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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성 기자의 나인틴홀] ① “차라리 티 꽂고 치시죠”
입력 : 2011.11.04 17: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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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골퍼 최나연 선수의 티샷
진상 골퍼의 종류도 정말 가지가지입니다. 매번 라운드에 늦게 나타나 동반자들을 급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돈 좀 따보겠다고 스코어를 속이거나 자신이 잃기만 하면 딸 때까지 배판을 외치는 ‘악착 골퍼’도 있습니다. 바로 앞 해저드에 공이 빠졌는데 건너편 그린 앞에서 드롭을 해 파를 잡는가 하면 OB 구역이나 해저드로 공이 나갔는데도 늘 기가 막힌 곳에서 공을 찾고 게다가 라이도 좋은 행운의 골퍼도 꼭 있습니다. 이런 사람과 함께 라운드 한다면 절대 등을 보이지 말고 공을 찾을 땐 꼭 함께 가세요.
진상 골퍼 중에 사람들이 가장 ‘욱’하는 골퍼는 누굴까요. 10년차 이상 골퍼들은 한결같이 ‘톡톡 골퍼’라고 하더군요. 바로 공을 치기 전에 공을 톡톡 쳐서 좋게 만든 후 샷을 하는 거죠. 보는 사람의 마음이 꽉 막힙니다. 이런 골퍼들 대부분은 접대를 많이 받거나 ‘갑’의 위치에서 라운드를 많이 하는 사람이더군요. 특징은 비슷합니다. 스윙도 좋고 스코어도 좋습니다. 당연하죠. 필드에서도 ‘연습장’처럼 딱 좋은 라이에서 샷을 하니까 말입니다. 러프에서는 공을 꺼내놓고 페어웨이에 공이 살짝 잠겨 있으면 잔디위에 잘 올려놓으니 실수할 확률도 없겠죠?
이런 분들은 또 돈을 따도 “골프는 돈을 잃으면서 쳐야지 정신력이 강해져. 즐겁게 쳤으니 다음에 또 한 번 하지”라며 충고를 해 동반자들을 초토화시키기도 합니다. 동반자들에게는 ‘최악의 라운드’가 되는지도 모르고요.
스스로 진상 골퍼’를 확인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만약 라운드를 마치고 밥을 먹으면서 “다음엔 언제 또 칠까요”하며 날짜를 잡는다면 ‘골프 궁합’이 딱 맞는 사람들끼리 만난 것입니다. 그리고 “회사 가서 수첩을 좀 보고 다음에 약속 꼭 잡죠”라고 말하면 절반의 성공을 한 것. 그리고 “아이고 오늘 좋았습니다. 다음에 뵙죠”라고 그냥 헤어진다면 곰곰이 생각을 좀 해봐야 합니다. 또 주변에서 자신과 동반플레이 요청을 하는 경우가 서서히 줄고 있으면 반성 좀 하셔야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속이 담아뒀던 한마디. “사장님, 차라리 매번 티 꽂고 치시죠.”
[조효성 / 매일경제 체육부 기자 hscho58@gmail.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3호(2011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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