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rt 2] 수요 대비 공급 부족 | 서울 도심 호텔 밸류애드 성공 방정식

    입력 : 2026.08.18 14:53:18

  • 사이드 노트 클럽 <사진 라이즈오토그래프>
    사이드 노트 클럽 <사진 라이즈오토그래프>

    외국인 관광객은 밀려드는데, 정작 잘 곳이 없다. 2025년 방한 외래객은 1894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2026년에는 지난해보다 한 달 이른 5월에 이미 1000만 명을 넘어서며 ‘2000만 명 시대’를 눈앞에 뒀다. 그러나 이들을 재울 서울의 호텔은 턱없이 부족하다. 수요는 폭증하고 공급은 마비된 이 불균형이, 지금 서울 도심의 호텔 지형을 통째로 다시 그리고 있다.

    수요는 폭증, 공급은 마비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의 ‘2026 서울 호텔 마켓 리포트’는 현재호텔 시장을 ‘구조적 성장’ 단계로 규정한다. 2025년이 2019년 대비 회복률이 108%로 글로벌 평균(104%)을 웃돌았고, 수요의 질도 달라졌다. 중국 단체 관광 중심에서 일본·대만·미국·유럽으로 다변화됐고, 개별 자유여행(FIT) 비중이 커졌다. 서울 호텔 객실점유율(OCC)은 79.2%, 외국인 숙박객 비율은 71.2%에 이른다.

    반면 공급은 제자리다. 서울 호텔 객실은 약 5만3675실로, 2023년 이후 신규 공급은 연 1000실 정도에 불과하다. 팬데믹 이전 속도의 4분의 1에 그친다. 서울에서는 2019년부터 4년간 숙박시설 748곳이 문을 닫았지만, 이후 2026년 6월까지 새로 문을 연 곳은 362곳에 불과하다. 부지난과 높은 건축·금융 비용, 인허가 제약이 겹친 결과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측은 “서울 호텔은 5~7년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건설 중인 신규 호텔 대부분이 2028~2030년에야 완공되기 때문이다.

    사진설명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만큼 값이 뛰었다. 이용 가능 객실당 매출(RevPAR)은 20만7345원으로 2019년 대비 67% 올랐고, 4성급 ADR(평균객실요금)은 2017년 대비 2024년 약 92% 상승했다. 지난해 서울 호텔 거래 규모는 2조1000억원, 이 중 4성급이 1조3000억원으로 절반을 넘었다. 상징적인 것은 거래된 호텔 자산 전부가 매각 이후에도 호텔 용도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사실이다. 팬데믹 때 호텔을 오피스·주거로 바꾸던 흐름이 완전히 뒤집혔다.

    문화예술을 담은 호텔

    홍대의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RYSE)은 오랜 지역 랜드마크였으나 트렌드 변화로 지역과 단절돼가던 옛 서교 호텔을 전면 재단장해 2018년 새로 문을 연 경우다.

    사이드노트클럽
    사이드노트클럽

    메리어트의 소프트 브랜드 ‘오토그래프 컬렉션’과 손을 잡았지만, 이는 메리어트 본보이의 예약망과 멤버십을 활용하기 위한 제휴일 뿐, 기획 단계부터 운영 주체가 홍대의 지역성과 창의성을 직접 투영해 구축한 독자 브랜드다. 1층 로비는 힙합 아티스트 투팍의 시집 <콘크리트에서 피어난 장미>에서 영감을 얻어 날것의 콘크리트 벽과 분홍색 레진 바닥으로 꾸몄다. 소호 하우스를 디자인한 스튜디오 미켈리스 보이드가 콘셉트를, 국내 디자인 스튜디오 인테그가 로컬 파트너로 참여했다. 프런트를 없앤 개방형 1층에서 리셉션을 3층으로 올려 호텔의 격식 대신 거리의 활기를 들여왔다.

