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액 분담금 대신 환급금에 용적률 혜택까지 ― 몸값 높아진 역세권 빌라 투자 전략

    입력 : 2026.09.15 17:03:42

  • 서울 정비사업 사각지대였던 역세권 노후 빌라촌 개발이 가속화될 예정이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 정비사업 사각지대였던 역세권 노후 빌라촌 개발이 가속화될 예정이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 지하철 8호선 암사역 인근 천호동 324 일대 빌라촌은 오랫동안 정비사업의 사각지대로 꼽혔다. 도로에 접한 주택이 많아 재개발 요건을 맞추기 어렵고, 모아타운으로 추진하면 구역을 2~3개로 나눠야 해 사업성이 떨어졌다. 사업성 지표인 비례율은 100% 이하로 떨어졌고 가구당 수억원의 추가 분담금이 예상됐다.

    하지만 민간도심복합개발을 적용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도시정비사업 플랫폼 기업 닥터빌드가 용적률 500%를 적용해 분석한 결과, 기존 640여 가구를 최고 49층, 2059가구 규모의 단지로 개발할 수 있다. 일반 분양가를 3.3㎡당 7500만원, 공사비를 900만원으로 가정한 추정 비례율은 253%였다. 가구당 평균 환급금은 약 8억원으로 계산됐다.

    석촌역 민간도심복합개발사업 주민설명회
    석촌역 민간도심복합개발사업 주민설명회

    재개발이나 모아주택으로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서울 역세권 빌라촌에서 민간도심복합개발사업이 새로운 정비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송파구 방이동과 잠실·석촌·삼전동, 강동구 천호동, 광진구 구의동, 성북구 석관동 등에서 주민설명회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지역은 역세권이나 간선도로 주변에 있지만 낡은 다세대·다가구·단독주택과 신축 빌라가 뒤섞여 있다. 노후도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거나 토지 등 소유자 수가 많아 일반 재개발이나 모아주택사업을 추진하기엔 사업성이 낮은 곳이 적지 않다.

    용적률 최대 700% 역세권 고밀개발

    민간도심복합개발은 공공이 토지를 수용해 개발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 사업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다. 공공 도심복합사업은 토지 수용에 대한 주민 반발이 적지 않았다. 주택 공급에 치우쳐 업무·상업 등 도시 기능을 함께 활성화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반면 민간도심복합개발은 토지 등 소유자가 소유권을 유지한 채 신탁사나 리츠 등 민간이 사업시행자로 참여해 사업 속도를 높이고, 역세권에는 법적 상한을 넘는 용적률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지난해 관련 법이 시행됐다. 서울시는 올해 1월 조례를 시행하고 지난 6월 시행규칙을 마련했다.

    사업은 ‘성장거점형’과 ‘주거중심형’으로 나뉜다. 성장거점형은 주거와 업무·상업·산업시설을 함께 넣어 지역의 경제 거점을 만드는 방식이다. 서울시가 ‘다시, 강북 전성시대 2.0’에서 제시한 주거·업무·상업 복합형 강북형 미니 신도시가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 역세권 빌라촌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주거중심형이다. 노후 주거지를 고밀개발해 주택 공급과 주거환경 개선에 중점을 둔다. 제2종 일반주거지역 등을 준주거지역으로 올린 뒤 법적 상한 용적률 500%의 1.4배인 최대 700%까지 적용할 수 있다. 늘어난 용적률의 30~50%는 공공주택 등으로 기부채납하고, 나머지는 일반분양에 활용해 주민 분담금을 낮추는 구조다. 비주거시설을 넣어야 하는 성장 거점형과 달리 주거중심형은 비주거 시설 의무비율을 두지 않거나 최소화하는 방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대상은 면적 2만㎡ 이상 6만㎡ 이하인 역세권 간선도로변이다. 건축물 노후도는 60% 이상이어야 한다. 사업지가 2만~3만㎡면 폭 15m 이상, 3만~6만㎡면 폭 20m 이상 간선도로에 접해야 한다. 주민 동의 요건은 토지 등 소유자 3분의 2 이상, 토지면적 2분의 1 이상이다.

    재개발·모아타운의 대안

    민간도심복합개발은 재개발·재건축이나 모아타운보다 용적률 혜택은 크고 사업 진입 장벽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반 재개발은 노후 주거지 전체를 정비하는 사업이다. 조합이나 신탁사, 공공기관이 시행할 수 있지만 용적률은 통상 300% 안팎이다. 정비구역지정부터 조합 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를 거쳐야 해 사업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도로에 접한 주택비율이 높거나 신축 빌라가 섞인 지역은 정비구역 지정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모아주택은 통상 사업구역이 2만㎡ 미만인 소규모 정비사업이다. 여러 모아주택을 묶는 모아타운은 10만㎡ 미만이 대상이다. 모아타운은 도로와 공원 등 기반시설을 함께 정비할 수 있지만 실제 사업은 개별 모아주택 구역별로 추진된다. 서울시는 최근 역세권과 간선도로변 모아타운의 제3종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용적률은 최대 400%, 매입임대주택을 추가로 공급하면 최대 500%까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서울 빌라촌은 제2종 일반주거지역이 섞인 곳이 많아 적용 대상이 제한적이다. 반면 민간도심복합개발은 제2종 일반주거지역도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해 용적률을 최대 700%까지 적용할 수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기존 정비사업으로는 분담금이 많이 나오거나 사업 자체가 어려웠던 빌라촌에 새로운 선택지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2000가구 안팎 대단지로 변신

    민간도심복합개발을 적용하면 낡은 빌라촌이 2000가구 안팎의 대단지로 탈바꿈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송파구 방이동 168 일대는 고밀개발에 따른 사업성 개선 효과가 큰 곳으로 꼽힌다. 방이동 일대는 사업 면적이 3만4778㎡고 건축물 노후도는 68.36%다. 사업지 전체가 지하철역 승강장 경계에서 500m 안에 들어가고 20m 이상 간선도로에도 접해 있다. 이 지역에서는 앞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하는 공공도심주택복합사업도 검토됐다. 그러나 최대 용적률이 360%에 그쳐 토지 등 소유자가 많은 빌라촌에서는 충분한 분양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토지 등 소유자 약 810명에 비해 소유자 분양분과 일반분양을 합친 물량은 830여 가구에 그친다. 일반분양이 거의 남지 않아 사실상 1대1 재건축에 가까운 구조가 된다는 분석이다.

