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준양 회장의 리모델링 포스코

    입력 : 2011.05.27 16: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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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창 업무에 바빠야 할 시간이지만 그들은 게임기 앞에서 놀고 있다. 어떤 이들은 당구를 치는가 하면 또 어떤 이들은 미니축구게임에 빠져 있다. 심지어 그네에 앉아 낮잠을 자는가 하면 아예 침대에 드러누워 자는 이들도 있다. 한편에선 예닐곱 명이 문을 걸어 잠근 회의실에서 심각하게 무언가를 논의하고 있다. 침대 하나에 책상 하나가 들어앉은 독서실과 유사한 옆방에선 또 한 사람이 고시공부라고 하듯 자료를 뒤지고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누군 열심히 놀고, 누군 열심히 일하고…. 이 사람들 정말 같은 회사 동료들이 맞나 싶을 정도다.

    지난 2월9일 오후 포스코센터 4층에 위치한 포레카에는 온통 낯선 풍경들뿐이었다. 먹고 놀면서 일한다는 구글의 인벤션랜드(Inventionland)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구글의 인벤션랜드를 처음 접했을 때에는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외국기업이라는 선입견에 개발과 인터넷 서비스라는 업종 자체가 놀이동산과 같은 근무환경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포스코는 제조업 아닌가. 게다가 창업 초기부터 그 어떤 조직보다도 유연함보다는 경직된 조직문화와 상명하복의 권위적인 기업 이미지가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포레카는 포스코 문화에서 오히려 생소한 공간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포레카는 정준양 회장 취임 2년 동안 포스코의 변화와 혁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또 향후 포스코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방향을 담고 있다.

    포레카는 정 회장 취임 6개월만인 2009년 9월 임직원들의 창의력 향상과 창의문화 조성을 위해 만든 사내 놀이공간이다. 이름은 ‘포스코(POSCO)’와 그리스 수학자인 아르키메데스가 외친 ‘유레카(EUREKA)’를 합성했다. 포스코센터 동관 4층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포레카의 면적은 1190㎡(약 360평). 휴식(Refresh), 재미(Fun), 학습(Study) 공간으로 구분해 직원들에게 휴식과 놀이,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바닥에 흙을 깔고 배수시설을 한 후 조성한 정원이 있으며 1000여권의 책을 비치한 ‘북카페’, 방바닥에 드러누워 쉬거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한 사랑방과 다락방도 마련돼 있다. 또 악기 연주와 댄스, 영상물 시청을 할 수 있는 ‘브레인 샤워룸’과 전략·단어조합·사이버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공간도 있다. 직원들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 놀이방을 이용할 수 있다.

    정 회장은 “잘 놀고 잘 쉬어야 창의력이 생기며 경영에 있어서도 기존 사업을 재해석하고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창조적 전환 능력이 미래 경쟁력 확보를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조직 우선주의 탈피… 회사와 직원의 동시 행복
    (위쪽) 포스코센터 4층에 조성된 포레카.
    (위쪽) 포스코센터 4층에 조성된 포레카.
    정준양 회장은 지난 2009년 3월 취임과 함께 미래 전략 키워드로 ‘포스코 3.0’을 제시했다. 창업기인 포스코 1.0, 성장기인 포스코 2.0을 넘어 포스코 3.0시대를 새롭게 열자는 것이었다. 지난 시절 철강 전업시대와 그 관련 사업들에 주력했던 포스코는 이제 철강과 소재를 본업으로 하면서도 성장사업과 신수종사업을 찾는 멀티코어 비즈니스 그룹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정 회장은 믿고 있다. 또 포스코의 근본적인 체질을 바꾸기 위해서는 창조적 혁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당연히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있었다. 내부적으로는 관리 중심의 상의하달식 의사결정 구조에서 효율·소통 등의 토론 형태의 자율과 경쟁이 공존하는 시스템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포스코 마케팅팀의 한 직원은 “경직된 조직문화가 유연해졌고, 무거운 근무환경도 소프트해짐으로써 여유 있는 분위기로 바뀐 것은 분명하다”고 전한다. 무조건적인 조직 우선주의에서 탈피해 개인과 동료를 돌아볼 수 있게 됐다고 덧붙인다.

