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연의 비블리오필리] 인간은 과연 진보했는가
입력 : 2011.05.27 16:18:26
-
중국공산당은 20세기 동안 자국민 5000만 명을 죽였고, 구소련은 1700만 명을, 기타 아시아 독재정권들은 400만 명의 자국민을 죽였다. 20세기 내내 자국 정부에 의해 죽은 사람들의 숫자는 최소로 추산해도 1억 명이 넘는다는 것이 폰팅 박사의 주장이다.
평등이라는 측면도 20세기 내내 봉건시대와 다름없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폰팅의 주장이다. 물론 20세기 들어 거의 모든 나라에서 노예제나 인종차별은 공식적으로 폐지됐다. 그러나 자본이 새로운 계급을 만들어냈고 그것은 귀족제도와 다름없이 세습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영국의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버지가 고급공무원인 아이가 아버지처럼 고급공무원이 될 확률은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73배나 높다. 부모가 전문직 종사자일 때 자식 중 40%가 전문직을 갖는 반면 부모가 육체노동자인 경우 단 7%만이 전문직 종사자가 된다. 여기에 20세기 내내 국가 간 불평등은 오히려 더욱 심화됐다. 몇몇 산업화에 성공한 나라들이 빈국의 처지를 벗어난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선진국 대부분은 이미 19세기부터 선진국이었던 나라들이다. 부자 나라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나라는 더 가난해지는 현상은 오히려 20세기 말 더욱 심화됐다. 1990년대 중반 89개국의 생활수준이 1980년대보다 더 나빠졌고, 43개국은 1970년대보다도 더 가난해졌다.
21세기는 퇴보의 시대 예측오귀스트 프레오의 학살
현실이 아무리 암울하다 해도 인간은 더 낳은 세상을 꿈꾸었기에 멸망하지 않고 존재해 왔다. 수많은 한계 속에서도 과거를 돌아보고 내일을 꿈꾸어야 할 의무가 인간에게는 있다. 20세기라는 독특했던 한 시대의 연대기를 비판적으로 돌아보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영국의 사학자 E.H.카(Edward Hallet Carr)는 자신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란 역사학자와 역사적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이며,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불후의 명언을 남겼다. 필자는 이 명언도 좋아하지만 “역사에서 절대자는 과거나 현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쪽으로 움직여 나가고 있는 미래에 있다”는 말을 더 좋아한다. 왠지 희망적이기 때문이다. [허연 / 매일경제 문화부 차장·시인·문학박사 praha@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호(2011년 03월) 기사입니다]
▶ [화보] 홍수아, 시선집중 가슴 라인!
▶ 부산저축은행, 감사 무마 위해 '물방울 다이아몬드' 상납
▶ 카카오톡法 나올까…방통위, 연말까지 원칙 마련하기로
▶ MS도 버린 옴니아2
▶ '카카오톡'으로 밝혀진 아내살인 대학교수와 내연녀
▶ 손담비, 맞춤법 실수 굴욕…팬들 지적에 급수정
▶ '나가수' 삼국지 패러디 화제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