    반면 닥터빌드에 따르면 민간도심복합개발로 용적률 500%를 적용하면 1775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용적률 360%를 적용할 때보다 전체 가구 수는 497가구, 소유자 분양분과 일반분양을 합친 물량은 324가구 늘어난다. 공사비 3.3㎡당 1000만원, 일반분양가 8600만원을 가정하면 추정 비례율은 163%까지 올라간다.

    사업 여건이 더 열악한 강북권에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성북구 석관동 174 일대 빌라촌은 지하철 6호선 돌곶이역과 석계역을 끼고 있는 더블 역세권이지만, 주차난과 소방차 진입 문제, 커뮤니티 시설 부족 등이 지속해서 지적돼왔다. 신축 빌라가 섞여있어 재개발 노후도 기준을 맞추기 쉽지 않고, 제2종 일반주거지역이어서 모아주택이나 모아타운으로는 고밀개발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정비업계 설명이다.

    사업 면적은 4만2534㎡, 기존 주택은 545가구다. 건축물 노후도는 66.67%이고 사업지 대부분이 역에서 350m 안에 들어간다. 이 일대를 민간도심복합개발로 정비할 경우 용적률 500%를 적용해 2134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 일반분양 물량은 800여 가구에 달한다. 일반분양가를 3.3㎡당 5600만원, 공사비를 950만원으로 가정한 추정 비례율은 200%다. 가구당 평균 환급금은 6억원으로 제시됐다.

    닥터빌드 관계자는 “역세권 간선도로변 입지를 활용해 주택뿐 아니라 업무·상업·문화시설을 결합한 직주락 복합개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사업성이 시뮬레이션대로 나올지는 서울시 운영기준과 시장 상황에 달렸다. 공공기여 비율과 매입형 임대주택 가격, 비주거시설 비율에 따라 일반분양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 공사비가 오르거나 분양가가 예상보다 낮아져도 비례율은 떨어진다.

    정비업계에서는 서울시가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사업처럼 간선도로변 토지 등 소유자의 별도 동의 요건을 둘지도 주목하고 있다. 이른바 알박기나 과도한 보상 요구로 사업이 늦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서울시가 폐지한 준주거지역 비주거시설 의무비율을 민간도심복합개발에 적용할지도 관건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현재 제시되는 비례율과 환급금은 초기 사업성 분석인 만큼 서울시 기준과 인허가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아파트 매매시장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의 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 거래는 2만684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5% 늘었다. 이 가운데 빌라로 분류되는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는 2만3701건으로 32.8% 증가했다.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는 2023년 상반기 1만1505건에서 2024년 1만4281건, 지난해 1만7845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2만 건을 넘어섰다.

    사진설명

    가격도 오르고 있다. 지난 6월 서울연립·다세대주택 매매가격지수는 103.44로 지난해 6월 95.09보다 8.8% 상승했다. 지수가 93.18까지 떨어졌던 2024년 3~4월과 비교하면 11.0% 올랐다. 가격지수는 2024년 5월부터 26개월 연속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99.21에서 올해 6월 103.44로 올 들어서만 4.3% 뛰었다. 월간 상승률도 지난 3월 0.53%에서 4월 0.62%, 5월 0.76%, 6월 0.86%로 확대됐다.

    정비업계에서는 비아파트 거래가 회복되는 가운데 민간도심복합개발이 도입되면서 사업 요건을 갖춘 역세권 노후 빌라촌의 몸값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재개발이나 모아주택으로 정비하기 어려웠던 지역도 고밀개발할 길이 열리면서 개발 기대가 매매가격과 토지 지분 가치에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업 초기, ‘물딱지’ 유의해야

    다만 주민설명회가 열리거나 동의서 징구가 시작됐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이 확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민간도심복합개발은 복합개발계획 입안과 혁신지구 지정, 사업시행자 지정, 사업시행계획·관리처분계획인가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혁신 지구 지정에는 토지 등 소유자 3분의 2 이상과 토지면적 2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인허가 과정에서 구역 경계와 용적률, 공공기여 조건이 바뀌거나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이른바 ‘물딱지’도 주의해야 한다. 도심복합개발법상 권리산정기준일은 원칙적으로 혁신지구 지정 고시일이지만, 투기 수요 유입을 막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이보다 앞선 날을 별도로 정할 수 있다. 기준일 이후 필지를 나누거나 단독·다가구주택을 다세대주택으로 전환해 소유자 수를 늘려도 추가 입주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기준일 이후 쪼개진 지분이나 주택을 매입하면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 청산 대상이 될 수 있다.

    민간도심복합개발은 아직 서울에서 본격적인 인허가 사례가 쌓이지 않은 초기 제도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최대 700% 용적률이나 주민설명회에서 제시한 비례율·환급금만 보고 투자해선 낭패를 볼 수 있다”며 “대상지 요건과 주민 동의율, 권리산정기준일, 대지지분, 예상 종전자산 평가액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