    마케팅팀의 또 다른 직원도 “더 이상 성과만을 요구하고, 성과만을 위해 일했던 시스템은 아니다”며 “효율 중심으로 회사가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눈앞의 가시적인 실적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쫓는 업무 스타일로의 변화가 그것이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베트남 냉연공장에서 생산된 첫 냉연제품에 ‘포스코 베트남은 포스코와 베트남을 연결해주는 21세기의 상징’이라는 기념 문구를 적고 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베트남 냉연공장에서 생산된 첫 냉연제품에 ‘포스코 베트남은 포스코와 베트남을 연결해주는 21세기의 상징’이라는 기념 문구를 적고 있다.
    경청과 토론을 중심으로 한 정 회장의 소통의 리더십 결과다. “생각이 다르면 결국 평행선이 그어지죠. 내가 귀를 열고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으려 노력하니 신기하게도 그 사람도 같이 따라오더군요.”

    지난해 4월 세계경영연구원 초청강연에서 한 말이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내가 먼저 귀를 열고 상대 말을 잘 듣는 게 진정한 소통”이라고 규정했다.

    정 회장의 소통의 기술은 중국 고사 ‘구동존이(求同存異)’의 방식을 따른다. ‘같은 것을 구하고 다른 것을 배척하라’는 의미로 다른 것은 뒤로 미루고 같은 것을 먼저 이야기하자는 것이다.

    “의견일치가 되는 게 70%라고 칩시다. 처음에는 70% 같은 것을 놓고 이야기하고 30%는 남겨둡니다. 두 번째 자리에서 나머지 30%를 이야기하는데 이때도 비슷한 것부터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반복하다 보면 서로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요?”

    포스코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금연운동 때 적용한 방식이다. 당시 정 회장은 임직원 가운데 7:3으로 흡연자가 많으면 이 방식은 성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최소한 비흡연자가 5는 넘겨야 했다. 그래서 담배 안 피우는 사람이 대세가 되는 그때를 기다려 금연운동 결단을 내렸다. 정 회장은 포스코 회장에 취임하며 세계적인 철강 기업으로서의 경쟁력 유지 및 강화를 위해 열린경영, 창조경영, 환경경영 세 가지의 경영이념을 제시했다.

    ‘열린경영’은 이해관계자와 상생, Value Chain과의 협력 그리고 개방적 조직문화를 통해 소통(Communication)과 신뢰를 확대해 나아가는 것이다. 정 회장은 열린 경영의 성공을 위해서는 상대방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경청’의 열린 자세가 포스코 모든 임직원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취임 후 첫 근무지로 고객사를 찾아 경청하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하기도 했다. 이후 정기적으로 직원들과 조찬간담회, CEO와의 대화 자리를 마련하는 한편 CEO블로그를 만들어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창조경영’은 기술 모방과 추격의 한계를 뛰어넘어 포스코 고유의 기술을 창조해 나아가는 것이다. 정 회장이 말하는 창조경영은 기존의 월드 퍼스트·월드 베스트(World First/World Best) 기술개발과 더불어 창의적 사고를 통해 고객에게 가장 많이 판매할 수 있는 월드 모스트(World Most) 제품을 확보해 나아가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고객가치의 창출을 지향하는 것으로 기술, 시장, 고객에 대한 세밀한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 회장은 ‘환경경영’을 통해 에너지 다소비, CO2 다량 배출이란 철강 산업의 한계를 극복할 것도 역설한다. 포스코가 전력을 다해 연구 중인 수소환원법 등의 새로운 철강제조 프로세스를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의 새로운 성장모델을 만들어 나아가는 것이 철강산업이 택해야 할 윤리라는 것이다.

    이들 세 가지 경영이념은 2년이 흐른 현재 포스코 3.0시대를 대표하며 포스코의 새로운 기업문화로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다.

