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수환 칼럼] 그린벨트 단상

    입력 : 2026.08.26 11:23:07

  • 환경 훼손 막는
    신중한 접근 필요하지만
    묻지마 반대는 안 돼
    개발과 환경의 조화로
    제2의 세곡동 만들어야
    채수환 월간국장 매경LUXMEN 편집인
    채수환 월간국장 매경LUXMEN 편집인

    부동산 불패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에 꽤 이색적인(?) 동네가 있다. 바로 세곡동이다. 1960년대는 경기도 광주군에 속해 있었고 2000년대도 야산과 구릉지, 숲, 비닐하우스 농가가 산재했던 곳이다. 그랬던 동네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그린벨트 해제로 불과 15년 만에 인구 4만5000명의 미니 신도시급 뉴타운으로 변신했다. 공공임대 위주인 데다 20~30대 입주민이 상대적으로 많다 보니 각종 선거 때마다 기존 강남권과는 사뭇 다른 투표 행태도 보인다. “수도 남부의 자연환경을 훼손했다”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지는 못했다”비판들도 많았지만, 주거 수요가 높은 지역에 공공이 토지를 확보해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실험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재명 정부도 집값 안정 대책의 치트키로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로 개발과 환경은 타협점을 쉽게 찾기 어려운 이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 여론과 주민 의사를 반영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 결정하는 게 맞다고 본다.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고 나섰지만 굳이 정치적인 색안경을 끼고 보고 싶지는 않은 이유다. 현재 서울에서 그린벨트로 묶인 지역은 전체 도시 면적의 약 24.6%를 차지한다. 세곡동처럼 서울의 동서남북 끝자락에서 경기도와 접경을 이루는 땅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린벨트를 해제한다고 집값 상승을 단숨에 억제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시장에 보내는 신호, 정책 의지를 보여주는 처절한 몸부림으로 보기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서울의 녹지 비율은 대략 35% 전후로 집계된다. 뉴욕이나 런던, 파리, 도쿄 등 글로벌 대도시와 비교해서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한복판에 위치한 남산을 비롯해서 북한산, 관악산, 인왕산, 아차산 등 서울처럼 빼곡히 산으로 둘러싸인 대도시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도심 녹지를 바로 앞 근린 공원으로 한정하면 녹지 비율이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해도 “집 근처에 공원이 부족해서 산책이나 힐링을 못하겠다”는 서울 주민은 주변에서 거의 보지 못했다.

    물론 환경보호는 중요한 의제다. 지구 온난화, 이상기후로 인해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생겨나고 인류의 생활에, 글로벌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은 미래 세대에 불가역적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공장이 하나 더 생겼다고 반드시 오염과 폐수가 늘어나는 시대도 더 이상 아니다. 개발과 환경은 인류의 지혜와 문명의 이기로 얼마든지 조화의 묘를 살려나갈 수 있다. 경부고속철도(KTX)를 만들 때 경남 양산의 천성산 터널을 뚫으면 그 일대 도롱뇽들이 모두 죽는다고 환경단체와 종교인들이 단식투쟁까지 벌였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현재 그 지역 도롱뇽이 멸종했다는 얘기는 어디서도 들리지 않는다. 설사 도롱뇽이 희생된 게 맞더라도 그 반대급부로 얻은 KTX의 경제효과에 비하랴. 개발이라면 무조건 쌍심지부터 켜고 나서는 환경보호론자들의 구시대적 먹사니즘을 과학적인 검증도 없이 무작정 받아줄 만큼 우리가 처해 있는 경제 환경, 국민의 생활 고통은 한가하지 않다. 공공임대 위주인 세곡동 플랜이 17년 전 발표됐을 때 강남 지역에서는 “이물질이 섞인다”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혹시나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는 논리에 그런 발상이 가미돼 있다면 그거야말로 ‘아주 못된’ 기득권이다.

    [채수환 월간국장 매경LUXMEN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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