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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sue] DTI 규제 부활 한 달… 주택시장 어디로?
입력 : 2011.06.23 16: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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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매매의 실종은 대출을 안고 주택을 구입 혹은 분양받은 이들로 하여금 대출상환을 어렵게 만들어 자신의 집을 소유하고도 생활이 어려운, 이른바 ‘하우스 푸어(House Poor)’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와 달리 구매력을 갖춘 수요층들은 보금자리주택으로 몰려가거나 향후 시장을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미분양의 근본적 해소나 주택시장의 분양 열기라는 단어는 이미 낯설게 느껴질 정도다. 이러한 움직임은 전세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전세시장으로 대거 몰린 유동성이 약 2년 이상 전세가격 인상폭의 고공행진 패턴을 만들어내는 등 주택시장을 왜곡시키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목동 아파트 단지.
이런 와중에 불똥은 주택시장으로 떨어져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됨과 동시에 대출규제의 직접적 대상으로 주목을 끌게 됐다. 그 결과 비록 한시적 조치이기는 했지만 주택시장의 수요심리 회복에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던 DTI 규제완화 조치가 불과 7개월여 만인 지난 3월22일 ‘주택시장의 활성화 대책’을 통해 가계부채 건전화를 위한 대출 억제 수단으로 다시 부활되고 말았다.
차갑게 외면하고 있는 주택시장주택매매 실종은 ‛하우스 푸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서울시에서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의 자료에 따르면 3월 서울시내 주택 거래건수는 2236건으로 2월의 5212건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급격한 거래 감소는 세간의 가장 큰 주목을 받아온 DTI 규제 부활이라는 단일 재료에만 기인하고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보완책으로 포함된 취득세 인하와 분양가 상한제 폐지 추진 등이 과연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책을 발표한 지 시간이 어느 정도 경과됐지만 주택시장에서는 거래를 위한 매도인과 매수인의 발걸음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마치 고장난 시계마냥 개점휴업의 분위기가 확연한 편이다.
단순히 주택거래만 줄어들고 있는 것이 아니다. 주택거래의 침체는 정비사업 현장에도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조합원들은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 분양가를 올릴 수 있어 경제적 부담을 낮출 수 있으므로 분양 시기를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이후로 미루자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주택건설 업체로서는 정책의 변화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마냥 손 놓고 기다린다는 것은 자칫 분양 시기를 놓쳐 사업성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때문에 조합원들에게 조기분양을 권하고 있어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발표를 믿고 있는 조합원과 주택건설업체의 간극을 메운다는 것도 현재로선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그러다보니 조기에 관련 후속조치들이 매듭지어지지 않을 경우 그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부동산시장의 풍향계라고 할 수 있는 경매시장에서도 3·22 대책 발표의 여파가 적지 않다. 부동산경매정보 업체에 따르면 지난 3월 마지막 주 서울의 아파트 낙찰률은 36%로 그 전주 44.4%에 비해 8.4%포인트나 하락했다. 경매를 통해 낙찰받는 경우가 그만큼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매 건당 평균 응찰자 수도 같은 기간 서울은 6.4명에서 5.5명으로, 그밖에 경기도나 인천 등 수도권 모두 같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경매시장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대책이 규제 부활로 인식돼 향후 주택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 문턱이 높아진 상태에서 수요자의 참여가 없는 주택시장은 더 이상 존재감을 기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어설픈 정책 준비와 시장의 혼란올 초 구반포 일대 부동산업소들의 썰렁한 모습. DTI 규제 부활로 더 위축될 듯하다.
취득세 감면조치의 채택은 지자체의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의 추경 여부에 대한 이견 노출을 비롯해 지자체의 반발까지 불러오고 있다. 지자체 세수 부족에 대해서는 전액 국고 보조까지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거래의 당사자도 아닌 일반 국민의 세금이 취득세 감소분의 보전에 쓰인다는 것은 또 다른 비판의 여지를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언제 확정될지 모르는 취득세 감면 기준을 3월22일자로 소급하겠다고 단정적으로 발표한 것도 입법 주체인 국회 입장 또는 야당의 의사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 폐지 추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2009년 초 이미 국회에 계류돼 있지만 야당의 반대로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대로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 사전 조율도 없이 이번 대책에 떡하니 포함시켜 놓은 것이다. 정치권의 불협화음을 대변이라도 하는 듯 야당에서는 공식적으로 분양가상한제 폐지 반대를 선언하고 있다. 이렇듯 거래 회복을 통한 주택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무엇을 고심한 것인지, 그 흔적들을 3·22 대책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툭툭 던지듯 내놓은 정책… 혼란과 혼선 가중이촌동 렉스아파트
결국 DTI 규제의 환원이나 규제완화 등의 선택은 금융시장에서나 주택시장에서 본래적 의미의 기능을 떠나 수요층의 거래심리를 좌우하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정부의 정책은 바로 이러한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3·22 대책은 주택시장의 회복이 아니라 가계대출 억제라는 주택시장 외적인 요인에 지나친 방점을 두었다는 질책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주택매매에 필요한 대출 등을 지나치게 규제하면 수요층이 외면한다. 그리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전·월세시장으로 옮아가 서민생활을 더욱 팍팍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초래하기 쉽다. 장차 인구 감소가 예상되고 있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 감소가 수년간 계속되고 있는 점도 또 다시 수급불균형의 악몽을 떠올리게 만든다.
주택정책은 경제논리로 풀어나가야 한다. DTI 규제의 필요성 여부도 시장경제의 원리라는 바탕 위에서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정권마다 각종 부동산정책을 내놓고 국민들에게 호소한 바 있다. 하지만 매번 결과는 국민들에게 비싼 수업료를 부담시키고 있다. 이번 3·22 대책은 주택시장의 거래를 심각한 수준까지 위축시키고 DTI 규제 환원으로 인한 주택 거래의 기피 현상은 최근 조금 잠잠해지고 있는 전세시장을 다시 들끓게 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전·월세상한제’라는 가격통제수단을 가지고 주택시장을 재단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전세시장의 불안을 공권력과 제도로 억누르는 것은 치료를 외면하고 진통제만 계속 처방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주택시장의 자율적 기능을 회복시키고 원활한 주택거래를 통해 시장 안정을 추구할 수 있도록 본질적인 처방을 마련해야 한다. 미봉책만으로는 우리 주택시장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두성규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 skdoo@cerik.re.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호(2011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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