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장 30년 맞은 코스닥, 코스피에 비해 아직도 소외된 이유

    입력 : 2026.08.21 17:41:14

  • 한국판 나스닥을 표방하며 출범한 코스닥 시장. 최근 개장 30주년을 맞았지만 시장 분위기는 좋지 않다. 1996년 7월 1일 1000에서 출발한 지수는 30년이 지난 현재 이보다 더 내려간 상태다. 얼마 전엔 850선을 하회하며 연중 최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반도체 대형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달리며 1만 선을 바라보는 코스피지수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코스닥 시가총액이 전체 국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대에 불과하다. 이제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에도 밀리는 처지가 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를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나오면서 시중 자금이 더 쏠리는 모습도 관찰된다. 시중 자금 쏠림은 코스닥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도 썰물처럼 코스닥 시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30년이 지났지만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는 코스닥 시장은 정말 답이 없는 걸까?

    30년 역사 코스닥, 대체 어땠는가?

    1996년 7월 출범한 코스닥 시장은 지난 30년 동안 파란만장했다. 당시 1000에서 출발한 코스닥지수는 IT(정보기술) 벤처 붐을 타고 가파르게 상승했다. 2000년 3월엔 사상 최고치인 2925.5까지 올라가며 시장에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JTBC 인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 나왔던 희대의 종목 뉴데이터 테크놀로지의 실제 모델이었던 새롬기술도 코스닥 대표 종목 중 하나였다. 새롬기술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지 1년도 채 안 돼 주가가 1000% 넘게 올랐다.

    하지만 버블이 붕괴되자 수많은 기업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고 지수도 1년 만에 600~700선까지 하락했다. 하락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2000년대 중반부터 조금 올라가나 싶더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245.06까지 하락하며 투자자들을 큰 충격에 빠뜨렸다. 이후 지수는 점차 회복했고 올 상반기엔 1200선을 상회하기도 했다. 다만 현재 900선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는 걸 감안했을 때 30년이란 긴 시계열로 봐서는 사실 거의 움직인 게 없을 정도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코스닥 시장을 이끄는 주도산업은 끊임없이 바뀌어왔다. 1996년 출범 당시 코스닥 시가총액 1위는 현대중공업이었다. 현재는 HD현대조선해양이라는 이름으로 코스피 시장에 상장돼 있다. 2000년대에는 네이버(과거 NHN)가 국내 IT 혁신 기업이자 코스닥 대장주로 자리했었고, 2010년대엔 바이오 기업인 셀트리온이 시장을 주름잡았다. 2020년대 들어서는 에코프로를 필두로 한 2차전지 업체들이 시총 상위에 이름을 올렸고, 현재는 AI(인공지능)와 관련된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과 바이오 기업들이 상위 그룹에 포진돼 있다. 2026년 7월 초 기준 코스닥 시총 1~10위 종목은 △알테오젠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성엔지니어링 △코오롱티슈진 △HLB △원익IPS △리노공업 △에이비엘바이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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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도주 교체는 새로운 산업의 태동을 의미한다. 상위 시총 산업들이 발 빠르게 변한 만큼 코스닥은 국내 주식시장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인식됐다. 다만 문제도 있었다. 우량 기업들이 코스닥에서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린 후 코스피로 빠르게 떠났다는 것이다. 코스닥에 처음 둥지를 틀었던 네이버, 카카오, 셀트리온, 엘앤에프 등은 일찍이 코스피로 이전 상장을 했고, 현재 코스닥 시총 1위인 바이오 기업 알테오젠도 코스피 이전 상장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우량기업, 발 빠르게 코스피로 떠난다

    기업들의 발 빠른 이전 상장이 코스닥 시장 확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코스닥 시장 내 부실기업이 점점 쌓여간다는 것이다. 코스닥 상장사 중 제대로 돈을 버는 기업들은 반도 안 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코스닥 상장사 중 흑자를 기록한 곳은 450여 개다. 1800개가 넘는 회사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돼 있다는 걸 감안하면 전체의 약 4분의 1만 흑자를 냈다는 소리다. 나머지 4분의 3은 현상 유지만 하거나 적자인 상황이다.

    지금도 코스닥 시장에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이 많다. 가장 최근에 상장한 곳은 매드업으로 광고 데이터와 AI 엔진을 활용해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하는 IT 기업이다. 기업들이 코스닥에 상장할 때 이들의 매출과 수익성은 정점을 찍는다. 하지만 상장 이후 주가가 계속 내리막길을 걷는 경우가 많다.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건 추가 성장을 위한 자금 조달의 목적을 갖는 경우가 많으나 기존 투자자들을 엑시트(Exit·자금회수)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이런 경우 상장 후 주가 관리가 제대로 안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장에서 바로 퇴출당하진 않기에 전체 코스닥지수에 부담을 주기도 한다.

