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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 여자 몸 냄새에 환장하는 문어 먹는 법
입력 : 2011.05.13 17: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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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율법에 문어는 하람에 속한다. 하람은 금기 음식이다. 지느러미와 비늘 없는 생선을 금한 율법 때문이다. 한국에 중동 지방의 해물이 많이 수입되는데 그중에 문어와 새우가 꽤 많다. 모두 그네들에게는 필요 없는 하람 해물이기 때문이다.
전라도에서 홍어가 있느냐 없느냐로 잔치의 격을 정하듯이 경상도 북부의 내륙 지방은 문어가 그 몫을 한다. 내 식당에서 한때 문어 요리를 많이 팔았는데 명절 때는 문어를 못 구해서 고생이 심했다. 경상도 지방에서 아예 싹쓸이를 해가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문어 삶는 노하우-마치 전라도에서 홍어 삭히는 비방처럼-가 존재한다. 안동의 간고등어가 소금 치는 기술을 가진 간잽이의 기술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듯이 말이다. 간고등어 얘기를 조금 보태면 유명한 아무개 간잽이는 안동 시내에 빌딩을 샀을 만큼 유명세와 부를 얻었다. 그런데 간고등어만큼이나 삶은 문어를 통해 부를 축적한 상인들도 꽤 있다. 경상도 내륙 도시, 이를 테면 안동이나 영주 같은 곳의 시장에서 가장 목 좋고 큰 가게는 모두 문어 파는 집이다. 어쨌든 문어는 삶는 기술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껍질은 미끈하고 빨판은 오도독거리며 단단한 속살은 쫄깃하게 삶아야 한다.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끓는 물에 문어를 넣으면 온도가 크게 떨어진다. 온도가 떨어졌다고 불을 맹렬하게 올리지 않고, 그렇게 미지근하고 무덤덤한 온도에서 문어를 삶는다. 그래야 속까지 은근히 익으면서 질겨지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해보면 어중간해서 똑 떨어지듯이 삶아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문어 잘 삶는 상인이 돈을 버는 것 아니겠는가.
서양 요리, 특히 지중해 요리에서 문어는 상징처럼 빠질 수 없다. 지중해의 문어는 동해안 참문어처럼 큰 녀석들이 왕왕 있는데 살결은 좀 더 치밀하고 단단한 편이다. 그런데 그쪽 사람들이 좋아하는 식감은 우리와 좀 달라서 아주 부드러운 걸 애호한다. 그러니 경상도에서 문어 삶는 것과는 다른 노하우가 전수된다. 우선 문어를 고루 익히기 위해 두꺼운 부위를 먼저 넣고 가는 다리는 나중에 넣는다. 또 낮은 불에 오래 삶아서 부드럽게 단백질의 연결고리를 풀어헤친다. 입에 넣으면 스스륵 녹아버리는 정도는 아니어도 적당히 씹히면서 슬쩍 녹는 정도로 삶는다.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1시간에서 2시간은 보통이다. 이렇게까지 삶아서 문어맛이 다 달아나버리겠다 싶어도 건져내지 않는다. 특이하게도 외인 코르크를 함께 넣어 삶는데 그렇게 하면 더 부드러워진다고 한다. 그렇게 삶은 문어는 적당한 크기로 잘라 레몬과 올리브오일을 치고 샐러리나 오이 등을 곁들여서 무쳐 먹는다. 씹는 맛보다는 구수한 문어의 뒷맛이 은근하다.
문어는 한자로 ‛文魚’라 쓴다. 먹물을 뿜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 머리가 아주 좋다. 이번 월드컵에서 점쟁이 문어 파울이 화제가 됐는데 서양에서도 문어는 꽤 영리하고 지능이 높은 존재로 비치는 것이다. 그렇지만 문어가 잡힐 때는 꽤 허무하기도 하다. 주꾸미처럼 붉은색의 단지(요새는 플라스틱으로 만든다)만 보면 기어들어가는 습성 때문이다. 서해안과 남해안에서는 이렇게 단지를 줄에 매달아 바다에 던져둔 후 잡아들이는 방법이 흔하다. 동해안에서 큰 문어를 잡을 때는 잠수부가 동원되기도 한다. 머리 좋고 덩치 큰 문어와 사투를 벌이는 잠수부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먹고사는 일의 위대함, 그 자체였다.
문어는 다리를 다들 좋아하지만 별미는 따로 있다. 바로 머리와 내장이다. 머리는 쫄깃하게 삶는 것보다 좀 오래 삶아서 부드럽게 요리하는 게 더 맛있는데 다리가 씹히는 맛이라면 머리는 씹을수록 배어나오는 육즙의 맛이다. 머릿속의 내장은 문어의 참맛이 숨어 있는 곳이다. 바로 먹물과 간이다. 먹물은 문어가 살았던 바다의 향을 응축하고 있다. 간은 어찌나 맛이 진하고 강한지 한 숟갈 떠먹으면 잠시 어질어질해진다. 그 맛있는 문어 내장을 휙휙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문어 맛의 3할밖에 즐기지 못한다고 할까.
그나저나 문어 값이 너무 올라 어지간한 쇠고기 값이 됐다. 남획 때문인지, 해수 온도의 변화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인간에게 책임이 있으리라는 것이다. 귀할 때 귀한 줄 모르면 세상사가 그렇게 되고 만다.
[박찬일 라꼼마 셰프 chanilpark@naver.com / 사진 =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호(2011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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