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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특파원의 일본열도 통신] 해외시장 확장 日 유니클로 … H&M 제치고 글로벌 의류업계 2위로
입력 : 2026.08.28 16:5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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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시내의 유니클로 매장. 일본을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 중 하나인 유니클로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2~3년간 미국을 비롯해 해외시장 확장에 본격 나서면서 최근 스웨덴의 H&M을 제치고 세계 SPA(제조·유통 일괄형 의류) 업계에서 매출 기준 2위에 오른 것이다. 글로벌 1위인 스페인 인디텍스가 운영하는 ZARA와의 격차도 빠르게 좁혀지면서 세계 패션 시장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매출 전망 4조 엔유니클로의 모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은 7월 9일 발표한 2026회계연도(2025년 9월~2026년 8월) 실적 전망에서 연결 매출 전망치를 기존보다 700억 엔(약 6500억원) 상향한 3조9700억 엔(36조5000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전년 대비 17% 증가한 수준으로 같은 기간의 H&M 예상 매출을 약 8%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SPA 업계 부동의 2위였던 H&M을 끌어내리고 유니클로가 2위로 올라선다는 얘기다. 패스트리테일링의 이번 실적 상향 조정은 올해 들어 3번째다. 순이익 전망도 기존보다 200억 엔(약 1800억원) 늘어난 5000억 엔(약 4조6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러한 패스트리테일링의 약진은 해외 유니클로 사업이 이끌고 있다. 2025년 9월부터 2026년 5월까지 9개월간 연결 매출은 3조651억 엔(약 28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증가했다. 분기 기준으로는 3개 분기 연속 매출 1조 엔을 돌파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해외 유니클로 사업은 지역별로 20% 안팎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현지 통화 기준으로 매출이 정체 또는 감소한 H&M이나 한 자릿수 성장에 머무른 ZARA의 인디텍스보다 확연히 높은 성장세다. 오카자키 다케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설명회에서 “세계 시장에서 성장 모멘텀이 계속되고 있지만 잠재 수요를 아직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능성·품질 강조한 라이프웨어 전략업계에서는 유니클로의 성장 배경으로 차별화된 제품 전략을 꼽는다. 유니클로는 유행 중심의 패스트패션보다 기능성과 품질을 강조한 ‘라이프웨어(LifeWear)’를 핵심 콘셉트로 내세우고 있다. 최신 유행을 빠르게 반영하는 ZARA나 H&M과 달리 일상복 중심의 고품질 기본 의류를 앞세우면서 독자적인 시장을 구축한 것이다. 최근에는 단순한 저가 브랜드 이미지를 벗어나 품질에 맞는 적정 가격 정책으로 전환한 점도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유럽에서는 동일 제품 가격이 일본보다 약 두 배 수준으로 판매되고 있다. 전체적인 가격대는 ZARA보다는 낮고 H&M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이다. 가격 정상화와 할인 판매 축소 효과로 영업이익률은 2015년 10%에서 올해 약 18%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H&M은 중국 온라인 플랫폼 쉬인(SHEIN)과 테무(Temu)의 공세 속에 고전하면서 영업이익률이 7~9%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부실 점포 정리 등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북미와 유럽 시장 공략 가속성장을 이끈 또 다른 요인은 공격적인 해외 확장이다.
패스트리테일링은 런던과 뉴욕 등 글로벌 주요 도시 핵심 상권에 대형 플래그십 매장을 잇따라 열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올해 5월 말 기준 유럽에는 95개, 북미에는 12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도 연간 유럽 15개, 북미 25개 안팎의 신규 출점을 이어갈 계획이다.
북미 사업은 특히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올해 상반기 북미 매출은 전년보다 29% 증가했다. 회사는 애초 2027년에 달성하려던 북미 매출 3000억 엔 목표를 올해 조기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시장 공략의 일환으로 패스트리테일링은 미국 로스 앤젤레스(LA)를 상징하는 스포츠 경기장인 다저스타디움 명명권도 획득했다. 올해부터 다저스타디움은 ‘유니클로 필드 앳 다저스타디움’이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바뀌었다. 기존 다저스타디움 이름 앞에 브랜드명을 더하는 것은 1962년 구장 문을 연 이래 6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다저스는 그동안 꿋꿋이 구장 이름을 지켜왔지만, 이번에 수익 제고를 위해 유니클로의 손을 잡게 됐다.
여기에 지난 5월에는 한국 서울 명동에 세계적인 관광 수요를 겨냥한 글로벌 플래그십 매장을 5년 만에 다시 열며 아시아 시장 공략도 강화했다. 유니클로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인 2021년 1월 명동중앙점을 폐점했다가 약 5년 4개월 만에 새로운 점포를 내게 됐다. 지상 3층 규모로 조성된 유니클로 명동점은 총 3254.8㎡(약 1000평)의 규모로, 여성과 남성, 키즈·베이비 등 라이프웨어의 모든 라인업을 한 공간에서 선보인다.
유니클로 외의 브랜드 육성은 과제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패스트리테일링의 성장은 사실상 유니클로가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GU(지유) 브랜드의 영업이익률은 아직 10%를 밑돌고 있으며, 중가 브랜드를 담당하는 글로벌 브랜드 사업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엔화 약세에 따른 원재료와 물류비 상승도 부담이다. 회사는 올 가을·겨울 시즌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4%가량 인상할 계획이다. 그런데도 시장에서는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현재 유니클로의 유럽과 북미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1% 미만으로, 글로벌 시장 확대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패스트리테일링은 장기적으로 연 매출 10조 엔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독자적인 브랜드 전략과 해외시장 확대가 이어질 경우 세계 1위 인디텍스와의 격차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패스트리테일링은 다양한 사회적 활동도 진행 중이다. 최근 회사는 전 세계 700여 개 협력 공장에 대해 국가별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인권 감사 기준을 도입했다. 유럽연합(EU)이 2029년부터 공급망 인권 실사 의무를 강화하는 데 대비하려는 조치다. 기존 공통 기준 외에도 국가별 노동환경과 법규에 맞춘 추가 점검 항목을 마련해 강제노동과 아동노동, 임금 및 노동시간 등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할 방침이다. 글로벌 사업 확대와 함께 ESG 경영을 경쟁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패스트리테일링은 사회공헌 활동도 늘리고 있다. 유니클로의 자선 티셔츠 판매는 2026년 3월 말 시점에 국내외에서 1000만 매를 넘었다. 난민 지원 등을 위한 ‘모두를 위한 평화(Peace for All)’ 티셔츠를 내놓은 지 약 4년 만의 일로, 기부 액수 또한 30억 엔에 이르렀다.
자선 티셔츠 프로젝트에는 배우나 영화감독 등 저명 인사도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까지 건축가 안도 다다오와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배우 아야세 하루카 등이 참여했다. 기업과 단체의 경우 51곳에 달한다.
자선 티셔츠 1장의 가격은 1500엔. 정가의 20%에 상당하는 이익을 유엔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UNHCR) 등에 기부한다. 이를 통해 빈곤과 차별, 폭력, 분쟁 등으로 영향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지원 활동에 사용 중이다.
[이승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