    지금 국내 증시 자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로 가고 있다. 미래 성장성과 함께 폭발적인 실적을 같이 내기 때문이다. 코스피로의 쏠림도 코스닥 부진을 키우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에 비해 부진한 코스닥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부진의 원인으로 지적되지만 시장의 쏠림 또한 주요 원인으로 판단된다”며 “코스피 내에서는 S7(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스퀘어, 삼성전자우, 삼성전기, 삼성생명, 삼성물산)의 쏠림이 강했다”고 했다. 이어 “S7으로 쏠림이 얼마나 더 지속될 것인지가 단기 전략을 세우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며 “이 쏠림이 완화될 때 비로소 바이오 비중이 높은 코스닥의 약진이 예상된다”고 했다.

    7월 10일 코스닥은 43.43p(5.47%) 오른 837.43으로 마감했다. <사진 연합뉴스>
    7월 10일 코스닥은 43.43p(5.47%) 오른 837.43으로 마감했다. <사진 연합뉴스>

    코스닥 시장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형 실적 성장 기업들이 좀처럼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출범 당시 코스닥이 기업들의 성장판 역할을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부실기업들이 많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투자자들도 코스닥 시장을 외면하고 있다. 유독 올해가 좀 심한 편이다. 지난 6월 코스닥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0조100억원대로 연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바로 직전 달인 5월엔 15조5600억원대였는데, 한 달 새 하루 평균 5조원 넘게 증발한 셈이다. 같은 달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50조원을 넘었는데, 완전히 상반된 흐름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이탈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코스닥 내 개인 거래대금 비중은 5월 66%였지만 6월 56.9%로 9.1%포인트(p) 낮아졌다. 코스닥 시장은 전통적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활발하게 매매를 해 활력을 유지했지만, 거래대금이 감소해 시장 체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신호로 읽히고 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장기 순매수 주체였던 개인 자금이 코스닥을 이탈하고 있다”며 “코스피는 반도체 중심으로 이익 추정치가 상향되는 반면 코스닥은 이익 개선 속도가 제한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금리인상 시사 이후 고PER(주가수익배수) 성장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은 할인율 상승에 더 취약하다”며 “과거에도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동결을 멈추고 인상 국면으로 전환할 때 코스닥은 코스피보다 약했다”고 했다.

    코스닥의 미래는?

    정부와 거래소 등은 코스닥 시장을 살리기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중이다. 먼저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프리미엄, 스탠더드, 관리군 3개 리그를 나누는 코스닥 승강제를 실시할 계획이다. 기업 규모와 실적, 지배구조에 따라 기업들을 나누고, 동시에 부실기업을 빠르게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프리미엄 리그, 가칭 코스닥 셀렉트 세그먼트라 불리는 이곳에는 단순 대형주가 아니라 성장성과 안정성을 갖춘 코스닥형 우량기업들이 속할 예정이다. 우량기업들이 속하는 만큼 편입 기업들의 개수도 100개사 미만으로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소는 안정성과 성장성을 갖춘 우량기업들을 선별해 코스닥 셀렉트 세그먼트를 만들고 패시브 자금 유입을 유도할 계획이다.

    스탠더드 리그에는 가장 많은 코스닥 기업들이 속하게 된다. 스탠더드 리그에 포함된 기업들이 성장성과 시장 신뢰를 입증한다면 프리미엄 리그로 올라갈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관리군은 단순하게 코스닥 시장 퇴출 대기실이 아니다. 관리군 리그는 정상 세그먼트 복귀를 유도하는 장치로 설계된다. 부실 위험 기업을 별도로 구분해 다른 곳으로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동시에 해당 기업에는 자구책을 요구하는 구조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시장 저평가 해소를 위해 부실기업 퇴출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한국거래소는 시총 기준 미달로 폐지되는 코스닥 상장사가 올해 50개가량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스닥 커넥트 2026’ 행사에서 김성천 한국거래소공시제도팀장은 “7월부터 동전주와 시가총액 요건이 강화되는 데 따라 상장폐지가 늘어날 것”이라며 “아직 코스닥에서 (강화된) 이 기준으로 폐지된 종목은 없으나 다음 달 첫 사례가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한 번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 벗어나기가 더 어렵도록 이번에 강화됐다”며 “상당수 기업이 자구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30일 기준 올해 코스닥에서 상장 폐지된 종목 수는 13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종목 수는 35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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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닥 시장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도 계속된다.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 등은 부처 합동으로 국민성장펀드의 비전과 조성 및 운용 전략을 발표했다. 150조원의 자금을 미래 전략산업과 생태계 전반을 지원해 향후 20년의 대한민국 성장 동력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5월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은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 위탁 운용사 10곳을 선정했다. 이번 펀드는 총 7200억원 규모로 조성되며 투자자금은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AI 등 12대 국가 첨단 전략산업 및 혁신 기업에 집중될 예정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코스닥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정부 정책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권명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6 경제성장 전략하에서는 반도체, 방산, 바이오, 석유화학, 철강, AI, 피지컬AI, 디지털 자산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AI, 바이오, 로봇 등 첨단전력산업과 관련된 기업들이 코스닥 시장 개편과 관련해 시장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아영 대신증권 연구원도 “정책상 직접 수혜 업종은 AI, 우주, 에너지지만 실제 연기금 매수는 로봇, 바이오 중심으로 먼저 관찰된다”며 “정책은 상장, 자금 조달 경로를 열어주고 실제 수급은 유동성이 있는 성장 업종부터 반응할 것”이라고 했다.

    [홍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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