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miconductor] 세계 2위 D램 기업, 하이닉스반도체 이끄는 권오철 사장

    입력 : 2011.06.23 14: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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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2위 D램 업체인 하이닉스반도체에 있어 2010년은 기념비적인 해다. 주주협의회(채권단)의 매각 시도에도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상최대의 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작년 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무려 3조2700억원에 달했다. 웬만한 회사의 매출보다 많은 금액이다. 이 회사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1조9200억원의 영업적자를 봤던 것을 감안하면 ‘미운오리새끼’에서 ‘백조’로 변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실적이다. 이런 실적이 시장 호황에만 기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D램 값이 하락하면서 대만의 경쟁업체들은 줄줄이 적자를 보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앞선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3,4분기에만 1조4000억원 이상의 영업흑자를 봤다.

    하이닉스의 호황기를 이끌고 있는 리더가 바로 권오철 최고경영자다. 권 사장은 현대그룹 공채이자 현대전자와 하이닉스를 두루 거친 내부 출신 CEO로 작년 3월 취임했다.

    하이닉스는 1999년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합병한 뒤 2001년 사명을 변경해 탄생한 회사다. 유동성 위기를 겪어 채권단의 지배에 들어가게 되는 등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다. 이런 영향으로 외부 출신이 하이닉스의 CEO가 된 경우도 많았다. 권 사장의 취임으로 하이닉스는 8년 만에 내부 출신 CEO를 맞게 됐다. 노조가 그의 취임 첫날 찾아와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을 정도로 내부의 지지도 높았다. 권 사장은 지난해 취임해 회사의 좋은 실적을 이끌어냈지만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하이닉스의 장기적 청사진을 그려야하는 임무도 수행해야 한다.

    지난해 한국의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는 한국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반도체 산업의 상황을 알아보는 것은 우리 경제를 전망해 보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그리고 이런 측면에서 세계 2위의 D램 업체를 이끌고 있는 권 사장의 혜안을 빌리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하이닉스의 미래와 한국의 수출 효자인 반도체 사업에 대한 얘기를 듣기 위해 권 사장의 집무실을 찾았다. 권 사장은 “오래가고 좋은 회사를 만들 것이고 우선은 하이닉스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메모리반도체(D램, 낸드플래시 등)에 집중해 회사의 위상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템반도체를 비롯한 신사업은 회사의 경쟁력이 충분히 높아진 후에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작년 하반기 이후 약세를 보여 온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1분기 바닥을 찍고 2분기부터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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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경쟁업체 보다 우리 이익률이 10~20% 좋다 작년 하반기부터 D램 시장이 약세를 보였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전망한다면.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저점을 통과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2분기에는 수요가 좀 더 회복되지 않을까. 하지만 거시경제 측면에서 유럽·중동·일본 등의 문제가 조기에 잘 수습되는지도 지켜봐야 한다.

    유럽재정위기, 중동사태 악화 등에 따른 국제유가의 급등, 동일본 지진 여파 등이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 거시경제의 불확실성만 제외한다면 여러 가지 여건이 좀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올 초 D램 가격이 1달러 미만까지 내려갔다. D램 가격에 따른 하이닉스의 이익 기준은 얼마인가. 대만 등 외국 업체와 가격경쟁력을 비교한다면. 이익을 낼 수 있는 가격선은 변한다. 미세공정화 등을 통해 원가를 계속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외국경쟁업체에 비해서 하이닉스의 이익률이 10~20%는 좋다.

    외국 업체가 많다 보니 일일이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10~20%는 상당히 큰 차이다. 외국경쟁사들과 그 정도 차이가 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장 침체 속에서 하이닉스가 수익을 낼 때 일부 외국 업체는 수익성 부족으로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가격변동이 큰 제품은 PC향 범용 D램인데 우리는 그 부분의 매출이 30%밖에 되지 않는다. 올해 우리의 D램 사업 중 고부가가치 제품(서버용D램 등) 비중이 70%다.

    일본 지진으로 세계 2위의 낸드플래시 업체인 도시바 공장에 피해가 있었다고 알려졌다. 모바일 기기 등에 많이 사용되는 낸드플래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면. 도시바는 주로 일본에서 생산하며 세계시장 점유율도 높다. 또 도시바는 한국이나 다른 업체들보다 일본 내에서 장비·부품·소재 등을 공급받는 양이 많았다. 도시바의 일본 내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시장에서도 우려하는 바가 있다. 그래서 가격도 오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도시바 측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한 바가 없는 것으로 안다.

