정책을 집행하는 동시에 연준에 일정한 정보를 제공해 통화정책에 반영한다. 뉴욕 연준이 집계하는 엠파이어스테이트 지수나 필라델피아 연준 지수 등은 지역 또는 특정 업종의 업황을 설명하는 자료로 활용된다.
미국 중서부 오지를 담당하는 캔자스시티 지역 연준은행은 특성상 미국 전체 경제에 영향을 줄 만한 지표를 내기는 어렵다. 다만 매년 미국 연준의 수뇌부와 학계 경제계 리더들을 초청해 중장기 경제정책을 진단하는 심포지엄을 연다. 그 캔자스시티 연준은행 관할 구역 가운데 한 곳이 와이오밍주다.
폴 볼커 때 잭슨홀 미팅 시작폴 볼커 전 FRB 의장
당연히 심포지엄 주제는 단기가 아닌 중장기 경제정책과 그것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고차원적인 것에 맞춰졌고 최고의 석학들을 초청해 격을 맞췄다. 게다가 잭슨홀이 있는 티톤 국립공원은 록펠러가 사들여 원시적 상태를 그대로 보존하는 조건으로 기부한 깨끗한 곳이다. 찌는 듯한 여름 시원한 자연을 배경으로 수준 높은 토론이 벌어지니 참석자들 모두가 만족했고 이후 심포지엄은 연준의 정례행사로 굳어졌다. 버냉키를 비롯한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나 석학들이 세계 경제가 요동치는 급박한 시기에 이 오지로 날아간 것도 그래서다.
세계 경제의 거물들이 모이니 세계의 언론이 주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 다만 이곳엔 숙박시설이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모든 참석자들이 비용을 내야 한다. 취재를 하더라도 반드시 참가비를 내야하는 게 이 심포지엄이다.
[정진건 기자 borane@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3호(2011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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