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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한류] 방한 외국인 역대 최대… K-팝 다음 관광 콘텐츠는?
입력 : 2026.09.01 13: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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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일대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 한강드론쇼 앙코르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025년 방한외국인 1894명,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K-관광의 판이 바뀌고 있다. K-팝·드라마·영화·뷰티 등 K-콘텐츠 인기가 강력한 관광객 유입 동력으로 자리 잡은 결과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4년보다 15.7% 늘었고 코로나19 이전 최고치였던 2019년 1750만 명도 넘어섰다. 올해 들어 증가세는 더 빨라졌다. 2026년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1071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3% 증가하며 반기 기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 겸 미국 퍼듀대 교수는 “인지도 싸움은 이미 이긴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제는 ‘한국을 알리는 것’에서 ‘한국을 향한 관심을 체류와 소비로 전환하는 단계’라는 것이다.
빠르게 늘어난 관광 소비… 그러나 ‘서울 쏠림’은 여전
주목할 점은 카드 소비액 증가다. 문체부 조사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외국인 신용카드 관광 지출액은 10조3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8% 급증했다. 관광객 증가율(21.3%)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방한 외국인 1인당 지출 규모가 크게 늘어났음을 보여준다.
소비가 집중되는 분야도 달라졌다. 지출 항목도 재편되고 있다. 단순 의류·화장품 쇼핑에서 공연·스포츠·의료 등 ‘경험 소비’로 무게추가 옮겨갔다. 야놀자리서치의 ‘2026년 상반기 한국 인·아웃바운드 관광 실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면세점 이용객 수는 2019년 대비 30.9% 줄었고 1인당 매출액도 41.8% 감소했다. 반면 외국인 의료 소비액은 약 1조1931억원으로 2019년 동기 대비 6.6배 늘었다. 보고서는 “면세점 중심의 단체 관광 소비 모델이 저물고, 의료·웰니스 등 고관여 소비가 성장하는 것이 인바운드 관광시장의 수익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짚었다.
문제는 소비의 수도권 편중이다. 한국신용데이터가 해외카드 결제 이력이 있는 약 32만8000개 가맹점을 분석한 결과, 2025년 7월부터 2026년 6월까지 발생한 해외카드 매출의 65%가 서울에 집중됐다. 해외카드 매출 상위 1% 매장이 전체 매출의 66.9%를 차지할 정도로 점포 간 양극화도 뚜렷했다.
장 원장은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체류와 소비로 전환하는 관광산업의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대표적인 모범 사례가 2026년 6월 부산에서 열린 BTS 콘서트다. 공연을 핵심 유인 장치(Anchor)로 삼아 숙박·교통·식음·뷰티·지역 관광으로 소비가 확산됐다. 중소벤처기업부가 한국신용데이터 자료로 공연 전후 4주를 분석한 결과, 부산 소상공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해 전국(0.4%)과 서울(0.3%)을 크게 앞질렀다. 외국인 매출은 71.7% 뛰었다. 숙박업(148.1%), 음식점(72.3%), 편의점(71.0%), 이미용업(63.8%) 전반에서 매출이 늘었고 영도(259.1%)와 광안리(101.3%) 일대 외국인 소비도 폭증했다. 공연 당일 반짝 특수에 그치지 않고 공연 2주 전부터 종료 후까지 소비 흐름이 유지됐다.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BTS컴백쇼에 몰린 팬들 <사진 연합뉴스> 이를 구조적인 성장 모델로 안착시키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우선, IP 보유자와 관광지 운영 주체 간의 갈등을 중재할 만한 기관이 필요하다. 콘텐츠가 성공한 뒤 관광상품으로 전환하려면 저작권·초상권·수익배분을 다시 협의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삼척시는 2021년 BTS 앨범 재킷 촬영지에 조형물을 설치해 ‘BTS 해변’을 조성했으나, 소속사 하이브의 이의 제기와 협의 결렬로 2024년 1월 시설물을 전면 철거했다. 반면 강릉시는 주문진 해변 BTS 버스정류장에 고유 서체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법적 분쟁을 피해 대조를 이뤘다. 콘텐츠 소비 주기에 미치지 못하는 행정 속도도 문제다. 드라마 세트장 관광 상품화에 1~2년의 인허가 절차가 소요되면서 유행이 지난 뒤에야 공간이 완성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영속성 있는 체험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방한 팬덤이 사옥 방문과 팝업스토어 굿즈 구매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한국판 코첼라, 세계인이 찾아오는 축제로