    철강 수요 지원을 위한 다각화
    2010년 10월28일 인도네시아 칠레곤시에서 열린 일관제철소 부지조성공사 착공식에서 정준양 회장을 비롯한 주요 내빈들이 첫 삽을 뜨고 있다.
    2010년 10월28일 인도네시아 칠레곤시에서 열린 일관제철소 부지조성공사 착공식에서 정준양 회장을 비롯한 주요 내빈들이 첫 삽을 뜨고 있다.
    기업문화와 함께 외형적으로는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등 철강 본업 외의 사업 부문 다각화에 시동이 걸렸다. 철강 전업시대와 그 관련 사업들에 주력했던 포스코 1.0시대와 2.0시대를 넘어 철강과 소재를 본업으로 하면서도 성장사업과 신수종사업을 찾는 멀티코어 비즈니스 행보가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기업은 설립 초기에는 보유역량이 미약하기 때문에 단일 사업에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핵심기술이나 역량을 개발하고 축적하면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관련 사업으로 진출하고, 여기에서 얻은 새로운 핵심역량을 통해 경쟁우위를 강화한다. 포스코의 다각화는 이러한 배경에서 출발하고 있다. 철강수요 창출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다각화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에 따라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고 대한통운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까지 다각화의 길을 걸었던 일본의 신일철이 일부 사업에서 실패를 경험한 뒤 1990년대 후반부터는 철강 본업에 한층 집중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는 점에서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특히 2006년 이후 신일철의 양적 규모 확대 전략도 철강 본업에서 벗어나지 않은 철강회사 M&A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에 대해 비전 2020 작성과 수정작업에 참여한 김현성 수석연구위원은 “포스코의 다각화 전략은 철강업을 중심으로 철강 수요를 지원하기 위한 방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며 “신일철의 경우와는 다르다”고 밝혔다.

    포스코의 첫 번째 비철강 부문의 다각화 성과로 평가되는 대우인터내셔널은 이러한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94개 해외법인에서 나오는 국외 정보망, 수십 년간 쌓은 자원개발 노하우, 최고의 맨파워 등을 지닌 국내 최고 종합상사다. 특히 아프리카 지역에 강점을 갖고 있다. 이집트 카이로, 케냐 나이로비, 알제리,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튀니지 등 8곳에 지사와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카이로에 연락사무소 1곳만 운영하고 있는 포스코 처지에선 대우인터내셔널의 네트워크는 커다란 자산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생산권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대우인터내셔널은 포스코가 글로벌 종합 소재 공급사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 지난 1월25일부터 나흘간 아프리카 4개국을 방문한 정 회장은 철광석·크롬 등의 자원확보와 함께 발전·철도 등 출자사 사업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때문에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은 “포스코가 지상군이라면 대우인터내셔널은 하늘에서 폭격하는 공군”이라 언급했고, 정준양 회장도 대우인터내셔널 임직원과의 대화에서 “제가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것은 포스코에 입사한 것이고, 회장이 되고 나서 제일 잘한 일은 대우인터내셔널을 한 가족으로 모신 것”이라고 한 말이 비단 립 서비스로만 들리지 않는다.

    50만원 못 미치는 주가는 부담 지난 1월13일 정 회장이 직접 참석한 포스코 IR, 즉 2011년 CEO 포럼에서 발표한 2010년 실적은 외형적으로만 본다면 최고였다. 성장 폭도 컸다. 해묵은 과제였던 두 마리의 토끼도 잡았다. 5년을 끌어온 인도 오리사주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와 관련 중앙정부로부터 환경영향평가 승인과 포항 신제강공장 고도제한 해제가 그것이다. 여기에 철강 본업에서 벗어났다던 대우인터내셔널 M&A의 시너지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생산원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던 원자재의 안정적인 확보라는 물꼬가 터진 것이다. 3년 임기의 2년을 꽉 채운 정 회장의 리더십은 충분히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을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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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2년 동안 정 회장과 포스코의 변화를 지켜본 안팎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 않다. 주가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철강수요의 하락이 원인이라고는 하지만 한때 최고 76만원을 넘었던 주가는 코스피 2000시대에서도 50만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대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포스코 주가는 2010년 1월 62만5000원을 기록한 이래 지금까지 하락세를 지속하다 현재 40만원 후반선에 머물러 있다”면서 “글로벌 철강경기 회복이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포스코 IR팀 관계자는 지난 해 포스코 주가에 부담을 줬던 요인을 세 가지로 분석한다. 첫째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품가에 반영하지 못한 어려움, 둘째는 인도 오리사주 제철소 착공 지연, 셋째는 대한통운 인수 가능성 등이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들 요인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고 더 이상 새로운 재료들이 아니다”며 “현재 악재에 대한 내성을 쌓고 있는 포스코가 1분기 실적 개선 및 철강업종 경기 회복을 바탕으로 조만간 반등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 IR팀에 따르면 지금까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품가에 100% 반영하지 못했지만 향후 원료가격이 지속 상승할 경우 가격 전가는 불가피하다. 특히 올해 초부터는 동남아 중국향 수출제품의 가격을 올리고 있어 수익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반면 탄소강 제품 판매량 가운데 수출 비중은 지난 4분기 37.3%까지 높아졌는데 올해에는 40%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수출 비중에 커지면서 내수에서의 원가 문제가 완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즉 투자자들이 우려하고 있는 가격 관련 규제 리스크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현성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주가 하락은 포스코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글로벌 철강기업들 모두의 공통적이고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지난해 글로벌 대형 철강사들의 주가 역시 10~15%가 하락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05년 1월부터 2011년 2월11일 현재 아르셀로미탈, NSC, Baoshan, USS 등 주요 글로벌 철강기업의 시가총액 추이는 등락 폭과 시기가 유사하다. 2007년 8월부터 약 10개월 동안 최고를 기록한 뒤 2008년 하반기 일제히 최저를 기록했다. 이후 약간의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2010년 들어 다시 하락한 후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포스코의 주가 하락이 기업의 실적과 가치보다는 글로벌 철강 수요 급감에 따른 공통적인 영향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표1 참조)

