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전용 59㎡가 새 국민평형? 2030세대는 더 작은 ‘소형 평형’ 찾는다

    입력 : 2026.08.20 17:57:31

  • 서울의 한 견본주택을 찾은 시민들이 소형 아파트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의 한 견본주택을 찾은 시민들이 소형 아파트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최근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 비슷한 가격의 A지역 34평(전용면적 84㎡) 아파트와 B지역 25평(전용 59㎡) 아파트 중에서 ‘어디를 사는 게 좋냐’는 질문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이때 B지역이 A지역보다 이른바 ‘상급지’로 분류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4~5년 전만 해도 답변은 ‘A지역 34평’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사뭇 다르다. ‘B지역 25평’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비율을 차지할 때도 있다.

    과거 4인 가족이 살기에 적합하다는 의미에서 전용 84㎡ 아파트를 일컫던 말인 ‘국민평형’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아파트 선택의 기준은 방 3개를 갖춘 전용 84㎡였지만, 최근 트렌드는 ‘넓이’보다 ‘감당할 수 있는 총액’과 ‘월 상환 부담’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이제 전용 59㎡ 아파트가 국민평형으로 떠오르는 거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이런 현상이 일시적인 흐름인지, 아니면 대세 변화인지를 놓고도 설왕설래다.

    서울 아파트 가격 급등에 집도 다운사이징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주요 단지의 청약 결과를 살펴봐도 ‘20평대 돌풍’ 분위기는 확연하다. 1~5월 서울에서 분양된 아파트 중 전용 59㎡ 이하 소형 평형의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62대1로 집계됐다. 전용 84㎡ 이상인 중대형 평형(46.9대1)보다 높은 수준이다.

    매매가격 변동률을 봐도 전용 40㎡ 초과~60㎡ 이하 아파트가 상승 폭이 가장 높다.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전용면적별 상승률을 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40㎡ 초과~60㎡ 이하 면적의 상승률이 4.06%로 6개 구간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국민평형(84㎡)이 포함된 60~85㎡의 상승률이 2.72%로 뒤를 이었고 102~135㎡(1.74%), 40㎡ 이하(1.70%), 135㎡ 초과(1.12%), 85~102㎡(1.01%) 등의 순이었다. 이는 과거와 상반되는 흐름이다. 지난해 연간 기준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평형은 135㎡ 초과로 11.34%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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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85㎡의 상승률도 9.46%로 40~60㎡(8.79%)를 앞질렀다. 40㎡ 이하는 3.07% 오르는 데 그쳤다. 20평대 이하 소형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급등한 가격이 꼽힌다. KB부동산 집계로 서울 중소형(60~85㎡)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올해 3월 15억1022만원을 기록하며 15억원을 넘겼다. 15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대출 한도가 6억원에서 4억원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수요자의 현금 동원 부담이 높아진다. 반면 소형(60㎡ 이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4월 10억920만원으로 아직 15억원에 한참 못 미친다.

    건설공사비가 매달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소형 아파트의 가격 메리트는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올해 6월 건설공사비 지수는 136.8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높아진 공사비는 분양가에 반영되기에 내 집 마련을 위한 자금 조달 부담이 그만큼 더 높아진다. 자금이 부족한 30·40대 부부라면 소형 평형 선택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전용 59㎡ 미만 대부분이 임대 물량으로 배정됐는데 이젠 분위기가 다르다”며 “59㎡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그 아래 평형도 일반분양으로 나오는 사례가 늘고, 분양 성적 역시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밝혔다.

    내부 설계 발전하며 공간 활용도도 높아져

    하지만 단순히 가격만으로 최근의 흐름을 설명하긴 어렵다. 소형 아파트 수요가 아무리 높아지더라도 편의성이 떨어지면 매력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최근 설계 기술이 발전해 공간 활용도가 예전에 비해 높아진 점도 중형 아파트에서 소형 아파트로 수요를 전환하는데 큰 영향을 줬다고 판단해야 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용 60㎡ 이하 소형 아파트가 30평대 중형 아파트를 위협하기 시작한 것은 2006년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된 이후부터다. 발코니 면적을 바닥 면적 계산에서 제외해 ‘서비스 면적’으로 인정하면서 거실·방·주방 등 실내 주거 공간을 넓힐 수 있는 방안이 공식 허용된 것이다.

