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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천 벨트, 재건축으로 ‘옛 영광’ 되찾나
입력 : 2026.09.11 17: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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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을 추진 중인 양재천 일대 서울 대치동 미도·선경·우성아파트 일대. 서울 강남구 양재천 일대는 반포, 압구정과 함께 강남의 ‘서울 3대 부촌’으로 손꼽히던 동네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 반포 지역에는 한강 조망을 갖춘 대규모 신축 단지가 연이어 공급되었다. 하지만 양재천 일대에는 1990년대 초경에 준공된 단지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재건축이 진행된 단지가 적었다. 그러다 보니 양재천 일대 단지들의 노후도가 높아지게 되었고, 주요 부동산 시장에서 이 일대 단지들에 관심을 덜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최근 양재천 벨트 단지들이 재건축 절차를 본격적으로 밟아나가기 시작했다. 도곡·개포·대치동 일대 재건축 단지 중 정비계획 변경, 관리처분인가, 이주 개시 등 빠르게 사업 진도를 내는 단지들이 생기면서 매매시장에서도 신고가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신축 기대감이 실제 사업 진행 속도로 뒷받침되기 시작하면서 매수세가 다시 몰리는 모습이다.
신축 하나 빼고 다 갖춘 입지
재건축이 마지막 퍼즐양재천 벨트의 입지 조건은 강남권에서도 손꼽힌다. 3호선과 수인분당선 이 지나는 역세권으로 강남·판교 등 주요 업무지구로 직주근접이 뛰어나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대표 학군지인 강남 8학군이 도보권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강남 세브란스와 삼성의료원을 가까이 두고 있어 의료 접근성도 좋고 강남 롯데백화점과 이마트 역삼점, 양재 하나로마트, 코스트코 양재점 등 상권도 풍부하다. 한강과 멀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하지만 조용하고 쾌적한 양재천과 매봉산을 낀 수변·녹지 환경은 도심 한복판에서 누리기 힘든 강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미래 호재도 잇따르고 있다. 영동대로 지하 복합개발과 잠실 MICE, 현대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도보권으로 가깝다. 또 수서역 복합개발, 양재 AI 미래융합혁신특구 지정, 양재 GTX 환승거점통합개발, SETEC·코원에너지 부지 복합개발 등이 진행 중이거나 예정돼 있다.
GTX-A(삼성역)·GTX-C(삼성역·양재역) 개통과 위례신사선·위례과천선 개통까지 더해지면 교통 접근성은 한층 개선될 전망이다. 특히 삼성역 인근에서는 현대차그룹 GBC 건립과 영동대로 지하 복합환승센터 조성이 맞물려 진행되고 있어, 완공 시 양재천 벨트에서 삼성역 업무·MICE 거점까지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교통·일자리·교육·의료·상권·자연환경을 두루 갖춘 이 지역에 마지막으로 남은 과제가 바로 ‘신축’이었다. 최근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이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고 있는 셈이다.
이주·착공 임박한 선두 그룹은?최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양재천 벨트에서 재건축 속도가 가장 빠른 단지는 개포럭키아파트다. 128가구 규모인 개포럭키는 소규모 재건축을 통해 최고 28층 154가구 단지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2021년 10월 시공사로 포스코이앤씨를 선정했고, 지난해 10월 사업시행계획 및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승인받은 뒤 이번 달 완료를 목표로 이주를 진행하고 있다. 2029년 준공이 목표다.
강남구 도곡개포한신 아파트. 도곡개포한신도 이주를 준비하고 있다. 전용 84㎡ 8층은 지난 6월 36억 4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35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8개월 만에 1억4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도곡개포한신은 620가구에서 재건축을 거쳐 최고 49층, 792가구 규모 단지로 탈바꿈한다. 35층으로 추진되던 정비계획이 지난해 12월 통합심의를 조건부로 통과하며 49층으로 상향됐고, 같은 달 관리처분계획인가도 함께 승인받았다. 올해 4월 정비계획 변경이 최종 고시된 뒤 지난 7월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를 강남구청에 신청한 상태다. 현재 서울 전역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원칙적으로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지만 1가구 1주택자로서 10년 이상 보유·5년 이상 거주한 경우 등 예외 요건을 갖춘 물건은 거래가 가능하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한 매물이 나오면 매수자들이 몰리면서 가격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개포주공5단지 역시 지난해 8월 시공사로 대우건설을 선정하고 올해 9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아 올해 5월 경 이주를 완료했다. 기존 940가구에서 1279가구로 재건축되며 최고 35층,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개포주공 6·7단지에서도 올해 신고가 거래가 이어졌다. 6단지 전용 84㎡는 지난 1월 38억9500만원에, 7단지 같은 면적은 같은 달 40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각각 최고가를 기록했다. 두 단지는 지난해 5월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고, 올해 3월 조합원 평형 재신청을 마친 데 이어 7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강남구청에 신청해 하반기 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1960가구에서 2698가구 규모 대단지로 바뀔 예정이다.
