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etached House] 이제 아파트는 지겹다, 단독주택으로 옮겨볼까

    입력 : 2011.09.28 16:5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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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거 패러다임의 변화일까. 한국인들의 보편적 주거방식이었던 아파트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단독주택이 틈새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과거 단독주택이 아파트보다 싸지만 시세 상승 가능성이 거의 없어 아파트 주거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차선책으로 선택했다면 최근에는 답답한 아파트를 벗어나 적극적으로 부지를 알아보고 자신의 취향을 반영해 집을 짓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아파트의 층간소음, 좁은 생활공간 등 여러 문제가 대두되면서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시하는 단독주택으로 자산가들이 이동하고 있다. 단독주택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수도권이라 하더라도 3억원대로 지을 수 있는 이른바 ‘땅콩주택’이 있는가 하면 최고 80억원에 이르는 고가의 단독주택이 있다. 공통점으로는 시세차익보다 실거주에 관심을 두고 애정을 갖고 주택과 부지를 선택한다는 점이다. 과거 부유층이라면 당연히 고급 주상복합에 살아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깨졌다.

    강남 주상복합에서 판교 단독주택으로 판교에 고급 단독주택 ‘산운 아펠바움’을 시공 중인 SK D&D가 지난 2월 계약자 및 관심고객 50명을 분석한 결과 50%가 현재 주거지를 주상복합이라고 답했다. 과거에는 강남의 타워팰리스, 분당 정자동의 파크뷰, 아이파크와 같은 고가의 주상복합 아파트에 살던 사람들이 더 나은 주거환경을 찾아 기꺼이 생활 근거지를 단독주택으로 옮기려 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아파트가 전체의 26%를 차지하는데 주로 강남 압구정동과 대치동 등 가격대가 높은 노후아파트 거주자가 쾌적한 주거환경과 새집을 찾아 계약했거나 계약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노후아파트 기존 거주 주택의 시세가 어떠한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약 80% 이상이 30억원 이상의 고가주택에 거주한다고 밝혔다.

    연령대는 40~50대가 88%를 차지하는 등 중장년층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직업은 기업 CEO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내실이 튼튼한 중견기업 오너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기타 고소득 전문직, 대기업 임원은 18%로 나타났다. 사생활 보호와 자연 친화적 입지 등 단독주택의 장점이 자산 및 소득 수준이 높은 중장년층들에게 긍정적인 측면으로 작용한 것이다.

    단독주택의 전망은 주거가치뿐만 아니라 토지가치에서 나온다. 최근 주택가격이 힘을 못 쓰고 있는 상황이지만 토지가격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발표된 개별공시지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6개 시·도 모두 공시지가가 상승세를 나타냈고 전국 평균 2.57% 상승했다.

    아파트의 경우는 과잉 공급이 발생할 경우 시장가격이 하락할 수 있지만 토지는 공급이 고정된 재화다. 공급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가격에 하방경직성이 있고 만일 개발 호재가 있다면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훨씬 뛰어넘는 상승도 가능하다. 단독주택은 아파트와 비교도 되지 않게 대지지분이 넓은 편이기 때문에 단독주택에 대한 투자는 유망 토지에 대한 투자나 다름없다.

    개별등기 가능 여부 확인은 필수 단독주택 투자에는 반드시 토지에 대한 고려가 우선돼야 한다. 토지의 경우 아파트와 달리 개별성이 강하기 때문에 매도자와 매입자 간의 정보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기획부동산에 속아 엉뚱한 땅을 비싼 값 주고 사들일 가능성도 있다. 단독주택 건축을 위해 토지를 매입하려는 이는 충분한 답사와 서류상 공부 및 확인을 통해 토지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 토지 선택이나 인허가에 자신이 없다면 전문개발회사가 개발해 놓은 토지를 매입하던지 컨설팅 받는 것도 방법이다.

