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pinion] 일본 재앙에서 배우는 신뢰의 지혜

    입력 : 2011.06.23 16: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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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동북부 대지진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피해 복구에 대한 관심보다는 방사능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사능 비 피해에 대한 공포가 일부 학교 휴교 사태까지 낳기도 했다. 정부가 나서서 수많은 과학이론과 근거 자료를 제시해도 논란과 불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광우병 파동과 천안함 격침 때와 같이 근거 없는 억측과 괴담이 나돌고 있지만 정부의 공식발표와 전문가의 주장에 대한 믿음은 좀처럼 형성되지 않고 있다.

    각종 국제비교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이미 우리의 신뢰 수준은 충분히 낮다. OECD 국가 최하위 수준이고, 특히 정부와 국회에 대한 신뢰 수준은 더더욱 낮게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국내외에서 벌어지는 주요 사건 이후 나타나는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구조를 감안하면 실제 신뢰 수준은 이보다 더 낮을 것이다. 이런 신뢰 수준으로는 더 이상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은 불가능해 보인다. 신뢰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tial)의 핵심요소면서 한 국가를 지탱하는 기본 축이라는 점에서 하루 빨리 신뢰회복을 국정 아젠다의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신뢰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철저한 사후검증으로 책임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전문가와 정치인들이 내놓은 주장과 발언에 대한 철저한 사후점검과 사실 확인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겠다. 이러한 과정에서 드러난 과오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미 지나간 일인데 들춰내서 무엇 하나’라는 생각은 늘 새로운 거짓과 선동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와 신공항과 관련된 약속들이 아무리 시간이 지나 상황이 바뀌어 지켜지지 못하게 됐더라도 이러한 약속들이 나오기까지 관여했던 전문가와 정치인들의 책임 있는 설명과 해명 과정은 필요하다. 더 이상 이런 국가적 혼란이 반복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물론 전문가나 정치인들은 나중에 잘못된 결과를 낳게 되는 주장을 할 수도 있다. 책임을 묻자는 것은 전문성과 사실에 근거한 주장에서 발생하는 결과를 심판하자는 것이 아니라 양심과 국익에 반하는 사실 왜곡이라는 과정을 심판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진짜 전문가를 가려낼 수 있다. 이들 진짜 전문가들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나은 미래를 가져올 제안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제 4·27 재보선을 시작으로 내년 총선과 대선에 이르는, 이른바 정치가 경제를 압도하는 시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전문가의 책임 있는 주장과 정치인의 책임지는 공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시점에서 언론은 조금 더 냉철하게 이런 전문가와 정치인들의 주장을 국민들에게 전달하고 사후 검증하는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뢰야말로 현재 우리가 찾아야 하는 최고의 성장 동력이기 때문이다.

    [안종범 /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cban@skku.edu]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호(2011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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