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로 시대의 착한 단맛 심혈관 리스크는 남았다

    입력 : 2026.08.27 15:2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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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로 음료 한 캔은 요즘 안심의 언어로 팔린다. 무당, 무가당, 저칼로리, 고단백이라는 단어는 소비자에게 “이 정도는 괜찮다”는 위안을 준다. 그러나 가디언이 7월 15일 소개한 연구결과는 질문을 조금 다르게 던졌다. 문제는 설탕이 있느냐 없느냐만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 얼마나 산업적으로 설계됐느냐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캐나다 연구진이 American Journal of Preventive Medicine에 발표한 모델링 연구를 전하며, 초가공식품 섭취가 캐나다 심혈관질환 사건과 사망의 23~38%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초가공식품 섭취를 20% 줄이면 연간 신규 심혈관질환 사례 약 1만 6800건, 사망 약 3100명을 줄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번 연구는 사람들에게 초가공식품을 줄이게 한 뒤 실제로 심장병이 얼마나 줄었는지 추적한 임상시험은 아니다. 캐나다 성인의 식사 자료, 기존 코호트 연구의 상대위험, 2019년 심혈관질환 통계를 결합해 ‘만약 초가공식품 섭취가 줄었다면’을 계산한 모델링 연구다.

    따라서 ‘초가공식품이 심장병의 38%를 일으킨다’는 결과로 확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더 정확한 문장은 ‘초가공 식품 섭취가 심혈관질환 부담의 상당 부분과 연결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추정치가 나왔다’에 가깝다.

    가디언 보도에서도 통계 전문가들은 이런 연구가 인과관계를 확정하지 못하며, 사회경제적 요인과 식생활 전반의 차이를 완전히 분리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건강한 초가공식품’이라는 말의 위험

    그럼에도 올해 초 BMJ에 실린 분석은 논쟁의 방향을 더 선명하게 만들었다. 논문은 ‘건강한 초가공식품’이라는 표현이 소비자에게 잘못된 안심감을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고단백 스낵, 비타민 강화 음료, 식물성 대체식, 제로 제품처럼 건강 이미지를 입은 초가공식품이 늘어날수록 신선식품과 집밥 중심 식단의 메시지가 흐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관점에서 제로 음료는 설탕을 줄인 선택일 수 있지만, 동시에 소비자를 초가공식품 시장 안에 계속 머물게 하는 제품이기도 하다. 무가당 요거트, 단백질바, 저당 시리얼도 마찬가지다. 포장 앞면은 건강으로 포장해 말하지만, 원재료명과 식품 구조는 더 복잡한 이야기를 한다.

    가공이 문제인가 성분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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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고 모든 초가공식품을 한 묶음으로 위험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2026년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실린 논문은 초가공식품 임상시험 근거를 해석할 때 가공 자체와 열량 밀도, 식감, 섬유질, 단백질, 섭취 속도 같은 변수를 분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탄산음료, 가공육, 과자, 냉동피자와 통곡물 빵, 일부 강화 시리얼, 저당 요거트를 같은 위험도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초가공식품이라는 범주는 경고 신호로는 유용하지만, 실제 식생활 조언으로 내려오면 더 세밀한 구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제품이 빨리 많이 먹히도록 설계됐는지, 원래 식단의 신선식품을 밀어냈는지, 당·나트륨·포화지방·첨가물이 어느 정도인지가 변수가 될 수 있다.

    한국의 라벨은 아직 ‘가공 정도’를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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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도 이 논쟁은 먼 이야기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6년 1월 1일부터 영양표시 대상 확대와 무당·무가당 표시 제품에 대한 추가 정보 제공을 시행한다고 안내했다.

    이는 제로·무당 제품이 많아진 시장에서 소비자의 알 권리를 높이는 변화다. 하지만 한국의 표시제도는 아직 초가공식품의 정도를 소비자가 한눈에 알 수 있게 보여주지는 않는다.

    한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Frontiers in Nutrition 연구는 40세 이상 9351명을 분석해 초가공식품이 총열량의 평균 24.2%를 차지했고, 섭취 비중이 높은 집단에서 심혈관 건강 지표가 나쁠 가능성이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보고했다.

    한국 식탁은 밥, 국, 반찬이라는 전통 구조가 남아 있지만, 편의점 도시락, 컵라면, 냉동식품, 단백질 간식, 제로 음료가 일상 속 비중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결국 소비자가 볼 것은 ‘무당’이라는 한 단어가 아니다. 당류가 낮은지, 총열량은 어떤지, 나트륨과 포화지방은 높은지, 원재료명에 낯선 첨가물이 길게 이어지는지 함께 봐야 한다.

    제로 식품 전성시대는 계속되면서 제로라는 단어만으로 건강을 판단하기에는 식품산업의 설계가 너무 정교해지고 있다.

    [박지훈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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