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류 늪에 빠진 의사 구하는 의료 AI… “진료 본질 되찾는다”

    입력 : 2026.09.22 09:3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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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훈 인프메딕스 CTO
    연세대학교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박사과정과 KAIST 인공지능연구소를 거쳐 서울대학교병원 메디컬 AI 리서처로 경력을 쌓았다. 2025년 8월부터 인프메딕스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의료 분야의 AI 도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서류 작업 덜고 진료에 집중… 의료 특화 LLM의 등장

    의료진을 행정 부담에서 해방하는 특화 AI가 병원 현장을 바꾼다. 인프메딕스는 서울대학교병원의 자회사로, 한국형 의료 특화 대형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병원 행정 및 연구를 지원하는 인공지능(AI) 플랫폼을 개발한 의료 AI 전문 기업이다. 서울대병원의 풍부한 인프라와 자원을 활용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으며, 이를 전국 국립대병원으로 확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의료진이 행정 업무를 덜고 진료와 연구라는 본질에 집중하도록 돕는 기술 개발에 매진해왔다. 병원 통합 AI 플랫폼 ‘스누하이(SNUH.AI)’와 빅데이터 연구 플랫폼 ‘스누허브(SNUHUB)’가 대표적이다.

    김태훈 CTO는 “현장의 많은 의료진들이 서류 작업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며 “환자를 대면하는 시간은 하루 근무시간의 27%에 불과하다”고 문제를 짚었다. 이어서 “의료진의 서류 행정 업무를 줄여 환자 대면 진료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 의료 AI 서비스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현재 의료 AI 플랫폼은 법적으로 의료기기로 분류되지 않는다. 의료인을 보조하는 도구 역할을 수행하며 AI가 환자의 병명을 단독으로 진단하지 않는다. 환자의 진술과 내·외부 진료 및 진단 기록을 종합해 의료진이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식이다.

    울대병원이 축적한 데이터를 튜닝했다. 김 CTO는 “인프메딕스에서 출시한 AI 플랫폼은 타사의 오픈소스 LLM도 사용할 수 있게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챗GPT 같은 범용 LLM은 외부 클라우드로 데이터가 유출될 위험이 있어 도입에 한계가 있다. 환자 정보와 진료 기록 등 민감 정보를 안전하게 다루기 위해 원내에 독립적으로 구축된 서버와 엄격한 보안 체계를 갖췄다.

    AI의 고질적 난제인 환각(hallucination)과 탈옥(jailbreak) 문제도 정밀하게 제어한다. 다중 에이전트 교차 검증, 방어 체계 강화, 답변 근거 출처 제공, 의료진 최종 검토 체계를 단계별로 구축해 신뢰성을 끌어올렸다. 이미 해외에서도 이러한 임상 지원 AI의 실효성이 입증되는 추세다. 일례로 ‘의사들을 위한 챗GPT’로 불리는 미국의 의료 정보 검색 자문 서비스 ‘오픈에비던스(OpenEvidence)’는 현지 의사의 40% 이상이 매일 진료 결정에 활용하고 있다.

    판독 보조부터 피지컬 AI까지, 의료 혁신의 청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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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 현장에서는 AI가 새로 작성한 기록보다 기존 기록의 오류를 검출하는 보조 기능에 대한 신뢰와 수용도가 더 높다. 인프메딕스가 선보인 병리판독문 에이전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환자의 조직 채취 후 병리전문의가 판독문을 작성하고 다른 전문의와 교차 검토를 거치면, AI가 판독문을 재분석해 오류 의심 구간을 찾아낸다. 이후 수정안을 제시해 의료진이 최종 승인하도록 설계했다. 검토 부담을 대폭 줄이면서 판독의 정확도와 완성도를 동시에 확보한 셈이다. 김 CTO는 “이 과정에서 사람과 AI의 상호작용을 원활하게 해주는 UI UX 개선이 핵심적”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의 AI 수용 속도가 더딜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는 기술 도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격무에 시달리는 의료 인력의 부담을 덜기 위한 선택이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현직 의료진이 적극 참여해 의사를 대체하기보다 든든하게 조력하는 방향으로 기술이 진화하고 있다.

    한국 의료 AI 산업은 뛰어난 인프라와 의료진의 높은 역량, 디지털 전환 속도 덕분에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AI가 상급병원의 임상 노하우를 학습해 지역 거점 병원으로 전달되면 수도권과 지방 간 의료 격차를 완화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수련의들의 과도한 서류 부담을 줄여 임상 경험을 늘리는 효과도 기대된다. 김 CTO는 “인턴, 레지던트들이 서류 발표 자료 준비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이를 AI가 지원하면 더 생산성 있게 일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맞춤형 정밀 진료, 실시간 환자 모니터링, 일상 건강관리까지 아우르는 미래 의료 패러다임 전환이 가능하다는 시각이다.

    김 CTO는 급속한 고령화와 의료 수요 확대에 맞춰 향후 의료 현장에 피지컬 AI(Physical AI)가 빠르게 안착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정밀 로봇 수술이 널리 쓰이고 있지만, 물리적 환경 전반을 스스로 이해하고 대응하는 피지컬 AI는 이제 태동 단계다. 한국은 정제된 의료 데이터와 뛰어난 디지털 적응력을 갖춘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앞서 나갈 잠재력이 충분하다. 의대생과 전공의 역시 진료실을 넘어 AI를 능숙하게 다루는 디지털 역량을 갖춰야 할 시점이다.

    그는 “실제 학생들을 만나면 이미 AI 활용도가 상당하다”라면서도, 의료 정보가 민감한 개인정보 영역에 속하는 만큼 합법적인 선내에서 AI 기술을 활용할 것을 강조했다.

    [박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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