    3층 프린츠 컬쳐 라운지
    3층 프린츠 컬쳐 라운지

    공간 곳곳이 콘텐츠다. 3층 프린트 컬처 라운지에는 아트 서적이 큐레이션돼 있고, 15층 루프톱 ‘사이드 노트 클럽’에서는 1000여 장의 바이닐과 DJ 세션을 만날 수 있다. 스트리트·뷰티 브랜드와 글로벌 아티스트와의 끊임없는 협업까지 더해, 라이즈는 홍대라는 지역색을 럭셔리 호스피탈리티로 번역해냈다. 그 결과 한국 내 메리어트 계열 호텔 중 서비스 부문 최상위권, 아시아 오토그래프 컬렉션 중 상위 2위에 오르며 성숙한 상권을 브랜드의 힘으로 한 단계 끌어올린 리브랜딩의 전형이 됐다.

    오피스를 호텔로…컨버전 뉴 트렌드

    종로 파고다빌딩의 ‘어반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중대형 오피스 빌딩을 도심형 호텔로 전환해 자산 가치를 극대화하는 프로젝트의 제1호 사업이다. 총 15개 층 가운데 하층 6개 층은 의료·클리닉으로, 상층 10개 층은 글로벌 호텔 체인과의 콜라보 브랜드로 채운다. 도심 의료관광 수요와 웰니스 소비 트렌드에 맞춰 하이엔드 호텔과 의료 복합공간을 한 건물 안에 수직으로 결합한 것으로, 해당 지역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모델이다.

    호텔 브랜드 매니지먼트사 유에이치씨(UHC)가 브랜드 기획과 예약·운영을 총괄하는데, 앞서 서울센터 빌딩을 ‘유에이치 컨티넨탈 서울’로 리모델링한 노하우가 바탕이 됐다. 병원경영지원회사 메디빌더가 하층부 의료·클리닉을, 미국 코넬대 건축 전공에 대구 메리어트 호텔을 완수한 스티브 장이 기존 구조를 존중한 리노베이션 전략을, 포스트자산운용이 자본조달과 금융 구조를 맡았다. 건물을 허물지 않고 내부 기능과 동선을 전면 재구성하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구도심 상권을 되살리는, ‘의료관광+숙박’ 복합 공식의 교과서다.

    르메르디앙&목시 서울 명동 외관. <사진 르메르디앙 서울 명동>
    르메르디앙&목시 서울 명동 외관. <사진 르메르디앙 서울 명동>

    명동의 르메르디앙&목시 서울 명동은 옛 KT 서울중앙지사 사옥, 즉 도심의 기존 상업시설을 리노베이션해 호텔로 재탄생시킨, 국내 최초의 듀얼 브랜드 호텔이다. 2022년 11월 문을 연 이곳은 한 지붕 아래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르메르디앙과 자유롭고 트렌디한 목시를 함께 들여, 비즈니스와 쇼핑·관광 수요를 동시에 아우른다. 두 브랜드가 공존하는 4층 허브를 중심으로, 5~8층에는 목시 205실이, 9~15층에는 르메르디앙 200실과 클럽 라운지·실내 수영장·피트니스 센터가 자리한다.

    로비 라운지 & 바, 르미에르.
    로비 라운지 & 바, 르미에르.
    플러그 앤 플레이존.
    플러그 앤 플레이존.

    르메르디앙은 ‘파리에서 명동까지’라는 디자인 스토리로 하늘에서 본 파리의 방사형 도시와 명동의 격자형 구획을 인테리어에 겹쳐 넣고, 1960년대 ‘화려한 여행의 시대’ 감성을 미드센추리 모던으로 재해석했다. 반면 목시는 명동 거리의 에너지를 그대로 옮겼다. 체크인과 바·라운지가 하나로 연결된 ‘바 목시’에서 웰컴 드링크와 함께 투숙이 시작되고, 대담한 그래피티와 네온을 연상시키는 엘리베이터 연출, 최대 4인용 ‘쿼드벙크’ 같은 차별화된 객실이 젊은 여행객을 겨냥한다.

    투숙객의 90% 이상이 외국인인 만큼 K-헤어 케어 브랜드 어노브 협업 패키지, 차홍룸·퍼스널컬러 스튜디오 제휴 같은 K-뷰티 로컬 프로그램도 촘촘하다. 호텔 세일즈·마케팅을 총괄하는 이신욱 이사는 “국내 최초 듀얼 브랜드라는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서로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한 공간에서 경험하는 새로운 호텔 문화를 제안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수빈 기자]

매일경제
맨위로