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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1. [Real Estate] ② 세종시와 과학 벨트 호재… 달아오른 대전 부동산 시장
입력 : 2011.09.15 16:5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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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 하반기 부동산 & 증시 투자 전망 ◆
세종시에 대한 관심은 초기 단계에 형성된 프리미엄과 거센 청약 열기로 나타난다. 합법적인 거래는 아니지만 시장에 암암리에 얘기되는 세종시 첫 분양 아파트 퍼스트프라임의 웃돈(프리미엄)은 최고 5000만원대에 달한다. 특히 금강 조망이 되는 동·호수가 인기다.
6월 초 세종시 첫마을 2단계 아파트 청약은 세종시 입지에다 민간 아파트 브랜드까지 더해져 다시 한 번 세종시에 대한 인기를 입증했다. 총 3576가구 모집에 총 1만7783명이 몰려 평균 4.9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 주택형이 순위 내 마감됐다. 두 차례 청약에서 모두 홈런을 치면서 ‘유령도시’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잠재웠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무원 중 대다수가 서울에서 출·퇴근을 할지언정 세종시로 이주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청약열풍으로 세종시의 주거가치가 입증된 것이다.
청약 인기에 세종시 투자도 살아나 청약이 호조를 보이고 대전 및 충남지역에 남아 있던 미분양들도 소진 조짐을 보이자 건설사들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사업성이 없다며 세종시 일대에 아파트 공급을 포기하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상대로 소송까지 불사하던 건설사들은 원점에서 사업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당초 세종시에 민간아파트를 짓기 위해 LH와 계약한 건설사 중 7개사(롯데건설, 두산건설, 금호산업, 효성, 삼성물산, 대림산업, 현대건설)는 위약금을 물고 용지를 반납할 예정이었다. 현재의 부지가격과 분양가로는 사업성이 떨어져 도저히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계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삼성물산, 대림산업, 현대건설 3개사가 결정을 보류할 뜻을 밝혔다. 건설사가 ‘세종시 다시보기’에 나서면서 세종시에는 대형 건설사 브랜드를 내건 아파트들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민간 건설사들의 투자 재개로 세종시 사업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내년부터 예정된 정부 부처 이전까지 실행되면 인구 유입으로 주택 및 토지 가격 상승까지 전망된다.
예상하지 못했던 세종시 아파트의 인기 이유는 대전 부동산 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대전 지역 부동산 가격이 오르자 실수요자들이 대체 주거지로 세종시를 쳐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2000년대 초 지방을 휩쓸고 간 부동산 열풍이 걷히고 나서 대전 역시 침체를 면치 못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는 아파트값에 거의 변동이 없을 정도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대전은 2000년 후반에 신규 공급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경기 과열기 때 마구잡이로 공급된 미분양을 처리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3년 이상 신규 분양이 없자 공급 부족 문제가 대두되면서 대전 집값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전세난에서 촉발된 집값 상승은 이제 대전 전역으로 옮겨간 상태다. 2년 전 집값으로는 이제 전세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내 집 마련을 미루던 세입자들의 후회는 깊어지고 매매수요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전 노은2지구 반석마을 1단지 95㎡의 경우 올해 초 2억1000만~2억6000만원에 형성된 시세가 최근에는 2억3000만~2억9000만원으로 뛰었다. 전세가격 상승률은 더 커 1억5000만~1억8000만원선에 거래된 전세 물건이 요즘엔 1억8000만~2억1000만원은 줘야 구할 수 있다. 그러나 가격과 상관없이 매매든 전세든 시장에 나와 있는 물건들이 거의 없는 상태다.
대전 일대의 주택 부족 현상이 심해지자 지역주민들은 신규 분양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5월 청약을 받은 대전 중구 대흥동 센트럴자이는 평균 5.72대1의 경쟁률로 대부분 순위 내 마감했고 초기 계약률이 90%를 넘었다. 5월 초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종시 2단계 아파트 대전 지역 분양설명회엔 2000여 명이 넘는 사람이 몰렸다. 거기다 ‘떳다방’으로 불리는 이동식 중개업소들까지 나서 컨벤션센터 입구에서 명함을 나눠주는 모습까지 보일 정도로 과열 양상을 보였다.
과학벨트 호재로 땅값 쌍끌이지난 6월 10일 1순위 청약을 받아 2.52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된 대전 노은지구 한화 ‘꿈에그린’ 내부.
