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itor`s Letter] 가로등 밑에서 열쇠 찾기

    입력 : 2011.05.13 17:2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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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사람이 가로등 밑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습니다. 지나던 행인이 무엇을 찾느냐고 묻습니다. 그는 차에서 내리다 잃어버린 열쇠를 찾고 있다고 답합니다. 주변에 차가 보이지 않은 행인은 열쇠를 잃어버린 장소가 이곳이 맞는지 다시 묻습니다. 그러자 그는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열쇠를 잃어버린 곳은 너무 어두워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가로등 밑이 가장 밝아 이곳에서 열쇠를 찾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는 미국의 사회학자 임마누엘 왈러스타인이 사회과학을 가로등 밑에서 열쇠는 찾는 사람에 비유하며 든 예입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사회과학은 인간 사회의 여러 현상을 과학적·체계적으로 연구하는 경험과학입니다. 여기에는 사회학·정치학·법학·종교학·예술학·도덕학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그런데 열쇠를 잃어버린 곳이 아니라 내가 비춰볼 수 있는 가로등 밑에서 열쇠를 찾는 행위에 사회과학을 비유하다니 정말 뜻밖입니다.

    왈러스타인은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법을 찾기보다 손쉬운 길만 찾는 사회과학의 오류를 지적합니다. 자기가 풀고 싶고, 풀 수 있는 문제에만 해답을 주려 하는 매너리즘을 비판한 것입니다.

    소위 전문가라는 이들이 이같은 오류에 더 깊이 빠진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 연구하고 검증했던 분석의 틀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익숙해져 다른 방법에는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은 것도 이유입니다.

    최근 모 자동차회사의 시니어급 디자이너와 자리를 함께 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새로운 모델개발을 앞두고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마다 느끼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합니다. 바로 경영진들이 익숙한 디자인에만 집착한다는 것입니다. 말로는 창의적인 제품, 독창적인 제품을 강조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려 한다는 하소연입니다. 자기 세계에 갇혀 다른 세계를 보지 못하는 오류입니다. 보편성을 이유로 창의적인 제품들이 사장되는 것이지요.

    2011년 신년호를 제작하면서 Luxmen은 왈러스타인의 비유를 여러 차례 곱씹었습니다. 신년호 특성상 새해 전망 관련 기획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제작진도 혹시 가로등 밑에서 열쇠를 찾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됩니다.

    다만 속 시원한 키워드는 고사하고 최소한 밝은 가로등 밑이 아닌, 열쇠를 잃어버린 어둠 속이라도 헤매고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결국은 열쇠를 찾아낼 수 있을 테니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한정곤 Luxmen 편집장 jkhan@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호(2011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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