대치동 학군벨트 장점대치동 일대 재건축 단지들도 속속 사업 궤도에 오르고 있다. 대치미도 1·2차는 조합 설립을 앞두고 거래가 활발하다. 지난해 7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올해 3월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았고, 7월에는 정비업체와 설계업체 선정까지 마쳤다. 전용 84㎡는 지난 6월 40억4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대치미도1·2차는 2436가구에서 3914가구 규모로 재건축을 추진 중으로, 은마아파트와 함께 대치동을 대표하는 대형 재건축 사업장으로 꼽힌다.
대치쌍용1차는 지난해 11월 정비계획 변경(35→49층) 통합심의를 조건부로 통과한 데 이어, 올해 4월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630가구에서 999가구로 재건축되며 최고 49층으로 지어진다. 도곡동 개포우성4차 역시 정비계획 변경을 거쳐 최고 49층으로 확정됐고, 지난 6월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낙점됐다. 459가구가 1045가구로 늘어난다.
가장 최근 소식은 대치동 개포우성 1·2차다. 서울시는 지난 5일 도시계획위원회 수권분과위원회를 열고 개포우성1·2차 재건축사업 정비계획 결정 및 정비구역 지정을 수정 가결했다.
1983·1984년 준공된 1140가구 단지는 재건축을 거쳐 최고 49층, 총 1603가구(공공주택 258가구 포함) 규모로 탈바꿈한다.
공공주택은 장기전세주택(미리내집) 형태로 절반이 공급된다. 단지 조성과정에서 남부순환로에서 양재천까지 이어지는 폭 10m 공공보행통로도 함께 조성된다. 가구 수 증가에 대응해 공공지원시설을 확보하고 도곡역과 연계되는 근린생활시설도 배치할 계획이다.
후발 단지들도 순차 진입
벨트 전체가 정비사업 궤도로양재천 벨트의 재건축 흐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치우성1차·쌍용 2차는 지난 5월 정비구역 지정을 마치고 지난 9일 조합설립 총회를 열어 16개 안건을 의결했다. 통합 재건축을 통해 총 1324가구로 늘어날 예정이다. ‘경우현’으로 불리는 개포경남·우성3차·현대1차는 지난해 6월 정비구역 지정을 마친 뒤 올해 4월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았고, 9월 설계업체 선정을 앞두고 있다. 총 1499가구가 추후 약 2343가구 규모로 재건축된다.
개포현대2차(558가구→약 1112가구)와 대치선경1·2차(1034가구→약 1571가구)도 각각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을 마치고 설계업체 선정 등 후속 절차를 밟고 있다. 이들 단지는 모두 최고 49층 규모로 정비계획이 수립됐다. 이 밖에 개포현대(200·220동)와 개포 우성5차는 소규모 재건축 방식으로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를 동시에 진행하며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를 내고 있고, 개포우성8차·현대3차는 통합 재건축 추진위 구성을 논의 중이다.
전문가들은 양재천 벨트의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양재천 일대 아파트는 쾌적한 자연환경과 국내 최고 수준의 대치동 학원가·학군에 가깝다는 장점이 있다”며 “학령인구가 줄어도 자녀 한 명에게 교육 투자를 집중하려는 심리 때문에 대치 학군의 가치는 쉽게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건축이 완료되면 신축 효과가 더해져 현재보다 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일부 단지는 아직 사업 초기 단계여서 입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양재천 벨트 내 단지별 사업 속도는 편차가 크다. 개포럭키·도곡 개포한신·개포주공5단지처럼 이주가 진행 중인 단지가 있는 반면, 개포 경남·우성3차·현대1차나 개포현대2차, 대치선경1·2차, 개포우성 1·2차 등은 이제 막 정비구역 지정이나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은 초기 단계다. 사업 단계에 따라 투자 리스크와 회수 기간이 달라지는 만큼, 매수를 고려할 때는 개별 단지의 진행 상황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