    만일 개인이 직접 단독주택 부지를 알아본다면 먼저 주택을 짓기 위해 개별, 단독 등기가 가능한지 살펴보는 게 기본이다. 잔금 납부 즉시 소유권 이전이 가능해야 소유자로서 토지 이용권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다. 지분등기로 된 땅은 소송 등 법적 공방의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매입하면 안 된다. 또한 지적분할도를 보고 구입하려는 필지의 지번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200-외 2필지’처럼 해당필지에 지번이 부여되지 않은 땅은 아직 분할이 안 된 땅이라 단독등기가 안 되고 재산권 행사도 할 수 없다.

    이미 허가받은 단지를 분양받는 경우 상하수도와 전기, 통신 등 기반시설, 텃밭, 공용주차장, 공원, 바비큐장 등 입주민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최근에는 주거용 단독주택뿐 아니라 1층에 상가 점포를 두고 임대사업을 할 수 있는 점포형 단독주택도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상권이 좋아 높은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곳과 거주환경이 좋은 곳은 양립하기 어렵다. 상대적으로 주거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고종옥 베스트하우스 대표는 “점포형 주택은 운영할 수 있는 상가 업종이 다양할수록 임대 수익이 높다”며 “가능하면 1종 주거지역을 피해 2·3종 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을 선택하고 건물 용도도 근린생활시설로 등록해 운영 가능 업종 수를 늘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이미 상권이 형성돼 임대수요가 충분한 역세권 같은 곳이 경쟁력 있다”고 덧붙였다.

    단독주택 열기의 허와 실
    경기도 용인시 동백택지개발지구에 조성된 대규모 전원주택단지. 12개 블록 4만1000평으로 지난 2002년 4월, 28개 블록 5만2000평이 공급됐던 용인 죽전지구 이후 최대 규모다.
    경기도 용인시 동백택지개발지구에 조성된 대규모 전원주택단지. 12개 블록 4만1000평으로 지난 2002년 4월, 28개 블록 5만2000평이 공급됐던 용인 죽전지구 이후 최대 규모다.
    최근 주택경기 침체로 부동산 투자에 대한 열기가 꺼지면서 낮은 투자가치 때문에 빛을 못 보던 단독주택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지을 수 있는 실속형 단독주택의 등장과 단독주택에 대한 규제 완화도 인기의 한 요인이다. LH공사의 토지판매 실적에서도 단독주택의 인기를 읽을 수 있다. 단독주택은 전원주택의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LH공사가 분양하는 개별 필지를 매입해 집을 짓는다.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투데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 5월까지 판매된 단독주택 토지는 면적 기준 47만㎡로 지난해 같은 기간 43만4000㎡보다 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LH공사가 6월23일 판교의 주거전용 5필지에 대한 입찰을 실시한 결과 평균경쟁률 10대 1, 최고경쟁률 31대 1을 기록했다. 3.3㎡당 가격이 840~930만원을 호가하는 높은 가격이지만 판교라는 입지와 단독주택에 대한 열풍이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최근 단독주택이 각광을 받는 이면에는 ‘5·1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있다. 5·1대책으로 택지지구 내 단독주택의 층수 제한을 완화하고 가구 수 규제가 폐지되면서 단독주택의 수익성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택지지구 내 주거전용 단독주택은 종전 2층에서 3층으로, 점포겸용 단독주택은 3층에서 4층으로 층수제한이 완화되면서 같은 면적의 땅을 확보해도 50% 이상 넓은 면적을 지을 수 있게 됐다.