    모바일 기기의 확산으로 낸드플래시 수요가 좋아지고 있다. 올해 메모리반도체 사업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 사업 비중을 어느 정도로 구성할 계획인가. 작년까지 D램과 낸드플래시의 사업 비중은 80대 20이었다.

    올해는 이 비중을 75대 25정도로 가져갈 계획이다. D램은 시장평균 정도로 늘리고 낸드플래시는 시장평균 이상으로 늘릴 것이다. 낸드플래시의 시장점유율도 점진적으로 높일 것이다. 지금은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하이닉스의 점유율이 11%정도인데, 이를 장기적으로는 20% 이상까지 높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새로운 IT 기기의 등장으로 낸드플래시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26나노에서 낸드플래시를 양산 중인데 올 하반기에는 20나노에서도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동일본 대지진이 웨이퍼를 비롯한 부품 조달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대처방안은. 동일본 지진으로 인한 여파가 단기에 수습이 된다면 큰 문제는 없다. 원자재 같은 경우 재고를 안정적으로 확보를 해놨고 공급선도 상당히 다변화돼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

    장기화 될 경우 원자재 수급과 장비 공급 등 일부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원자재와 장비 확보는 상당부분 대응이 가능하고 충분히 준비하고 있다. 단기에 정상화된다면 큰 영향은 없을 것이고 일본 내 관련 업체들도 조기에 복구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대만 업체들의 경우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그런 면에서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일본, 대만 업체들이 우리보다 좀 더 차질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아직 불확실한 면이 많다.

    세계 반도체 업계의 재편은 어느 방향으로 이뤄질 것이라 예측하고 있나. 대만과 일본 업체들의 향방을 예상한다면.

    메모리 공장을 짓는 데 5조~10조원이 소요되고 해외 경쟁업체들의 현금보유고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과도한 경쟁양상은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일본 엘피다의 ‘파워칩 D램’ 부문 인수 등은 이미 알려진 얘기다. 기본적으로 대만 업체들은 독자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시설도 낙후돼 있다. 제휴를 한다고 해서 새로운 기술이나 새롭게 투자재원이 생겨나는 것은 아니므로 D램 업계 전체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의 기초는 사람 중시 삼성전자가 올해 시스템반도체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이닉스의 계획은. 하이닉스는 핵심 산업인 메모리반도체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은 본격적으로 시스템반도체까지 다각화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메모리 사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 될 때까지는 다른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거나 사업을 추가할 계획이 없다. 그렇다고 계속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얘기한 것처럼 메모리반도체의 성장성이 아주 좋고 우리 스스로도 아직 충분한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 성장 기회가 아직 많다. 이 좋은 성장 기회를 두고 다른 분야에 섣불리 뛰어들지는 않을 생각이다.

    여기서 확고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충분한 수익을 창출한 후에 여력을 갖고 다른 분야로 확장해가는 게 사업 전개의 순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갖췄을 때 기술적, 재무적 여력을 갖고 인접 산업으로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관성 등을 고려해 잘 선별된 산업에 투자할 것이며 무엇을 선별한 것인지 지금은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하이닉스 매각문제가 여전히 화제인데. 매각이나 지배구조는 주주협의회(채권단)에서 주관하는 사항이다.

    이에 대해 회사가 언급하는 것은 어렵다. 회사의 입장에선 좋은 주인이 나타나 안정적인 투자와 경영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회사에 가장 중요한 것은 소유구조와 상관없이 지속가능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경쟁력을 강화하고 잠재력을 끌어내 자생력이 있고 오래가는 좋은 회사로 만들어야 한다.

    올해 투자계획은. 올해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인 3조4000억원으로 계획하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에 75대25 정도의 비율로 투자할 계획이다. 시설의 확장이나 생산라인 신규 건설보다는 대부분 미세공정 전환을 위해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투자할 예정이다.

    경영철학이 궁금하다. 취임하고서 ‘오래가고 좋은 회사’, ‘세계 최고의 메모리반도체 회사’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또 ‘핵심사업 집중’, ‘미래역량 확충’, ‘내실경영 강화’, ‘인본정신 고양’이라는 4대 경영방침을 정했다. 그 중 특히 인본정신 고양은 경영에 있어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다. 기업이란 사람들을 위해 유용한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들의 일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지속가능경영의 기초는 사람을 중시하는 것이다. 고객과 주주도 사람이고 회사의 종업원과 경영진도 사람이다.

    경영진과 직원들이 고객을 위해 좋은 가치를 생산하고 고객이 좋은 값으로 물건을 사주면 이익이 생긴다. 그 이익 때문에 주주에게 투자수익이 생기고 회사가 세금을 내 사회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김규식 /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kks1011@mk.co.kr│사진 = 김호영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호(2011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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