    발코니를 바닥 면적 계산 대상에서 제외하면 그만큼 실제 사용 면적이 넓어지는 효과가 난다. 이 때문에 대부분 건설사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발코니 확장을 전제로 평면을 그린다. 전용 59㎡의 발코니 크기는 대개 17~18㎡다. 이를 확장하면 실사용 면적은 76~77㎡ 안팎까지 늘릴 수 있다. 발코니 확장 합법화 이전의 전용 84㎡와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확대되는 셈이다.

    이 같은 이유로 2000년대 이전 건설된 20평대는 방 두 개에 화장실이 하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서면서 전용 59㎡도 방 3개에 화장실 2개가 일반적이다. 평면을 어떻게 잘 뽑느냐에 따라 드레스룸이 있는 사례까지 있다.

    설계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 전용 84㎡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4Bay(방-방-거실-방 구조) 판상형 평면’도 이제는 전용 59㎡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거실과 방 3개가 모두 전면 발코니를 향해 일렬로 배치되는 4베이 구조는 집 안 깊숙이 해가 들고 맞통풍이 가능해 개방감이 탁월하다. 여기에 안방 드레스룸, 주방 팬트리, 현관 대형 수납장 등 숨은 수납공간 까지 촘촘하게 기본 탑재되면서 면적은 줄었지만 공간 효율은 오히려 높아지는 흐름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전용 59㎡보다 더 작은 면적에서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방 3개, 화장실 2개’ 구조가 등장하면서 25평 아파트 평면 설계 수준은 더욱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59㎡ 미만 초소형 아파트에서는 방 2개 이상이 들어가기 어렵다는 인식이 깨진 것이다. 실제로 GS건설이 지난해 공급한 서울 서초구 메이플자이(신반포4지구) 전용 49㎡는 방 3개, 화장실 2개가 포함된 구조로 화제가 됐다. 삼성물산이 시공한 서울 동대문구 래미안 라그란데(이문1구역 재개발)도 전용 55㎡에 방 3개, 거실, 욕실 2개 구조를 갖췄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신혼희망타운은 2018년부터 방 2개에 가변형 벽체를 사용해 알파룸, 욕실 2개를 구성할 수 있는 평면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이렇게 되면 거실과 각 방의 크기는 전반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선 “방의 크기가 작아져도 각각의 공간 구분을 확실하게 하고 개인 공간을 확보하는 것을 선호하는 트렌드”라며 “1인 가구부터 3인 가구까지는 실거주하기에 초소형 아파트도 괜찮은 평면으로 수요자들이 인정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가구원수 적다면 상급지 전용 59㎡ 고려할 만
    전국적으로 민간 아파트 분양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전국적으로 민간 아파트 분양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인구 구조 변화도 있다. 지난 2024년 기준 서울 1∼2인 가구 비중은 66.15%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4인 가구가 대세라 아파트 크기도 그에 맞췄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세 집중 두 집이 소형 아파트의 잠재적 수요층이라는 얘기다.

    물론 소형 아파트 인기를 수요보다 공급이 이끈 측면이 크다는 반론도 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으로 짓는 아파트에서 조합원들의 분담금을 줄이고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구수를 쪼개다 보니 소형 평형이 많이 등장했고, 수요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선택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인구 구조 등을 고려할 때 소형 아파트가 대세로 떠오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토지가 한정돼 주택 공급 자체가 어려운 대도시일수록 이 같은 트렌드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뉴욕, 도쿄 등 글로벌 대도시 도심에는 소형 평형이 대세인 경우가 많다. 게다가 지금까지 소형 아파트 수요는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구매력 있는 60대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 그래서 향후 진행할 1기 신도시 등 노후 아파트 재건축에도 가구 분화에 따른 설계 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전용 59㎡의 경우 부동산 하락기에 가격 방어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중대형 대비 투입해야 하는 자본이 적고, 환금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상승기에도 인기가 중대형 아파트보다 많이 뒤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측면을 고려해 최근 부동산 카페를 보면 상급지 전용 59㎡와 하급지 전용 84㎡를 비교하는 질문에 ‘특히 3인 가족 이하면 25평을 추천한다’ ‘25평 정도면 충분히 거주 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가장 핵심지로 진입하는 것이 좋다’는 식의 답변이 대부분이다.

    앞으로도 소형 아파트 몸값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서다. 부동산R114 자료를 보면 올해 입주했거나 입주를 앞둔 전용면적 60㎡ 이하는 총 7975가구(임대 제외)로 지난해 1만6780가구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내년 입주 물량은 4682가구로 예정돼 있어 공급 부족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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