    증권가에서도 올해는 포스코의 주가 상승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신흥국 수요 확대로 철강경기의 회복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문기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제철강협회 등 세계적인 기관들이 올해 수요증가율 전망을 5% 내외로 봤다”면서 “예상보다 미국을 중심으로 빠른 수요 회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5%대의 수요 증가는 지난해 부진을 어느 정도 만회하기에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궁변통구(窮變通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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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회장은 1975년 공채 8기로 입사하면서 포스코와 인연을 맺었다. 입사 후 주로 현장에서 경력을 쌓으며 광양제철소 소장과 생산기술부문장 등을 역임, 사내외에서 가장 능력있는 정통 엔지니어로 인정을 받았다. 정 회장이 쌓아올린 제철소 경험과 엔지니어로서의 전문가적인 역량은 포스코 회장으로 입지를 굳히는 데 커다란 힘이 되기도 했지만 결코 그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기술연구소 부소장으로 근무하던 1999년 갑작스럽게 EU사무소장으로 발령을 받았던 것은 대표적이다. 현장에서 땀을 흘려온 엔지니어에게 해외사무소장 보직발령은 이례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3년 뒤인 2002년 3월 광양제철소 부소장으로 임명되면서 상무대우로 승진해 기사회생했다. 또 1년 뒤에는 광양제철소장으로 임명되며 정 회장의 내부에서의 행보는 가속이 붙기 시작했고 2009년 3월 포스코 7대 회장에 취임했다.

    정 회장의 지난 2년은 전임자가 뿌려놓은 열매를 따먹으며 안주했던 역대 회장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무언가 일을 벌인다는 것이다. 포스코 사외이사를 역임했던 한 인사는 “박태준 명예회장 이후 포스코 역대 회장들 가운데 포스코의 미래를 준비했던 이는 유상부 회장이 유일했다”면서 “모두 현재의 포스코보다 조금 더 나은 성과에 만족하려 했던 것 같다”고 전한다. 그는 “그러나 정준양 회장은 조금 다른 것 같다”고 덧붙이면서도 “아직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기에는 이르다”고 말꼬리를 흐린다.

    이와 관련 포스코 관계자는 “정 회장은 부지런히 씨앗을 뿌리고 있는 중”이라는 말로 대신한다. 정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 자체가 당장의 성과보다는 미래의 성과를 위한 전략사업들이라는 의미다. 다시 말하면 지난 40여 년 동안 뿌려놓은 열매를 거의 따먹어 앞으로 거둬들일 수 있는 열매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위기의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철강 본업 외 사업의 M&A를 통한 다각화와 올해 초 물꼬를 튼 자원확보를 위한 행보는 이러한 위기의식에서 나온 전략이다.

    지난 1월3일 포스코 시무식. 정준양 회장이 붓을 들고 임직원 앞에서 즉석 신년 휘호를 써내려갔다. 궁변통구(窮變通久). <주역>에 나오는 말로 ‘궁하면 변해야 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지속되고 또 궁해진다’는 뜻이다. 포스코의 현재와 정 회장의 의지가 담겨있다. 또 정 회장이 가야 할 길이 아직은 멀기만 하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표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포스코는 과거와 같이 국내에서 독점공급자로서의 특혜적 지위도 없다. 가격정책과 CEO 인사에서의 외풍 의혹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앞으로 남은 임기 1년 동안 정 회장은 이들 과제와 맞서야 한다. 연임까지 감안하면 정 회장에게는 만 4년의 시간이 남아있다. [임형도 기자 hdlim@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호(2011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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