하이브 BTS팝업 K-콘텐츠와 지역 관광을 묶는 유력한 대안은 대형 페스티벌이다. 공연은 관광객에게 여행해야 할 날짜와 장소를 동시에 결정하는 강력한 ‘앵커’다. 티켓 구매가 항공, 숙박, 외식, 쇼핑 예약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한국판 코첼라’를 만들겠다며 추진하는 ‘2027 패노메논(FANOMENON)’이 주목받는 이유다.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대중위)는 최휘영 문체부 장관과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창의성총괄책임자(CCO)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대중위는 2027년 12월 서울아레나에서 11일간 제1회 행사를 연 뒤, 2028년 5월부터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전 세계 주요도시를 순회하는 야외 페스티벌로 운영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국판 코첼라’를 내세우면서 정작 방식은 해외 K-팝 투어의 답습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국 코첼라 페스티벌이 창출하는 가치는 막강하다. 축제가 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 인디오에는 매년 전 세계 관객이 몰리며 공연장 밖 숙박·식음·교통·쇼핑까지 거대한 관광경제를 만든다. 캘리포니아 주정부에 따르면 2025년 코첼라에는 단 2주간 약 25만 명이 방문했다. 코첼라와 인근에서 열리는 스테이지코치는 매년 합산 7억 달러(약 1조원) 이상의 지역경제 효과를 창출한다.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나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열리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역시 매년 같은 도시에서 개최되면 축제의 브랜드뿐 아니라 도시의 숙박·외식·교통·상권에도 경제효과가 축적되는 구조다. 장 원장은 패노메논 역시 서울이라는 ‘장소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 세계 팬들이 한국을 찾아오는 페스티벌을 육성해야 국내 관광산업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페스티벌의 성과 지표 역시 티켓 판매량이나 온라인 화제성을 넘어 외연을 넓혀야 한다. 외국인 유입 규모, 체류 일수, 지방 분산 이동률, 2차 소비액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돼야 한다. 예컨대 공연 티켓과 KTX, 지역 숙박, 로컬 투어를 결합해 팬이 서울의 공연장에서 부산·경주·전주 등으로 이동하도록 만든다면 페스티벌이 체류형 관광상품이 된다. 무대 위 라인업을 넘어 ‘공연장 밖 여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인의 ‘일상’이 차세대 K-콘텐츠
최근 방한 관광객들은 대중문화를 넘어 한국인의 평범한 일상 자체를 경험하는데 열광한다. 이에 발맞춰 생활 밀착형 문화가 유력한 관광자원으로 떠올랐다.
대표적으로 프로야구(KBO)는 외국인에게 치어리더와 응원가, 관중이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응원문화, 치맥과 구장 음식까지 하나의 체험으로 소비된다.
‘응원 배우기→로컬 미식→경기 관람→야간 관광’으로 이어진 동선을 구성하면 반나절 이상의 관광상품으로 확장할 수 있다. 특히 프로야구 구단이 전국 여러 도시에 분산돼 있다는 점에서 서울에 집중된 외국인 관광객을 지역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부산 광안리의 드론라이트쇼, 야시장과 포장마차, 찜질방, 한강 피크닉 등 ‘K-나이트 컬처’도 주간 관광을 야간까지 연장해 숙박 수요로 전환할 수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한강 드론라이트쇼(5회) 관람객 12만5358명 중 34.6%가 외국인이었으며, 인근 상권 매출은 39% 늘었다. 전주에서 태동한 드론축구처럼 규칙과 기술을 한국이 주도하는 신종 스포츠 IP 역시 확장 잠재력이 풍부하다.
클래식 음악 시장도 유망 분야다. 한국은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는 연주자를 다수 배출했지만 이들을 보기 위해 세계인이 특정 도시를 찾아오는 대표적인 음악 축제나 장소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세계적인 연주자와 공연장, 도시 관광을 결합한 장기적인 클래식 페스티벌을 만든다면 K-팝과 차별화된 고소비층 관광객을 확보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장 원장은 e스포츠, 웹툰, 템플스테이 등 “한국인에게는 너무 평범해 관광자원이라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 오히려 강력한 콘텐츠가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미 존재하는 일상 문화를 참여형 관광 모델로 재해석하는 작업이야말로 2000만 외국인 관광객 시대를 여는 결정적 열쇠다.
[박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