과학벨트 거점지구인 대덕지구는 그린벨트 지역으로 매매가 어려워지자 인근 지역이 후광 효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서남부택지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유성구 학하동, 원내동 등의 일대 전답의 경우 농로가 접한 지역은 5월 초 3.3㎡당 45만원의 가격이었으나 최근에는 3.3㎡당 60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8차선이 접한 곳은 3.3㎡당 80만~90만원 이상 호가하고 있다. 과학벨트로 선정된 신동지구 옆에 위치한 대동지구 전답의 경우 1주일 전엔 3.3㎡당 35만원에서 현재는 3.3㎡당 43만~60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청원(오송·오창), 연기(세종시), 천안 등 기능지구 상황도 과학벨트 거점지구와 마찬가지로 매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충남 연기군 용답리 임야나 전답의 경우 현재 3.3㎡당 10만원선이고 생산관리 지역은 20만~30만원선이다. 과학벨트가 확정되기 1주일 전에 비해 3.3㎡당 5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 정도 가격이 올라서 나오고 있다.
충북 오창 지역 전밭의 경우 3.3㎡당 17만~20만원에 호가하고 있다. 전원주택지는 3.3㎡당 100만원 수준으로 큰 변동이 없었지만 과학벨트 확정 뉴스가 전해지자 지금은 150만원까지 나오고 있다.
세종시와 과학벨트 호재로 향후 대규모 인구 유입이 기대되면서 토지 투자와 임대수익 창출이 동시에 가능한 원룸주택 투자도 늘었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6억~10억원 정도면 17~20실 규모의 원룸주택을 통으로 매입할 수 있다. 향후 토지가격 상승은 물론이고 현재 임대수익률 역시 연 10%를 넘나든다. 대전 지역의 전세난이 워낙 심해 원룸의 경우에도 월세 수입이 쏠쏠하기 때문이다. 지방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 임대수익률이 높은 대신 공실이 높아 투자 리스크가 큰 단점이 있지만 대전지역의 원룸들은 상대적으로 공실률도 낮은 편이다.
유망지역으로 꼽히는 것은 배재대 등 대학가 주변, 대전 고속터미널 인근 신세계백화점 예정지 그리고 대전지하철 2호선 개통 예정지다. 박상언 유엔알 컨설팅 대표는 “과거 지방 쪽은 쳐다보지 않았던 수도권 투자자들이 최근 대전 및 충남 쪽 원룸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몇 달 전 매입을 끝낸 투자자들의 경우에는 이미 땅값 상승으로 잠재 수익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신규 분양 많은데 아직 투자가치 있을까세종시 첫마을 조감도.
이외에도 우미건설은 대전 서구 가수원동에 우미린 1690가구 대단지 아파트를 10월쯤 공급할 예정이다. 공급면적 99~112㎡로 구성돼 나올 계획이다. 단지 인근에는 가수원초, 가수원중 등 학교가 있다. 부원공업대전, 서대전자동차유통단지 등 산업단지가 단지 주변에 위치한다. 금성백조주택은 유성구 상대동에 예미지 1102가구를 10월에 분양할 계획이며 제일건설은 유성구 학하동에 오투그란데미학2차 600가구를 올 하반기쯤 분양할 계획이다. 공급면적은 122~158㎡로 구성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자문팀장은 “과학벨트가 조성되면 그에 따른 인구 유입이 늘어나 주변 아파트값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며 “대전 지역은 그간 공급 부족으로 새 아파트의 선호도가 높아 신규 분양아파트 경쟁률이 높게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규 분양뿐 아니라 기존 아파트 매입 여부도 관심사다. 이미 오를 만큼 오른 가격이라 향후 가격 상승 여지가 더 있을지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가격 상승세는 가팔랐지만 아직 정부청사 이전, 과학벨트 조성 호재가 진행 중이라는 점 그리고 지하철 2호선 개통 등 교통 호재까지 남아 있다는 것이 대전 부동산 시장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70% 수준이라 올 가을 이사철 전세난이 또 한 번 재현되면 언제든지 매매 수요가 살아나 가격을 다시 상승시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박상언 대표는 “현재 대전 지역의 개발 호재와 공급 부족 현상을 감안한다면 올 하반기까지는 기존 아파트나 원룸주택 매입을 해도 무리가 없다”면서 “다만 과학벨트 인근 토지의 경우에는 현재 호가가 과다하게 오른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제림 /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jaelim@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0호(2011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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