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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현 특파원의 월스트리트 인사이트] 물가도 고용도 불안… 美 경제 어디로
입력 : 2026.08.31 11: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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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재무부가 최근 일련의 조치를 통해 미 장기 국채금리의 상승을 막고 싶어 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 연합뉴스> 전쟁 장기화에 따른 후유증으로 미국 경제가 대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경제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불안한 물가와 함께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던 고용까지 휘청거리고 있다. 수백, 수천억 달러 규모의 인공지능(AI) 투자지출이 성장세를 떠받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우려 확산에 미국채금리가 유례없이 치솟으면서 정부는 물론 기업과 가계도 고금리 공포에 직면해 있다. 사실상 현재 미국의 유일한 성장 원천인 AI기업들의 막대한 투자가 장기 국채금리에 따른 고금리 이자 부담에 발목이 잡힐 경우 이들이 떠받쳐온 증시도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AI 확산에 따른 저고용·저해고 현상으로 고용도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매달 20만 명 수준의 일자리가 창출됐지만 이젠 일자리가 아예 줄어드는 고용 마이너스 상황이 빈번해진 것이다.
여전한 인플레, 불안한 국채금리8월 초 미국과 일본은 엔화 가치 방어를 명분으로 이례적으로 외환시장에 공동 개입했다. 1998년 이후 28년 만의 미일 공동 개입이다. 사실 미국 입장에선 일본 지원보다 미국 채권시장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인플레에 민감한 미 30년물 국채금리는 연 5.2%를 넘나들고있다. 2007년 7월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다. 특히 단기금리는 내리고 장기금리는 올라가 격차가 벌어지는 베어 스티프닝(Bear Steepening)으로 시장 왜곡도 심각하다. 이 와중에 일본이 엔화 방어를 위해 보유한 막대한 미 국채를 내다팔 경우 금리 상승 압박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국도 개입에 나선 것이다. 시장금리 상승은 미 정부의 재정부담을 키우고 이와 연동된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으로도 이어진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생활비 부담(affordability) 프레임에 휘말리는 것을 극도로 경계해온 트럼프 정부로선 피하고 싶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전쟁이 자초한 인플레이션 확산으로 금리 인하가 당분간 어려워지자 일본 엔화 방어를 명분으로 미국의 시장금리 상승 억제에 나선 것이다.
급기야 미 재무부는 연방준비제도(Fed)에 외국 중앙은행 비상대출 프로그램 확대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미국과 일본은 추가로 외환시장 개입 시 연준의 ‘해외·국제통화당국(FIMA) 환매조건부채권(Repo)’(FIMA)을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준의 FIMA 레포는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위해 도입한 제도로 위기 시 해외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미 국채를 담보로 연준으로부터 달러를 제공받는 프로그램이다. 각국이 자국 통화를 맡기고 달러를 받아가는 통화스왑과 달리 미 국채를 담보로 제공하는 환매 조건 방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0년 달러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으나 그동안 거의 활용되지 않았던 연준의 안전장치가 애초 목적과는 전혀 다른 일본의 엔화 방어용 자금 지원에 동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한술 더 떠 FMIA 레포 규모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 규모는 1곳당 600억 달러다. 최근 일본이 외환시장 개입에 쏟아부은 달러만 600억 달러를 웃도는 만큼 앞으로 일본이 추가 조치에 나설 것을 대비해 한도를 늘리라는 것이다. 전쟁발 유가쇼크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일파만파로 영향을 미치면서 연준의 독립성 마저 위협하는 조치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재무부는 한발 더 나아가 분기 자금조달계획에서 향후 국채 발행과 관련해 ‘증가’ 검토에서 ‘변경’ 검토로 바꾸며 장기 국채 발행 물량 감축을 시사하기도 했다. 최근 장기금리 상승세가 가팔라지는 상황에서 추가 금리 상승 가능성을 덜기 위한 조치다. 미국 정부의 총력전에도 연방 재정적자가 연 2조 달러에 달하는 만큼 시장에선 땜질식 처방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효과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견고하던 고용마저 불안
미 노동통계국 에 따르면 7월 미국 비농업 일자리는 2만 3000명 감소했다. 시장 예상치(8만3000명)를 크게 밑돌았고 전달(2만 명)에 비해서도 고용이 악화된 ‘일자리 쇼크’다. 다만 실업률은 4.1%로 전달(4.2%)보다 낮아졌다. 지방정부 교육 부문과 소매업에서 고용이 줄어든 것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던 고용도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올 들어 일자리는 감소세를 나타내며 저고용·저해고 상황이 이어져왔다. 1월 16만 명 증가했다가 2월에는 15만6000명 마이너스로 돌아서더니 3월에는 다시 21만 4000명 급증했다. 이후 4월(14만8000명), 5월(12만9000명), 6월(2만 명) 등으로 증가 폭이 크게 꺾이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반적인 안정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은 여전히 노동시장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채용과 해고 모두 침체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연준의 금리 경로도 오리무중이다. 가뜩이나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포워드 가이던스 폐지로 가뜩이나 시장은 깜깜이 상황에서 투자 불확실성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를 5연속 동결했지만 0.25%포인트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반대표가 3명이나 나왔을 만큼 금리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 이란전쟁이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만큼 휴전과 확전을 반복하면서 국제유가 변동성도 큰 상황이다. 앞서 연준은 지난 6월 FOMC에서 올해 1회 금리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연준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용보다는 불안한 물가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왔지만 고용 악화가 지속될 경우 정책기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워시 의장은 강한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를 보이면서도 시장금리 상승이 연준의 금리인상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면서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투자은행(IB)들도 올해 연준의 금리 경로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JP모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등 7곳은 올해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뱅크오프아메리카(BofA)와 도이치뱅크는 각각 3차례, 2차례 금리인상을 전망했다.
[임성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