    실제로 5월 이후 LH공사의 단독주택 필지 판매 실적도 눈에 띄게 늘었다. LH공사에 따르면 지난 4월 팔린 단독주택 필지는 171필지였으나 5월엔 467필지로 170% 가량 상승했다. 6월엔 보름 동안 217필지가 팔릴 만큼 단독주택 필지가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단독주택 건립비용이 낮아진 것도 잠정적인 고객을 늘게 했다. 과거 단독주택이라면 10억원이 넘는 고가의 타운하우스를 연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엔 저렴한 비용으로 지을 수 있는 주택이 늘고 있다. 토지가격에 따라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건축비만 고려한다면 설계비, 공사비, 세금까지 더해서 3~4억원 내외(건물면적 200㎡ 경우)로 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최근 화제가 된 땅콩주택은 토지와 건축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하기 때문에 기존 단독주택 건립비용의 절반 가격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설계기간 2개월, 공사기간 4개월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반년 만에 입주를 할 수 있어 실수요자들에게 특히 좋은 조건이다.

    그러나 단독주택은 토지와 건설자재, 내부 자재에 따라 가격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에 무조건 저렴하게 지을 수 있다는 기대는 버리고 사전에 철저한 예산을 준비해야 한다. 230㎡ 토지를 매입할 경우 용인 택지개발지구라면 3억원 정도의 금액으로도 가능한 곳이 있지만 판교의 경우는 7억원에 육박한다. 목구조의 경우 3.3㎡당 450만원선으로도 시공이 가능하지만 일반 아파트와 같은 콘크리트 구조로 지을 경우에는 3.3㎡당 600만원으로 공사비가 훌쩍 오른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SK D&D 스카이홈이 판교에 건립한 전용 165㎡ 규모의 단독주택.<br>-서판교 최고급 주택 ‘산운 아펠바움’. 분양가는 30억원 후반에서 최고 80억원이다.<br>-데니스힐 듀플렉스형 땅콩주택.
    -SK D&D 스카이홈이 판교에 건립한 전용 165㎡ 규모의 단독주택.<br>-서판교 최고급 주택 ‘산운 아펠바움’. 분양가는 30억원 후반에서 최고 80억원이다.<br>-데니스힐 듀플렉스형 땅콩주택.
    가령 판교에서 연면적 200㎡의 토지에 콘크리트 구조로 최고급 외장재를 쓴다면 총 소요비용은 약 12억원이다. 현재 판교 산운마을 아파트 100㎡가 6억5000만원선에 매매 가능한 물건이 있다는 걸 감안하면 가격 메리트는 그다지 크지 않는 셈이다. 인근 분당의 노후 아파트와 비교한다면 서현동 180㎡ 아파트의 비용이 약 10억원이다. 판교에서 토지 240㎡를 사고 좋은 내장재로 연면적 190㎡의 2층집을 짓는다면 총 11억원 정도가 든다. 비록 마당이 있다곤 하지만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단독주택이라 해서 아파트보다 무조건 가격우위인 것은 아니다.

    거래가 쉽지 않아 긴급한 상황에서 유동화하기 어렵다는 점 또한 단독주택의 한계다. 한 단지에 비슷한 상품이 수십 개 존재하기 때문에 가격 등을 표준화하기 쉽고 수요자와 공급자가 쉽게 매치되는 아파트와 비교하면 단독주택은 수요자가 한정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물건이 나오기도 어렵지만 매도자를 찾기도 어렵다. 실거주가 아닌 이상 단독주택의 매입을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더구나 대출을 많이 받아야 한다면 유사시 현금화하기 어려운 단독주택으로선 위험하다.

    일명 땅콩주택이라고 불리는 듀플렉스 하우스의 경우 저렴한 가격이 매력이긴 하지만 구분등기가 되지 않기 때문에 동업자 선택도 중요하다. 오세윤 광개토개발 대표는 “듀플렉스 하우스는 1필지 안에 두 가구가 있는 구조기 때문에 온전한 소유권을 확보할 수 없어 매매, 증축 시 항상 상대방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며 “가족이나 완전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괜찮지만 단순히 단독주택에 살고 싶다는 목적만 공유한 사이라면 향후 재산권 행사를 두고 갈등을 겪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김제림 /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callinyou@naver.com │사진 매경DB]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1호(2011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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