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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미국, 휴머노이드 두뇌의 제국 | 알고리즘 설계·독창적인 AI 아키텍처
입력 : 2026.09.04 18: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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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20일, 독일 베를린의 한 쇼핑몰에서 열린 홍보 행사에서 테슬라의 ‘옵티머스’ 로봇이 팝콘을 나눠주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026년 7월 28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외국산 휴머노이드 로봇과 사족보행 로봇 신규 모델의 미국 내 판매 승인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명분은 로봇이 수집한 민감 데이터가 외국 정보기관에 유출되거나 해킹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것. 규제 대상은 외국산 제품 전반이지만, 시장에서는 유니트리·유비테크(UBTech) 등 중국 기업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FCC는 미국의 통신 관련 규제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2025년 12월부터 외국산 드론·라우터·전력 인버터 등 국가안보와 직결된 장비에 대한 규제를 잇달아 강화해왔다. 또한 브렌던 카 FCC 위원장은 8월 6일, 미국 기업들이 자국 내 투자를 유치하고 국가안보에 중요한 핵심 장비를 자체 개발할 시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은 이미 엔비디아(NVIDIA)의 휴머노이드 범용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아이작 그루트(Isaac GR00T), 피지컬 인텔리전스(Physical Intelligence)의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파이(π)’, 테슬라 ‘옵티머스(Optimus)’ 등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과 ‘임바디드 AI(Embodied AI)’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을 경계하는 이유는 소프트웨어 성능만으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이 부품 공급망과 저비용 양산, 대규모 실증에서 압도적인 속도를 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서 2026년 5월 발표한 로봇산업분석 보고서 ‘로보틱스-시작된 변화’에 따르면, 중국은 2025년 글로벌 휴머노이드 출하량의 88%를 장악했다. 상위 6개 브랜드가 모두 중국 기업이다.
중국은 대규모 생산을 넘어 실증에서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와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 6월 제조·서비스 등 실제 현장에 휴머노이드와 임바디드 AI를 상시 배치하기 시작했다. 올해 말까지 100개 이상의 고부가가치 응용 시나리오를 확보하고 1만 대급 현장 적용 능력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베이징 스징산에는 휴머노이드 100대를 동시에 훈련시켜 연간 600만 건 이상의 데이터를 생산할 수 있는 데이터 훈련센터도 가동 중이다. 유비테크의 휴머노이드 워커(Walker) 시리즈 역시 BYD·지리자동차·폭스콘 등 제조 현장에 투입돼 조립·운반·검사 작업을 학습하고 있다. 즉 중국이 대량생산한 로봇을 실제 현장에 배치하고, 여기서 확보한 데이터를 다시 로봇 AI 학습에 투입하는 ‘데이터 플라이휠’을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미국으로서는 더 큰 위협이다.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봉쇄와 육성’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향이다. 2025년 11월 발의된 ‘Humanoid ROBOT Act’는 중국 등 우려국과 연계된 휴머노이드의 연방 조달과 대미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올해 2월 발의된 ‘National Commission on Robotics Act’는 미국의 로봇 R&D·제조·인재·공급망을 아우르는 국가 전략 수립에 초점을 맞췄다. 이어 3월 발의된 ‘American Security Robotics Act’는 규제 대상을 휴머노이드에서 자율순찰·이동형 로봇 등 무인 지상 로봇 전반으로 확대해 중국산 로봇의 시장 침투를 막는 동시에 미국 내 로봇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의도를 담았다.
미국, 0에서 1을 만드는 나라미국의 경쟁력은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원천기술과 독창적인 AI 아키텍처에 있다. 시각·언어·행동을 하나의 흐름으로 잇는 VLA(시각-언어-행동) 모델과 로봇 내부에서 실시간으로 인지·판단·제어를 수행하는 온디바이스 AI가 대표적이다. 핵심은 물리 세계를 이해하는 고차원 판단과 수백~수천Hz 수준의 저수준 제어를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연결하는 것이다. 미국 기업들은 중국과 같은 저가·대량생산 경쟁보다는 하드웨어 설계와 신경망, 센서, 제어 소프트웨어를 긴밀하게 묶는 수직통합(Vertical Integration)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피규어AI 선두는 피규어AI(Figure AI)다. 피규어AI는 제프 베이조스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미국 대표 휴머노이드 스타트업이다. 2025년 9월 시리즈C 투자에서 기업가치 390억 달러(약 54조원)를 인정받았다. 2025년 초에는 오픈AI와의 협력을 종료하고 자체 로봇 AI 개발에 승부를 걸었다. 로봇의 인지와 판단부터 관절 제어까지 하드웨어와 AI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긴밀하게 통합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그 결과물이 VLA 모델 ‘헬릭스(Helix)’다. 2025년 공개한 1세대 헬릭스는 장면과 언어를 7~9Hz로 해석하는 ‘시스템2’와, 이를 바탕으로 200Hz 주기로 로봇의 연속 동작을 만들어내는 ‘시스템1’을 결합했다. 이어 2026년 1월 공개한 ‘헬릭스 02(Helix 02)’는 제어 범위를 상체에서 전신으로 확장했다. 새롭게 추가된 ‘시스템0’은 1000시간 이상의 인간 동작 데이터와 시뮬레이션-현실 전이 강화학습으로 훈련된 전신 제어 계층으로, 보행과 균형 유지, 접촉을 포함한 전신 움직임을 하나의 신경망으로 처리한다. 카메라 영상뿐 아니라 촉각과 고유수용감각 등 로봇의 모든 센서 입력을 받아 전신 액추에이터를 직접 연결하는 구조다. 피규어AI는 이를 통해 로봇이 걷고, 물체를 조작하고, 균형을 잡는 행동을 별개의 기능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된 행동으로 수행하도록 했다. 실제 산업 현장 적용도 확대되고 있다. ‘피규어 02’는 2025년 BMW 스파르탄버그 공장에서 1250시간 이상 가동되며 9만 개 이상의 판금 부품을 투입했고, 3만 대 이상의 BMW X3 생산에 기여했다. 이어 2026년 6월 투입된 ‘피규어 03’에는 헬릭스 02가 적용됐다. 로봇은 위치와 방향이 일정하지 않은 자동차 부품을 인식해 양손으로 집어 지정된 슬롯에 배치하고, 작업 과정에서 발 위치와 몸의 균형을 조절하면서 무거운 금속 카트까지 끌었다. 정밀 조작과 이동을 동시에 수행하는 ‘로코 매니퓰레이션(Loco-manipulation)’을 실제 제조·물류 현장에서 구현한 사례다.
