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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기술]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 “시장의 미래는 대형주…투자의 초점은 글로벌 경쟁력”
입력 : 2011.06.23 14: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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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톤자산운용과 황 대표는 한국 증시와 자산운용시장의 루키에서 다크호스로, 이제는 블루칩으로 성장했다.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회사를 설립한 게 1998년이니까 만 13년이 지났다. 기본적으로 롱텀투자에 중점을 두었다. 눈앞의 작은 이익보다 멀리 내다보았다. 단기 이익보다 장기간 꾸준히 좋은 이익을 내는 것에 자신 있다. 그것이 성장 비결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투자 원칙은 무엇인가. 또 원칙이 흔들린 적은 없나. 투자할 만한 기업을 고를 땐 장기 성장 여부에 중점을 둔다. 나의 원칙이기도 하고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투자 철학이기도 하다. ‘기업 가치’라고 하는 것에는 ‘자산 가치’와 ‘수익 가치’가 있다. 자산 가치는 현재 가치, 수익 가치는 미래 가치로 표현할 수 있다. 여기에 연구 가치도 중요하다. 나와 트러스톤은 이들을 잘 조합해 분석해내기 위해 애쓴다. 또 이를 철저히 지키고 있다.
2012년 코스피지수 2800을 예상했는데. 현재 우리나라 기업과 주식시장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는 미래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만큼 프리미엄을 많이 줄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과 주식시장은 한꺼번에 확 오르는 높은 성장보다는 안정적이고 질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예전에는 대부분 한국 기업이 팔로어(추종자)의 면모를 보였으나 지금은 리딩 컴퍼니로 성장해가고 있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이익률은 전 세계 평균보다 낮았다. 그런데 2008년을 기점으로 평균보다 상회하기 시작했다.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또 과거에는 경기에 따라 변동성이 컸다. 그만큼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고 이것이 디스카운트 받은 원인이 됐다. 하지만 그게 바뀐 것이다. 그런 만큼 예전보다 높은 PER(주가수익비율)을 줘야 한다. 지수 2800은 허황된 것이 아니라 충분히 실현 가능한 것이다.
그 이상도 가능한가? 나는 사실 그렇게 본다. 3000도 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 가면 주식을 팔 때가 아닌가 싶다.
2012년까지 대세 상승이라고 했는데 그 이후에는 하락 사이클로 돌아서는 건가? 우리 시장에서 예전처럼 심각하고 격렬한 하락 사이클은 앞으로 잘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의 이익의 질은 경기가 나빠질 때도 어느 정도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다.
유독 한국 증시의 상승 가능성에 큰 무게를 두고 있다. 그렇게 자신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추천하고픈 해외 증시는 없나. 한국 증시는 구조적·환경적으로 강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시간의 문제지 꺼져가고 있고, 중국은 성장하지만 자본이 충분치 못하다. 다른 이머징 마켓에도 자본이 부족하다. 하지만 고령화 사회에는 자본이 몰린다. 그런 환경에서 한국 기업들의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것들은 모두 프리미엄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오히려 디스카운트 받고 있다. 프리미엄을 받아도 모자랄 판에 디스카운트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 실제로 작년 글로벌 증시에서 한국이 가장 좋지 않았나. 또 하나의 호재는 한국 증시의 구조적 변화를 인지하고 있는 해외 투자가들이 아직도 매우 적다는 것이다. 해외 투자가들이 한국 증시의 구조적 변화를 알게 되는 순간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다. 다른 어떤 시장보다 한국 시장이 좋은데, 이런 상황에서 굳이 해외 증시에 투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분명 악재도 있을 텐데. 악재라고 할 만한 것은 아직 남아 있는 중동리스크, 유럽 문제의 불완전 해소 등이다. 하지만 주식·금융시장에는 악재가 상존하게 마련이다. 역설적이게도 악재가 하나도 없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 그때가 피크다. 그런 것이 없어질 때를 기다려 투자하는 것은 피크일 때 투자하는 것과 같다. 위험이 있기 때문에 수익이 있는 것이다. 위험이 사라졌다고 느껴질 때가 가장 위험할 때다. 이것은 진리다. 더블딥, 중국의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등도 악재에 해당하지만 그걸 딛고 올라가고 있지 않은가. 앞으로도 이런저런 악재가 계속 나오겠지만 그것이 현재 시장 분위기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유독 주식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주식에만 매달린다는 것은 오해다. 내가 채권이나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 다만 에셋클래스라고 하는 주식, 채권, 부동산 중 지금은 주식에 투자할 때이기 때문에 주식을 강조하는 것이다. 장기간 주식의 시대다.