테슬라는 자체 자율주행(FSD) 개발로 축적한 비전 기반 신경망과 대규모 학습 인프라를 옵티머스에 접목하고 있다. 자율주행에서 검증한 실세계 데이터 학습 방식을 로봇에도 적용해, 실제 작업 현장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모델 개선에 되먹이는 데이터 플라이휠을 구축하고 있다. 하드웨어·센서·소프트웨어·데이터 수집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최적화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2026년 2분기 테슬라는 프리몬트 공장의 모델 S·X 생산 라인을 폐쇄하고, 그 자리에 옵티머스 생산 라인 구축에 들어갔다. 첫 생산라인은 장기적으로 연간 100만 대 생산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으며, 테슬라는 텍사스 기가팩토리에도 장기적으로 연 1000만 대 규모를 목표로 하는 차세대 옵티머스 생산 라인을 준비하고 있다. 2분기 말 기준 두 생산기지는 모두 아직 건설 단계다. 옵티머스에서 테슬라가 특히 공을 들이는 영역은 손의 정밀 조작 능력이다. 테슬라는 양산형 3세대 옵티머스에 이전 세대보다 개선된 새로운 손 설계를 적용하고 있으며, 인간이 수행하는 정교한 조립·운반 작업까지 로봇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것을 목표로 하고있다. 다만 2026년 2분기 현재 옵티머스는 본격적인 양산·산업 배치 단계라기보다 생산 라인 구축과 학습 데이터 확보, 기능 고도화가 진행되는 단계다.
보스턴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는 미국 로봇 산업의 또 다른 축인 ‘전신 동역학 제어’에서 강점을 보인다. 2026년 1월 공개한 양산형 전기식 아틀라스(Atlas)는 50자유도(DoF)의 전신 구조와 고출력 액추에이터를 기반으로 인간보다 넓은 관절 가동 범위를 구현했고, 4시간가량 작업한 뒤 스스로 배터리를 교체해 24시간 연속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올해부터 현대자동차 생산 현장에 투입돼 부품 시퀀싱 등 실제 제조 작업을 검증하고 있으며, 구글 딥마인드와 손잡고 ‘제미나이 로보틱스’ 기반 파운데이션 모델도 아틀라스에 접목한다.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수십 년간 축적한 보행·균형·전신제어 기술에 최신 로봇 AI를 결합하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 역시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로봇 기술과 그룹의 제조 역량을 연결한 ‘엔드투엔드 AI 로보틱스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어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는 화려한 동작보다 ‘실제로 돈을 버는 로봇’에 일찍 초점을 맞췄다. 이 회사의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디짓(Digit)’은 2024년 GXO 물류센터에서 업계 최초 수준의 상업용 RaaS(Robot-as-a-Service) 배치를 시작한 뒤, 2025년까지 현장에서 10만 개 이상의 토트를 옮겼다. 2026년에는 GXO뿐 아니라 셰플러, 토요타 모터 매뉴팩처링 캐나다, 메르카도리브레 등으로 상업 배치를 확대했으며, 9개 고객 시설에서 누적 6만5000시간 이상의 운용 경험을 확보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토요타 캐나다와는 파일럿을 넘어 정식 RaaS 계약도 체결했다. 오리건주 세일럼에는 연간 최대 1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춘 ‘로보팹(RoboFab)’을 구축했다. 어질리티의 경쟁력은 범용 휴머노이드의 모든 기능을 한꺼번에 구현하기보다 물류·제조 현장의 반복 작업부터 안정적으로 자동화하면서 실제 운용 데이터와 고객 ROI를 쌓는 데 있다.
[박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