최근 국내 큰손들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부정적으로 생각지 않는다. 어차피 미미한 수준이다. 투자 규모가 전체에서 10~20%라면 문제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외국 나갔을 때 이것이 한국 건물이라면 얼마나 뿌듯하겠나. 우리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대형주나 업종 대표주만 강조하는 듯하다. 일반 투자자들로서는 접근하기 힘든 종목들이다. 개인들은 주로 중소형주에 관심을 두고 그런 기사에 혹하는데 그럴수록 실패할 확률이 높다. 한국 증시가 강한 까닭은 글로벌 플레이를 하는 기업 덕이다. 따라서 성장 수혜는 그런 기업이 받을 수밖에 없다. 시장의 미래도 대형주에 달려 있다. 미래를 본다면 글로벌 경쟁력이 높거나 높아지는 기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걸 하지 못한다면 주식시장에서 떠나야 한다. 희망은 여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에 있다.
주식시장에서 떠날 시기를 시점으로 보는가 아니면 지수로 보는가. 지수로 본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시의 매크로 변수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PER이 14배가 되면 위험하다. 또 우리나라 3년 국채 금리가 5%를 넘으면 위험하고 미국의 30년 모기지 금리(주택대출금리)가 6%가 되면 위험하다. 이 세 가지 매크로 변수 중 두 가지가 맞아떨어지면 주식을 팔아야 한다. 코스피지수 2800에 가서 이 변수들이 맞아떨어지면 팔아야 한다. 설사 2800에 가더라도 변수가 흔들림이 없다면 더 갈 수 있다. 반대로 비록 지수가 2500이더라도 그런 변수가 맞아떨어진다면 팔아야 한다. 셋 중 두 개가 맞아 떨어지면 아주 위험하다는 시그널이다. 그땐 뒤도 돌아보지 말고 팔아야 한다. 조금 더 먹으려다 팔지 못하면 실패한다.
코스닥에는 관심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건 절대 아니다. 전체 코스닥 기업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라. 다만 코스닥 기업들의 경우 예측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기술 중심에다 소수 한도 아이템으로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기업들에 장기투자하기는 힘들다는 것뿐이다.
일반 투자자들이 주식투자에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무엇인가. 5개 업종으로 나눠 그중 가장 대표적인 기업에 4년 이상 투자하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보통 1~2년 투자한다고 하는데 그건 장기투자가 아니다. 아주 단기적인 투자에 속한다.
하나의 경기 사이클을 형성하는 데는 30~32개월 걸린다. 그것만 3년이다.
일반 투자가들은 경기가 좋을 때 투자한다. 하지만 그때가 꼭지다. 거기서 1~2년 지나면 사이클상 경기 하락기다.
그때 일반 투자자들은 환매한다. 고점에서 사서 저점에서 파는 형식이다. 조금 더 참고 4년만 투자하면 비록 꼭지에서 샀더라도 그보다 높은 시점에서 팔 수 있다. 트러스톤에서 연구한 결과 4년 이상 투자하면 원금손실은 5%에 불과하고 수익률은 50~70%에 달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업종 대표주 중심으로 4년 이상 투자하면 반드시 많은 수익이 날 것이다.
일의 특성상 스트레스가 많을 듯하다. 원래 성격이 낙천적·낙관적이어서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다. 늘 잘 될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물론 힘든 일도 많지만 잘 될 거라는 믿음이 있기에 쉽게 넘어갈 수 있다. 또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기쁨도 느낀다. 주말에 가족과 함께 놀러도 가고 한다.
주말에 쉴 시간도 있나. 아, 쫓겨나지 않으려면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 하하. 주위에 좋은 사람도 많다. 스스로 돌아보건대 사람 복이 참 많은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는. 운용자산을 얼마나 많이 가져가느냐가 아니라 얼마큼 존경받는 운용사를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빨리 승부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지만 나는 슬로우 앤 스텝,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승부하는 걸 좋아한다.
우리나라 운용사 중 글로벌 투자가들에게 인정받는 운용사를 만들고 싶다. 다행인지 몰라도 지난 13년간의 노력들이 최근 조금씩 인정받는 것 같아 기쁘다. 훗날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에도 트러스톤 같은 훌륭한 운용사가 있다’는 말을 듣고 싶다. 그렇게 만들 자신이 있다.
[임형도 기자 hdlim@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호(2011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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